'K-9' 매도-무엇을 위해 돌을 던지나?
'K-9' 매도-무엇을 위해 돌을 던지나?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08.23 11: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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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지난 18일 사고 후 ‘K-9' 자주포에 대한 비판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 전체의 일방적 비난은 물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언론매체들이 대부분 이른바 ‘특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집중 포화에 나서는 양상이다.

과연 국산 명품으로 평가 받는 ‘K-9'이 이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정도로 형편 없는 무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확인하지도 않은 채 온갖 의혹을 마치 ‘팩트’인 양 단정하고 이를 지나치게 부풀린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국산 무기를 이토록 매도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관해 <SBS 취재파일>을 통해 군사 전문 김태훈 기자가 밝힌 견해를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 2년 전에도 ‘K-9’사고와 같은 사고가 있었다?
아니다. 2년 전 사고는 이번과 같은 ‘K-9’의 시험사격이 아니라, ‘제퇴기’(포신 끝에 달려 있는 일종의 소염기로, 화염을 포신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를 시험하는 자리였다. 새로 개발한 제퇴기이니 여러 차례 시험 평가를 거쳐야 '전투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그런 후에야 군이 구매하는 거다. 이럴 경우 시험 평가는 야전부대에 보급된 장약(화약)보다도 훨씬 강력한 장약으로 실시한다. 그래야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견디는 튼튼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야전부대는 1호~6호 장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ADD(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국방과학연구소)의 제퇴기 시험 평가에서는 초고압 장약을 포에 넣었다. 당시 10호 장약 정도의 폭발력을 내는 장약으로 썼으며, 이는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국산 무기 개발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위험을 무릅써 가며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 사고 원인 규명 없이 어제와 오늘 ‘K-9’ 100발 쐈다?
ADD는 어제와 오늘 100여 발 쐈다. 쏠 만하니까 쏜 것이다. ‘K-9’ 생산업체인 한화 테크원은 군이 발주한 ‘K-9’을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한화 테크윈이 만든 ‘K-9’은 그냥 군에 넘겨주지 못한다. ADD가 몇 문을 뽑아서 시험 사격을 해보고, 합격 판정을 받아야만 납품이 가능하다. 불량 방지를 위한 필수적인 품질 관리 절차다. 그러면 시험 사격도 하지 말고 ‘K-9’을 군에 공급하라는 뜻인가. 시험 사격 없이, 불량여부도 모른 채 장병들 앞에 ‘K-9’을 갖다 놓을 수는 없다.

◇ 1997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맞다. 그런데 1997년은 ‘K-9’이 전력화되기 전이다. 당시 삼성 테크윈과 ADD가 ‘K-9’을 개발하고 있을 때다. 일부 언론 보도대로라면, 국산 무기는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완벽해야만 한다. 마치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가 걷고 뛰고 공부하지 못한다고 탓하는 꼴이다.
1997년 사고는 18일 사고처럼 3번째 사격에서 발생했다. 2번째 시험 사격 때 불완전 연소한 장약의 불씨가 3번째 사격을 위해 장전된 장약에 옮겨 붙어 화재와 폭발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사수석에 앉아 있던 삼성 테크윈 관계자가 심한 화상을 입은 끝에 결국 숨졌다. 이처럼 국산 명품무기는 연구진의 희생을 딛고 새롭게 탄생한다. 1997년 사고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언론이 마치 비리처럼 들먹일 수 있는 사고가 아니다. ‘K-9’을 위해 목숨 바친 연구진에 대한 모독이다.

◇ ‘K-9’ 부품업체가 공인 시험성적서 조작?
시험성적서가 조작됐다는 그 부품은, 장병들이 ‘K-9’ 장착 기관총의 총열을 교체할 때 쓰는 장갑의 팔목 부분에 들어가는 고무줄이다. 장갑 고무줄 몇 천개면 가격이 얼마쯤이나 될까. 고무줄이라도 시험성적서를 받으려면 10만원은 필요하겠다. 부품 단가와 상관 없이 시험성적서를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만, 삼성 테크윈 직원은 영세업체한테 그런 성적서 내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시험성적서를 받은 것처럼 관련 서류를 처리했던 것이다.
'K-9 고무줄 비리'는 국방기술품질원의 모 씨가 위에 잘 보여 좋은 자리 하나 얻어 보려고 무리하게 방산업체들을 들볶아 찾아낸 것이다. 비리라면 비리다. 하지만 그토록 돌팔매 맞을 일은 아니다.

◇ 연평도 포격전, ‘K-9’ 고장 나 최초 대응사격 실패?
이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방사포 도발에 맞서 싸워 이긴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에 대한 모욕이다.
당시 ‘K-9’ 6문을 운용하던 포 7중대는 북한 도발 직전 사격 훈련을 했다. 훈련 중 1문의 포신에 포탄이 걸렸다. 훈련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흔한 일이다. 운용 중에 이런 장애가 발생하는 것조차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마침 북한이 방사포 공격을 했고, 북한 방사포탄의 파편과 화염이 ‘K-9’으로 튀어 2문에 불이 났다. 하지만 포 7중대원들은 쏟아지는 적 포탄 세례 속에서도 ‘K-9’의 불을 끄고 수리하며 1차 대응 사격은 3문으로, 2차 대응 사격은 4문으로 맞섰다.

◇ 보수 야당과 언론들의 'K-9 사고' 논평…"누워서 침 뱉기"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포 7중대의 ‘K-9’ 2문이 고장났다", "최초 대응 사격에 실패했다"는 주장들 모두 새빨간 거짓이다. 포 7중대는 대포병 레이더를 운용하는 타군 병사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바람에 원점 좌표도 없이 싸웠다. 그 해 1월 1일부터 북한이 도발한 날까지 455회나 훈련한 군인들이었고, 그들이 익힌 무도의 북한군 진지 좌표를 목표로 ‘K-9’을 쏴서 (적진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적 포탄을 맞으면서 13분 만에 대응 사격까지 성공적으로 해냈다. 포 7중대는 용감했고 여기서 ‘K-9’의 성능은 빛났다. 감히 누구도 포 7중대와 ‘K-9’의 초기 대응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 없다.

국산 무기에 조그만 흠결이라도 생기면, 세상은 방산비리라며 물어뜯고 있다. 국산 무기 말살하는 데는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국산 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온통 미국이나 유럽에서 무기를 수입해서 써야 그들의 직성이 풀릴까?

국산 무기는 자동차나 컴퓨터와는 다르다. 미국은 절대로 무기의 핵심기술을 주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미국 통제에서 벗어나 북한과 맞붙을까 봐 최고의 무기는 팔지도 않는다. 국산 무기는 그래서 자주국방의 ‘창끝이자 상징’이다. 오늘도 많은 무기 개발자들은 ‘방산 비리꾼’이라는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도 목숨을 내놓고 명품 국산 무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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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산인 2017-08-23 14:12:27
제대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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