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오늘은 뭐 먹지?”-묵시록적 질문
[김선미의 세상읽기] “오늘은 뭐 먹지?”-묵시록적 질문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7.08.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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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확산되는 푸드포비아, 온 국민 신경쇠약에 거식증 환자 될라

김선미 언론인

“오늘은 뭐 먹지?”
내게 이 말은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팔십 평생 식구들의 매 끼니를 책임지신 어머니의 걱정어린 혼잣말이다. 밥 때마다 “뭐 먹지?”는 이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울 정도로 살 내리고 등 굽은 어머니의 평생의 화두였다.

어머니의 표현대로라면 경제적으로 별로 풍요롭지도 못하면서 “입들은 관청에 붙어” 유난히 음식타박이 심하고 입이 짧은 식구들 탓에 어머니의 식사준비는 평생을 두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예전에 비해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 비중이 늘기는 했으나 음식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김치와 장류는 말할 것도 없고 반찬류를 사다 먹는 것은 지금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머니의 신성한 의식인 “오늘은 뭐 먹지?”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어떤 반찬을 만들까에 앞서 싱싱하고 믿을만한 식재료의 선택이 늘 앞서 있음은 물론이다. 식재료의 선택에 따라 상에 오르는 음식이 정해지는 것이다.

오늘도 진행 중인 어머니의 신성한 의식, 건강한 식재료 선택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직장인이라면 오전 11시30분부터 ‘고민’에 빠지는 난제(?)가 아닌가 싶다. 구내식당이 없는 경우는 더 심하다. 과장한다면 업무보다 점심 메뉴 정하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될 지경이다. 오죽하면 특정 직군의 경우 오로지 관심은 점심 메뉴 정하는 것과 승진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올까.

이제는 ‘오늘의 메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떤 식재료의 음식을 먹어야 하지?”라는 음식의 재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됐다. 지난 열흘 가까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살충제 달걀’ 파동은 이제까지의 불량 위해식품 파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공포감을 전방위적으로 자아내고 있다. 음식에 대한 공포인 푸드포비아(food phobia)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악하지 않으면 이상할 노릇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산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살충제 수치라면 매일 2개 반씩 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고 성인은 하루로 치자면 126개 정도를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싶다. 정부에 대한 신뢰보다 내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다.

인체에 해가 없다고? 그렇다면 장기적 누적 섭취의 유해성은?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환경보건학회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오랜 기간 살충제 계란을 섭취한 사례에 대한 연구 및 인체 사례 보고 자체가 현재 학계에 없기 때문에 장기 누적 섭취에 따른 유해성, 만성질환 유발 위험성 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자본주의 용어로는 경제성의 극대화, 솔직하게 표현하면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예견된 인재다. 가로 세로 21×29.5㎝의 A4용지 보다 작은 20×25㎝의 좁은 공간에 닭들을 말 그대로 움직일 수도 없이 빽빽이 가둬놓고 '알 낳는 기계'로 전락시킨 참혹한 환경이 빚은 재앙이다.

유럽 발에서 시작한 살충제 달걀 쇼크는 흙목욕을 하며 스스로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앨 수 있는 생존본능을 차압당한 공장식 밀집 사육의 역습이자 저주이다. 동물이 당한 고통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살충제 달걀’ 쇼크, 생존본능 차압당한 밀집사육의 역습

우왕좌왕 오락가락 하던 정부는 뒤늦게 계란과 닭고기에 대해서도 소고기처럼 이력추적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케이지(닭장) 사육 또는 평사 사육 등 농장 사육환경표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친환경 인증제도도 인증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된 밀집사육에 대한 정확한 로드맵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장식 밀집사육의 문제점이 어디 산란계뿐인가. 체성장이 정상보다 3배나 빠른 속성 성장의 대명사인 ‘팝콘치킨’, 분뇨더미에서 뒹구는 돼지, 케이지에 가둬 기름이 눈처럼 박힌 마블링을 위해 풀 대신 곡물을 먹이는 소 등 공장식 밀집사육은 축산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불안 부추기는 정부, 공장식 밀집사육 근본적 대책 필요

정말로 이러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닭을 키우고 아파트 정원을 없애고 나무를 뽑아내고 텃밭을 만들어야 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푸드포비아로 전 국민이 신경쇠약증에 시달리며 거식증에 걸리게 되든지 말이다.

“네가 무엇을 먹는지 말해 주면 나는 네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였던 《미식예찬》의 저자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1755년~1826년)의 말이다. 미식과 식도락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너무나 진부한 클리세가 되었지만 이제는 묵시록적 해석으로 읽힌다. 과민반응이겠지만 미식과 식도락이 아니라 마치 푸드포비아를 예견한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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