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수동적 뇌물' 앞세운 '솜방망이' 처벌
이재용 선고, '수동적 뇌물' 앞세운 '솜방망이' 처벌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08.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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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국민들이 기대했던 ‘진동’할만한 판결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특검이 제기한 뇌물공여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으나, 형량은 턱 없이 낮게 나왔다. 형사법 상 ‘중죄’에 해당하는 뇌물죄를 인정하면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우려했던 ‘무죄’가 아닌 ‘유죄’로 나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자위하는 시각도 없지 않으나,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전체를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함으로써 형량을 징역 5년으로 크게 낮춰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개편을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 비용과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총 298억 2,535만원 (약속 금액 433억원)을 건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즉 '무죄'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재판부가 적용한 '양형 논리'를 보면, '이재용 승계를 위한 뇌물'이라면서도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는 이른바 '수동적 뇌물'의 논리를 적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삼성측이 주장해온 논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형량에 있어서 재판부는 장충기(63)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차장(사장)과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실장(부회장)에게는 징역 4년, 박상진(64) 전 삼성전자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55) 전 삼성전자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내린 형량을 살펴보면, 재판부가 삼성측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검찰이 구형했던 형량에서 평균 60% 이상이 깎인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징역 12년이었던 구형량을 징역 5년으로 무려 58%가 감형됐다. 또 최지성, 장충기 전 사장은 모두 징역 10년형에서 징역 4년형으로 60% 감형됐다.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에 대해서는 검찰 구형량보다 각각 70%, 63% 낮춘 형량을 선고했다. 누가 보더라도 균형감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을 지난 2월 28일 기소하고 이날 선고공판이 열리기까지 178일 동안, 공소유지 활동을 이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1심 유죄 전부 인정할 수 없고 즉시 항소할 것”이라며 “상고심에서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법원은 오늘 유죄판단 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을 적용했다”면서 “법원은 오늘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정의를 최소한으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유죄가 가능하게 하면서 한국 대표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자는 취지의 판결”이라며 “사법정의보다는 ‘사법정치’가 앞서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1심 판결로 다급해진 쪽은 박 전 대통령이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혐의가 ‘유죄’ 심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수수죄 적용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법상 뇌물죄에서는 ‘뇌물 공여’보다 ‘뇌물 수수’가 더 엄중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중형을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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