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한국당, '이율배반, 뻔뻔스러움 그리고 부메랑'
홍준표와 한국당, '이율배반, 뻔뻔스러움 그리고 부메랑'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09.03 18: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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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9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 <iMBC 캡처>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내뱉은 말이 되레 불씨가 되어 스스로를 옥죄는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발언에 일관성이 떨어질 때는 ‘부메랑’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발언자의 신분이 정치 지도자라고 한다면 더욱 그렇다.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2일 있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정치인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우기에 충분한 것 같다. 비단 홍 대표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한국당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홍 대표는 이날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겨냥, “군사정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언론파괴공작”이라며 “MBC 사장을 비상계엄도 아닌데 그 정도의 사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유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MBC 노조가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감독기관이 조사를 위해 2~3차례 출두명령을 내렸음에도 붚구하고 김 사장이 이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김 사장은 아예 종적을 감춘 상태다. 숨어버린 범죄혐의자를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손잡고 방호벽을 쌓고 '사수대'로 서 있는 꼴이니, 자칫 공범자역을 자처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말이다.

공교롭게도 홍 대표는 과거 한나라당 대표시절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2차례 겪었다.

홍 대표는 2008년 7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시 KBS 정연주 사장의 체포영장에 관한 발언을 했다. 그는 “소환장을 두 번, 세 번 발부했으면 그 다음에 들어가는 절차는 법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 조사를 위한 영장발부는 법에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 눈치 보고, 언론사, 방송 눈치 보면서 무슨 공권력 집행한다고 덤비는 거냐. 검찰이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난 모르겠다”며 검찰의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어 2009년 3월 27일에는, YTN과 MBC 언론인 체포와 관련해 목에 힘을 주고 한 마디 했다.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그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정부가 언론탄압을 할 수 있겠나”라며 “법원에 적법한 영장을 받아 집행한 것을 언론탄압이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다 받았는데도 여기에 (언론이) 저항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그때와 비슷한데, 발언의 내용은 그와 정반대다. 요컨대, 과거에는 체포영장 집행을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단정한 반면, 지금은 언론파괴 또는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뻔뻔스럽기 그지 없는 발상이다.

좀더 상황을 들여다보자. 2008년 당시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사유는 배임혐의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은 배임혐의로 공권력을 동원해 정 사장을 체포했고, (그를) 더러운 인간으로 낙인 찍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5개월이 지난 2012년 1월, 정 사장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났다. 결국 '배임'이라는 있지도 않은 죄를 조작해 올가미를 씌운 다음, 정 사장을 강제 해임시켜버렸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MBC 김 사장은 부당노동행위와 관련, 지난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특별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부당전보 등 혐의가 사실로 입증돼 해직 노동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하는 등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 또한 영화 ‘공범자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듯이, 수많은 보도국 기자들이나 아나운서들이 전혀 엉뚱한 부서로 보복인사를 당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지속적으로 자행됨으로써 체포영장 발부에 정당성을 인정 받고 있다는 점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정치인 홍 대표의 발언은 전혀 다른 논리로 포장한다. 과거 KBS 사장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사법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치부한 데 반해, 지금은 그닥 중요한 혐의도 아닌데 정부가 적극 개입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홍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과거 자신들의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이율배반을 범하면서도, 여전히 아전인수,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민심은 관심 밖이고, 정기국회를 볼모 삼아 오로지 제 살길 찾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뻔뻔스러움과 무책임의 끝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우려하기는커녕 아랑곳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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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시다~ 2017-09-04 16:44:41
정문영 기자님같은 기자분들이 좀더 많이 계셨으면.

양심좀갖자 2017-09-04 12:37:35
자한당은 양심도 없네요 내년 선거.. 부메랑으로 돌려받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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