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특종은 기자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김선미의 세상읽기] 특종은 기자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7.09.07 04:5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KBS·MBC 동시파업, 충남도는 ‘통합브리핑룸’ 문제로 갈등

지난 주말, 몇 번이고 망설이다 <공범자들>을 봤다. ‘방송의 몰락, 10년의 전쟁’이라는 카피가 붙은 <공범자들> 역시 <7년-그들이 없는 언론>과 마찬가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공영방송의 잔혹사를 담았다.

올 1월 개봉했던 <그들이 없는 언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뉴스 전문 채널인 YTN 대신 국가 기간방송사인 KBS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MBC는 두 영화 모두에서 주역으로 등장했다.

<공범자들>을 보는 일을 망설인 것은 <그들이 없는 언론>이 준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아무리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고 권력의 맛이 달콤하다 해도 그렇게까지 완장을 휘둘렀어야 했을까.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분과 불이익을 받은 이들은 한 때는 스스럼없이 지냈을 회사 동료들의 눈흘김과 따돌림이 국가권력의 음모나 경영진의 겁박보다 더 무섭고, 서럽고, 참담했을 것 같다.

망가진 저널리즘, 권력도 침몰한다는 것 역설적으로 보여줘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 당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해직 언론인들이 감독한 두 다큐는 “언론이 침몰하면 권력도 침몰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전원 구조’가 아니라 아직도 ‘수백 명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현지 지역방송사의 리포트를 묵살한 채 정부의 보도자료를 받아 베껴쓰기를 강요한 보도국장, 부장들, 이런 선배 밑에서 “왜?”라는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린 기자들.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게 된 기자들.
 
방송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국민들이 “니들은 언론도 아니다”라며 돌팔매질을 할 때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범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몰라서 그랬지 신분상 온갖 불이익과 인간적 모욕과 수모를 겪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처절하게 싸워온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들이다.

공범자, 공영방송만의 문제? 지역언론은 과연 자유로운가? 

정권의 하수인, 언론 부역의 공범자들이 어디 전국 공영방송에만 있을까. 공간을 좁혀 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규모와 사안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지역 언론사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될수록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나오는 홍보비와 각종 사업보조금 등에 목을 매거나 지역 토호들과 결탁한 지역 언론사와 언론인들. 부역자, 공범자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론사가 기자들을 광고.영업사원으로 내모는 사이 회사의 이익을 앞세워 자신의 사익을 채우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래도 회사는 이를 제재하지 못한다. 공범, 공생 관계의 악연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KBS와 MBC가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2012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지역 방송사들도 참여했다. 정권의 시녀,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들이 제자리를 찾겠다며 동시파업을 벌일 즈음 지역에서는 기자실 개방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자체, 토호들과 결탁, 기자를 광고·영업사원으로 내몰아

충남도는 지난 7월, 지금의 중앙기자실-지방기자실-브리핑실로 구분된 기자실 구조를 '통합브리핑실'로 개편하기로 했다. 중요한 브리핑이 열릴 때면 자리가 비좁아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하는 비효율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기존의 일부 언론이 독점하던 기자실의 지정석을 없애는 대신 공간을 넓혀 등록된 기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통합브리핑실'은 평상시는 자유 취재석으로, 기자회견 때에는 브리핑실이 되는 개방형이다. 공간의 활용도를 높인 합리적 방안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부 출입기자단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지금과 같은 독점적 기자실 운영을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사이비 언론의 남발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들도 기자실을 별도로 두지 않는다. 기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통합브리핑룸’이 대세다.

사이비 기자? 판단은 기존 언론사 아닌 국민, 시민의 몫

사이비 기자? 이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언론이 아닌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기레기’로 불리는 이유가 언론사 규모가 작고 처우가 열악하고, 기자실을 지정받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언론부역자, 공범자, 기레기는 권력에 취한 언론 스스로 만들어낸 업보다.

무엇보다 기자실을 독점한 언론사들이 협업해 공동으로 특종을 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담합이 성행했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와 오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야말로 메이저 언론들이 기자실에 갇혀 담합한 참담한 결과이다.

위험천만한 광주에 왜 갔느냐고? “기자니까” 1980년 5월 광주의 참혹한 실상에 대해 국내 언론이 침묵을 넘어 왜곡할 때, 이를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단순명쾌한 답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오름 2017-09-07 11:28:49
소름 돋았습니다.

정국교 2017-09-07 09:14:15
김 선미 주필 님 !
시의적절하고 정의에 맞는 칼럼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