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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새로운 관계를 찾는 청년 화가 권영성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9.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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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16)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산책을 하며 바라보는 풍경 안에서의 길과 지도를 통해 보게 되는 길은 다르다. 산책을 하며 바라본 풍경에서의 길은 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 보도블록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풀과 살랑거리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어울려 한편의 수필을 이루는 요소라면 지도에서 찾아보는 길은 폭이 얼마이고 어떤 방향으로 뻗어 어느 장소와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어떤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보전달체계에 가깝다. 같은 장소를 표현한 지도와 잘 그린 풍경화를 놓고 어느 것이 더 아름답냐고 묻거나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냐고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실용성과 예술 사이에 놓인 깊은 간극 위에 다리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다. 사물의 아름다움을 도식화해 보여주면서 목적성과 예술성 중간의 어딘가에 머무르지 않는 예술을 추구하는 한 시각예술가의 작업이 그것이다.

    작가 권영성은 어린 시절 대전으로 이주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친 대전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도 대흥동 어느 건물 안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의 역사를 정리하자면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으며 지금 화가로서 어릴 적의 꿈을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말로 정리된다. 그는 이런 면에서 아주 심플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작업실 또한 그런 그의 역사를 닮아있었다. 화가의 공간으로는 크지 않은 작업실은 작업 중인 두 점의 큰 그림이 한쪽 벽을 꽉 채우고 있는 공간과 간단한 임시침대와 책상이 놓인 공간 둘로 나뉘어 있었다. 여기저기 아크릴 물감을 담은 여러 개의 작은 플라스틱 통들이 놓여있었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예술가의 작업실처럼 사방에 물감이 튀어 있거나 구겨 던져버린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가득하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실은 그의 그림과 닮았으며 그의 생활의 표현이었고 그가 말을 아낀 자신의 역사처럼 곁가지가 없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멀리서 볼 때는 피자인가 싶다가도 조금 가까이 다가가면 피자 모양의 지도로 바뀌는가 싶더니 지도 모양 피자로 꿈틀거린다. 작은 도로처럼 구불구불 나아가는 길들 위에는 도로들의 번호도 있고 다시 치즈, 옥수수, 올리브까지 찾아볼 수 있다. 피자 위의 온갖 재료가 지명으로 둔갑한 것이다. 피망 국립공원과 햄 개발구역까지 찾아보고 나서는 피자 지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자뿐 아니다. 귤, 짜장면, 파리채에 재떨이까지, 온갖 사물과 대상들이 지도의 형태와 규칙을 가지고 펼쳐져 있다. 왜 파리채로 지도를 만들었는지 직접 물어보았다.

    “지도는 어떤 장소나 길을 사람들에게 보기 편하게 전달하는 목적을 가진 거잖아요. 위성사진보다 지도를 찾아보면 길을 찾기 쉽거든요. 실제를 기호화하고 도식화함으로 실제보다 본질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작용을 지도가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도의 형식을 차용해 제가 그 대상에서 느끼는 주관과 함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들을 표현해봤어요. 사물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기에 가장 명확한 방식인 거죠.”

    가슴을 시키는 것은 머리이다

    그가 도식화하는 것은 지도뿐만이 아니다. 그래프와 인체 해부도도 그의 예술세계를 이루고 있는 큰 부분이다. 그가 이런 그만의 독특한 표현양식을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한 때는 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도나 그래프가 사람들이 미적으로 바라보는 대상들은 아니다. 길을 찾기 위해 또는 대상들 간의 수치적인 관계를 쉽게 알아보려는 목적과 실용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만 그는 그 기호성과 관계를 표현하는 규칙 안에서 나름의 미학을 발견했다.

    “선과 기호, 색, 간결한 단어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전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봤어요. 어떻게 보면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질서정연하고 규칙적인 하나의 작품인 거죠. 그래서 세상의 사물들을 지도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제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지도같이 간결하고 압축된 정보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용적이거나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죠. 제가 보는 주관적인 세상을 담은 공간이니까요. 그 안에서 대상에 대한 제 관점과 관객들의 상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유쾌한 길 찾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거칠게 말해 이과적 소재들을 차용한 데에는 그가 가진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바로 이런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이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라, 무엇이든 가슴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무엇을 느낀다는 것도 사실 전부 뇌에서 느끼는 거고, 가슴이 심하게 뛰는 것마저도 뇌의 작용 중 하나인 거죠. 그런 부분에 저는 더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2014년에 과학자들과 함께 했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한창 그래프의 형식을 차용해 작업을 하던 중이었고 마침 수리과학연구소의 수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내용과 형식에서 더 깊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그래프 형식의 작업들은 수학적 그래프의 형식을 가져왔지만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생활과 밀접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수리적인 원리가 가지는 형상을 이용해 세상을 이루는 요소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얽혀있는지 보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 미술은 다양한 형식과 표현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미술도 그렇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 권영성은 회화를 고집하고 있다. 더욱이 지도나 수학적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더 다양한 방법도 있을 듯 했다. 역시 그도 많은 형식들을 겪어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사진도 설치미술도 영상작업도 모두 거쳐봤죠. 대학에서도 꼭 회화 하나만 배우진 않아요. 그렇게 다른 매체들에 푹 빠져서 한동안 그림에 손도 대지 않았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회화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다시 그림을 그려보려고 붓을 잡았는데 어렵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른 작업들도 물론 그렇지만 그와 다르게 다시 어려웠어요. 늘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작업하는 과정 안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또 발전해나가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제 그림을 보면 굉장히 계획적인 그림처럼 보이거든요. 실제로도 많은 계획이 필요한 그림이기도 한데, 캔버스를 마주하고 그림을 그려가다 보면 그때그때 계획과 달라지고 개선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산과 아파트의 관계 그래프
    왕복6차선도로와 높이의 관계 그래프
    자장면 부분
    자장면

    일관성을 가진 변화

    대전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에 선정되어 작업을 한지 2년차인 작가 권영성은 지원을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작업 스타일과 같게 심플했다.

    “다른 작가들은 보면 해외로 연수도 다녀오고 여러 방면의 작가들과 교류하고 그랬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이렇게 작업했어요. 그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작년에도 올해에도 제 작업을 했습니다. 딱히 특별한 것 없어요. 이렇게 재료 사고 그림 그렸죠.”

    작가 권영성에게는 그의 작업이 제일 중요했고 그래서 쭈욱 그림을 그려왔다. 명쾌하다. 명쾌한 그의 전시회가 가을에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왔던 것은 아니라고 인터뷰이의 잘못된 질문을 바로 잡았다.

    “순서가 바뀐 게 아닐까요? 아티스타 때문에 전시회를 여는 게 아니라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타가 많은 도움이 된 거죠. 사실 지원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요의 느낌이 없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제 본질적인 것을 하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덕분에 작업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이번 10월에 대전 예술가의 집에서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그간 변화된 주제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피자군도지도 부분
    피자군도지도

    그의 그림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방향성은 ‘차용’이다. 현대미술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론이지만 그는 이미지 자체를 차용하고 있지 않다. 큰 틀에서 지도나 그래프라는 형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작은 부분이 존재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얽혀있다. 그가 전한 말대로 세상의 대상들 각자가 가진 개별적인 수치를 통해 자의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의 그림은 큰 틀에서 유머러스한 은유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아래 구조에는 여러 가지들이 올망졸망 다투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제 그를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조금씩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지금 지도와 그래프, 그리고 인체 해부도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 사물의 지도를 그리다 보니 서로 연관되어 인체 해부도도 그리게 되었고 그래프까지 넘어왔지만 다시 멈추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가 하고 싶은 일도 바로 이런 것이다. 원래의 세계와 철학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 그렇게 큰 일관성 안에서 당당하게 새로운 자신을 생산하는 일, 이것이 그의 그림이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건물들의 높낮이가 그래프로 보이고 보도블럭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풀에서 한 장 지도를 본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and3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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