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자살 무감각…지나친 경쟁·도태 우려"
"한국 사회 자살 무감각…지나친 경쟁·도태 우려"
충남도 '자살예방 대토론회' 각계 전문가 진단…“인간적으로 살아갈 구조 갖춰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09.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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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살예방 대토론회 및 심리사회부검 결과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굿모닝충청 내포= 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뭘까?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 대책은 무엇일까? 

8일 오후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살예방 대토론회 및 심리사회부검 결과발표회’에서는 이 같은 화두에 대한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권영철 CBS 선임기자와 최명민 백석대 교수, 이명수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해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먼저 권영철 선임기자는 “자살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자살에 대해 너무 무감각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선임기자에 따르면 자살률이 크게 낮아진 핀란드의 경우 자살이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했다는 것. 권 선임기자는 “언론은 자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고, 이웃이 자살했을 경우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살에 대해 관대한 것도 문제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 유가족이 겪게 된 아픔을 함께 다뤘다면 파장은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자살에 대한 미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명민 교수는 “IMF 사태 이후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민 교수는 “IMF 사태 이후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라며 “IMF 체제 하에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이 바뀌게 된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해 모든 영역에서 경쟁과 평가가 시작됐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경쟁이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나보다 못한 사람은 빨리 도태되어야 하는, 성공하는 사람도 언제 내려갈지 알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자살은 결국 자신을 공격하는 행위다. 도태된 사람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적 흐름이 자살률 상승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명수 센터장은 최 교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경쟁이 심한 곳이 미국인데, 국가자살률은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적자생존의 정글인 맨해튼의 경우 자살률은 서울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극한 경쟁으로 인한 문제로만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명수 센터장은 최 교수의 주장에 일부 반론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경쟁이 심한 곳이 미국인데, 국가자살률은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적자생존의 정글인 맨해튼의 경우 자살률의 서울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자살 관련 보도를 봤을 때 ‘그럴 만도 하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 자살률 고공행진의 원인이 된 것 같다”며 “꽤 높은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자살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과 앞으로의 대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권영철 선임기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 관련 정책이 있다고 얘기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올해의 관련 예산만 봐도 우리는 100억 원인데 일본은 7500억 원에 달한다. 인력과 예산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권 선임기자는 또 범국민적인 운동을 통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 때 1만4000명에서 5000명으로 대폭 줄어든 사실을 언급한 뒤 “자살자를 1만 명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수 센터장은 “우울증을 다른 경제적 문제나 사회적 요인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있다. 이는 층을 달리해서 평가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을 표로 만들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전혀 차이점을 찾을 수가 없다. 문제는 양(예산과 인력)이다”라고 지적했다.

권영철 선임기자는 “자살자를 1만 명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센터장은 “충북 충주시의 경우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약을 처방해줬더니 3년 만에 자살률이 20~30%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며 “특정 지역,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재정을 늘려야 한다. (결국엔) 정책 우선순위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명민 교수는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이 센터장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뒤 “특정인이 자기 기분을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우울증과는 달리 (자살은) 상당히 객관적인 원인이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의 위험성을 알리고, 정신과 치료와 연계하는 것이 자살예방의 주요 정책이긴 하지만 일정한 부작용도 있다”며 “도태된 사람들이 자살로 마감하는 사회라고 알게 된다면 ‘강인해야 살아남는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측면이 있다. 경쟁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 구조를 바꾸지 않고 ‘우울증 환자들은 치료 받아라’는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며 “도태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구조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자살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도 고일환 복지보건국장과 강흔구 건강증진식품과장을 비롯해 오중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과 센터 관계자, 각 시‧군 보건소 및 자살예방 담당자, 청운대 간호학과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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