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희 기자]김찬경(56)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횡령한 회삿돈 56억원을 훔쳐 달아났던 용의자가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1년만에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구절도) 혐의로 그의 건물 관리인였던 김모(57)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김 전 회장과 초등학교 동기로 50년지기 친구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전 2시께 김 전 회장 소유의 건재고택(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내 주차장에 주차된 김 전 회장의 차량 뒷 유리창을 깨고 그 안에 있던 56억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5만원권 복사용지 10박스에 담아 보관
김 씨가 훔친 돈은 김 전 회장이 미래저축은행에서 횡령한 돈의 일부로 김 전 회장은 회삿돈 56억원을 5만원권으로 인출해 A4용지 박스 10개에 담은 뒤 김 씨에게 이를 보관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김 회장이 차를 서울로 갖고 올라와 돈을 싣고 별장(건재고택)으로 가게 했다. 이때 김 회장이 '회사가 곧 부도날 것 같고 나는 해외로 가야겠다'고 말해 나도 끝이다 싶어 돈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김씨는 김 전 회장이 도난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도난 직후 그날 인근 횟집 주인을 시켜 경찰에 "횟집 주방장이 가게 돈 3500만원을 훔쳐 달아났으니 잡아달라"는 내용으로 신고케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금방 피해자가 횟집 주인이 아니라 김 전 회장이고 피해액도 56억원에 달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연녀에게 '펑펑', 1년동안 24억 탕진?
사건 직후 김씨가 사라졌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은 물론 경찰도 김씨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김씨의 내연녀 송모(45)씨도 추적했지만 허사였다. 김씨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송씨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 김씨는 송씨가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품을 구입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고 절취한 현금을 사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훔친 돈 대부분을 곧바로 경남 거창의 한 야산에 묻었다가 6개월 후 지금의 은신처인 경기도 모 오피스텔에 옮겨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신처인 오피스텔 계약도 가명으로 하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가용 대신 영업용 택시만 이용했다.
경찰은 최근 김씨와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김씨와 내연녀 송씨를 검거했다. 은신처에서 5만원권 현금 약 31억 9000만원도 압수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동거녀에게 생활비로 매달 수백만원씩 주고 유흥비로도 일부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영업정지를 앞두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인출하고 여러 건의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로 지난해 구속됐으며 올해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수사가 계속되자 김 전 회장은 밀항을 시도하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