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로,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뜻)라고 했던가?
사실상 이미 예고되었던 상황이긴 하나, 자유한국당이 한때 당의 대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우기에 본격 착수했다. 이른바 자신들만이라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일단 자진탈당으로 압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당에서 내쫓는 ‘출당’의 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3차 혁신안에는 친박계(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최경원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내용도 포함됐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당원 제명을 위해서는 윤리위원회,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여기에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제적보다 하나 낮은 단계인 탈당권유를 받은 경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제명된다.
대표 취임과 함께 홍 대표가 밝혔던 구상을 드디어 행동으로 옮기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박근혜 혹부리’를 떼어내지 않고서는 자력갱생에 자신 없다는 절박함의 발로로 보인다. 그야말로 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을 향유했던 친박세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쫓겨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가히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1년 사이에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류 위원장은 이날 특히 다른 친박계 의원들 대해서도 경고를 날렸다. 그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전횡을 부린 나머지 의원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혁신위는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 발표 직전 열린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는 홍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을 하나로 모을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이장우 의원도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 당을 왜 또다시 둘로 나누려고 하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의) 1심이 예정돼 있고, 의원들의 다수 의견이 10월 중순 이후로 하자는 요청이어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 리스트가 다시 나돌고 있다. 이들에 대한 옐로우 카드가 제시된 터여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