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할 수 없는데…”…귀 막은 대전 상수도본부에 ‘울분’
“도저히 할 수 없는데…”…귀 막은 대전 상수도본부에 ‘울분’
세종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서 “불가능한 시공 방법 내세워”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9.13 15:26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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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지난 12일 대전과의 경계 지역인 세종시 금남면 달전리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이곳은 대전에서 세종시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가 진행돼야하는 곳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공사 소음은 들리지 않고 인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곳곳에선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하자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맡기려한다”며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실제 공사 현장 모습. 용수관로가 SK판넬 1단 버팀목 부분에 부딪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진=이정민 기자

손상 피해야하는 용수관로, 높이 낮은 흙막이 탓에 설치 답보

시공사인 A업체에 따르면 대전시 유성구 용신교 네거리에서 세종시 금남면 장재리까지 용수공급관로를 설치하는 이 사업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갔다.

발주처인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로부터 공사를 따낸 A업체 역시 공사에 들어갔지만, 암초에 부딪혔다.

용수관로를 땅 속에 설치하려면 조립식 간이 흙막이를 세워놓아야 한다. 이는 2m이상 굴착 시 인부들의 안전을 위해 무조건 설치돼야하는 시설이다. 설계상 이 현장에선 조립식 간이 흙막이 종류인 ‘SK판넬’이 사용되고 있다.

SK판넬 사용 자료사진.

문제는 버팀대 2단으로 구성된 SK판넬(높이 1단 1.5m, 2단 2.5m)에서 용수관로(길이 6m, 지름 135㎝)를 설치하려면 관로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포크레인으로 용수관로를 땅으로부터 살짝 들어 올린 뒤 밀어 넣으려 했지만, 땅에 끌리거나 SK판넬 1단 버팀목에 용수관로가 부딪혔다.

현장 관계자들은 “안 되겠다. 빼”라며 다급하게 외쳐 공사가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용수관로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반대편에서 줄을 연결, 끌어버리는 방법도 관로의 손상 우려 탓에 불가능하다.

용수관로가 손상되면 추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용수관로는 부식 방지를 위해 전기 방식 코팅으로 뒤덮여져 있다. 그런데, 시공 중 땅바닥에 끌리거나 부딪혀 피복이 벗겨지면 마그네슘 자재가 금방 소진된다. 이럴 경우, 40~50년 사용될 용수관로는 금방 하자가 발생한다.

"차량 통행 막는 카고크레인 불가…지반 약해 터파기 깊게 못해"

이외의 방법도 불가능하다는 게 A업체의 설명이다.

위에서 아래로 시설물을 꽂아버리는 카고크레인은 2차선을 차지하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막혀  사용이 불가능하다. 

설마 가능하다 해도 SK판넬의 상단 버팀목 부분을 빼야한다. 이 부분을 빼면 6m의 여유 공간이 생기지만, 용수관로 길이(6m)도 똑같아 설치가 불가능한데다 안전문제도 우려된다.

또 터파기를 넓고 깊게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지반이 단단한 곳은 문제가 없지만, 약한 곳은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다.

이처럼 SK판넬으론 어떤 방법이라도 용수관로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게 A업체 입장이다.

해당 공사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용수관로 설치 용이하게 설계 변경 요구했지만…

A업체가 요구한 TS판넬.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이정민 기자

이에 따라 A업체는 버팀목이 1단 밖에 안 돼 용수관로가 들어가기 쉽고 길이 조절까지 가능한 ‘TS판넬’로 변경을 상수도본부 등에 요청했다.

실제로 지난 7월 TS판넬로 시험 시공한 결과, 용수관로 설치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게 A업체 설명이다.

하지만 “초정밀 공법으로 시공하라”는 부정적인 답변만 오고 가자 A업체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공사도 수차례 중단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상수도본부는 공사가 불가능하고 추후 하자가 명백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공방법을 제시했음에도 책임을 시공사에게만 떠넘기려 한다. 모든 책임은 시공사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관손상에 따른 유지관리비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이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4월까지 세종시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가 설계변경을 안 해주는 것은 아니다. SK판넬로 시공이 어려울 뿐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감리단에서도 검토를 했다”며 “시공사 측에서 용수관로 손상부분 개선책을 마련해서 공사를 해야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한편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는 상수도본부에서 올 5월 발주했다. 신탄진정수장 여유용량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거점지구와 세종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게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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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2017-09-16 00:02:53
아니땐 굴둑에 연기날까!!
관급자재 선정부터 시끄럽더니 앞으로 이런 저런 문제가 더 없으리라는 법은
없겠쥬ㅉ ㅉ
차라리 기술적인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문제(갑질)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이진섭 2017-09-15 11:41:24
설계서에 명시된공법이라도 시공성에 문제점이 있는공법은 설계공법과대체공법을 선정하여 시험시공하여야 하며,시험시공시 효율적인공법을 계약당사간(발주처,도급자)의 협의에 의하여 설계변경 하는것이 타당합니다.
시공성과안정성이 우선되어야하며,지금이라도 발주처,감리단,시공자가 머리를 맞대고 적정공법을 변경하는것이 타당합니다. 원활한 공정을 위해서도 일방통행식 업무처리는 더큰 문제점(공기,하자,안전사고)을 발생시킬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나그네 2017-09-15 11:39:22
시대가 변하면서 모든 현장에는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하여 더 안전하게, 더 품질을 좋게 할수 있는것을 시공하여야 합니다. 몇십년전에 하수관이나 작은구경들에나
적용해서 사용하는 SK판넬을 아직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안전하고 시공성이 좋은 TS판넬을 적용하면 품질도 더 좋아질텐데 말입니다.
작업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작업을 진행시키는 발주처와 감리의 행태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잘해결되길 기원합니다.

건설인 2017-09-15 11:16:50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한사람으로서 안타깝네요.
무엇보다 품질과 안전이 우선입니다.
더 낳은 공법이 있다면 기존 공법도 과감하게 변경 할 수 있어야 기술자죠.
발주처와 감리,시공사가 힘을 합쳐 공기내에 준공하여 세종시민에게 차질없는 용수가 공급되기를 바랍니다.

0무도리 2017-09-15 11:01:48
갑질의 정석인것 같네...
ㅋ 이건 나만살면 되고 아랫것들은 죽어도 된다는 건가?
기사대로 유지관리상의 문제가 발생되면 또 세금으로 땜방하는거 아냐?
시민, 국민이 봉이구만... 아 세상 살기 뭣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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