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아트라운지가 생겨난 이유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아트라운지가 생겨난 이유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9.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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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지난 8월 24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는 ‘아트라운지 선보이다’라는 이름표를 단 행사가 열렸다. 예술적 의욕으로 가득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창작센터이기에 이 자리가 무슨 내용으로 열리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새록새록 추억이 돋는 옛 골목을 따라 테미고개를 오르면 테미공원의 곁을 끼고 있는 아담한 건물을 만난다. 원래 30년 동안 테미도서관으로 사용되던 공간이 2014년 3월, 시각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레지던시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가들을 위해 둥지를 마련한 공간은 단순히 예술가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역량을 키우는 일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의 눈을 통해 원도심을 중심으로 오래된 도시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예술적으로 다시 창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의 시민들에게 예술적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도 우리 젊은 작가 5명과 더불어 독일과 프랑스, 헝가리에서 온 3명의 외국작가들이 이 테미언덕 위에서 열정적으로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자료실로 쓰였던 공간이지만 사용 효율이 저조했던 테미예술창작센터 1층이 상설전시장의 역할을 가지면서 체험과 아카이브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자리였다. 아트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인 이 공간이 단순히 모습을 달리하고 용도가 바뀐 것이라면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 전 테미예술창작센터의 팀장으로 새 임무를 맡은 임창웅 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예술을 창작하는 작가와 세계가 만나는 새로운 창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저기 갤러리들이 많이 있지만 아트라운지는 직접 작가가 창작하는 공간과 연계되어 있으면서 개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예술을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곳이 될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함께 할 포용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존재 목적과 맞는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면서 아카이브 역할도 하는 거죠. 또 이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심을 가지고 테미예술창작센터를 찾는 방문객들과의 관계도 깊어질 것입니다.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딱딱한 격식을 가진 전시공간이 아니라 편안하고 친근하게 함께 작품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공간으로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작게 치러진 행사이지만 이날 행사의 내용들은 이런 의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행정적으로 센터를 지원하는 공무원이나 대전문화재단의 원장, 지역 문화계 인사들뿐 아니라 주변에 사는 시민들과 마을 활동가들이 많이 참여해 같이 벽을 따라 둘러서서 행사를 지켜보고 또 참여하는 모습은 바로 이런 취지와 어울리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아트라운지가 문을 열면서 동시에 전시되는 첫 작품은 올해의 입주 작가 중 김연희 씨의 ‘치유의 방; A wandering nomad’이다. 정착생활을 한다고 믿고 있는 현대인은 사실 방랑하는 유목민이었다는 생활 속의 깨달음에서 이 작품은 출발한다. 끊임없이 어디론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그 움직임과 또 주변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은 이미 자연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철저하게 짜여 돌아가는 움직임은 이미 스트레스를 만드는 원천이며 이때 스치는 풍경들은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찌들어가는 배경으로 전락한다. 작가는 그래서 혼자 웅크리듯 들어가는 작고 향기 나는 공간을 상상하고 그곳에서 흠뻑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을 내어놓았다.

김연희 씨가 선보인 치유의 방은 4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얀 천을 재료로 온전히 만들어진 작은 방이 하나 있고 그 안에는 향기를 가진 나무로 만든 작은 박스가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이 들어가 편한 자세를 잡으면 마치 태아처럼 편안하게 잠이 들 것 같은 품이 된다. 아트라운지에 있는 나머지 세 개의 구석에는 벌집형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있고 이 구조물은 여러 가지 영상들을 보여준다. 영상은 다름 아닌 우리의 일상이다. 이곳저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모두 무심히 지나간다. 바쁘게 뛰어가 탄 지하철 안에서는 피곤해 보이는 발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미 없이 방랑하는 현대인과 이를 치유하는 하얀 방이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행사의 시작은 독특했다. 방문객들은 벽을 따라 아트라운지를 둘러서고 ‘치유의 방’을 둘러싸고 오색 종이테이프가 바닥에 놓여있다. 아트라운지라는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는 순간이자 현대인을 치유하는 ‘치유의 방’이라는 첫 전시의 시작을 참가자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종이테이프를 들고 일어서 모두 함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짧은 인사와 축하가 이어지고 나자 참가자들은 지하 전시실로 안내받는다. 그곳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테미예술창작센터와 대전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아트 Go 창작高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각예술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과 센터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만나 집중적으로 현장예술을 체험하는 기획이다. 과거 단순한 회화 중심의 시각예술에서 시대의 특성과 고민을 담아내는 다양한 설치작업과 벽화 등을 볼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작품은 새장이 아닌 새장의 그림자에 갇힌 새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현실이 아닌 마음의 감옥에 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아트 Go 창작高 프로젝트’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을 투사하는 벽을 지나면 몇 개의 벽화를 만나고 다음 전시실로 꺾이는 복도 앞에서는 빨간 털실로 만들어진 작은 스파이더맨을 만난다. 마주보는 두 벽 사이를 거미줄로 연결하고 그 한가운데 거꾸로 매달려 관람객을 바라보는 스파이더맨은 모두의 입에 슬그머니 웃음이 베어나게 만들고 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이렇게 지역과 소통하는 기획을 많이 가지고 있다. 11월까지 운영되는 지역리서치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시각으로 지역을 연구하고 대전이 문화예술 자산을 발굴하는 기획이다. 지난 사업으로 소제동 철도 관사촌과 대전 형무소를 집중 연구하여 지역의 예술적 자양분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마쳤다.

또한 입주 예술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 예술에 관한 질의와 응답을 가지는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하고 있다. 창작공간 네트워크 포럼이나 테미 무비나이트처럼 더 친근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지역연계 프로그램도 있으며 중학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청년예술가 테미여름캠프도 성황리에 마쳤다.

예술은 현실을 소재로 하지만 현실이 가진 이면을 들쑤시고 아픈 현장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만든 배경을 고발하기도 하고 현실이 나아가야할 진정한 방향을 고민하면서 부조리한 부분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이상향을 얘기하기도 한다. 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전에는 대전이라는 현실이 있다. 그 현실에는 대전이라는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장점도 있지만 대전이기에 바깥사람의 눈으로 냉정하게 들어야하는 면모도 있다. 이렇게 예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업을 대전에 있는 테미예술창작센터가 후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가 거듭될수록 입주하기 위해 지원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무슨 작업을 하는지 대전이라는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10월 9일까지 상시적으로 전시되고 있는 입주 작가들의 개인전을 불러보고 11월에 이어지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 보고전도 찾아가보자. 그들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면 예술은 우리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온다. 우리는 관심으로 그들을 격려할 수 있으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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