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⑥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달라진 아이들… “땀 흘린 만큼 행복해요”
[특별기획]⑥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달라진 아이들… “땀 흘린 만큼 행복해요”
[굿모닝충청-대전시교육청]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프로젝트 “운동장도 교실이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9.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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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2016년 기준 대전에서는 총 300개 학교에서 7471개의 학교스포츠클럽이 운영됐다. 17시간 이상 활동 참여율도 초등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체 학생 수 17만 7100명 중 87.2%인 15만 4400명이나 된다. 학교스포츠클럽이 처음 태동한 지역답게 전국적으로도 교사들의 의지나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운영방식 역시 단순한 스포츠 동아리를 넘어 종목별 ‘교내리그, 거점리그, 교육장배 대회, 교육감배 대회, 전국대회’로 이어지는 경기를 통해 학생·학교·지역 간 다양한 교류의 장이 되고 있으며, 체육회 및 공공기관 지원사업을 연계한 체험활동도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체육활동을 통한 체력증진은 물론 인성·학업·교우관계 등 다방면에서 기대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면서 성적과 입시 위주의 왜곡된 학교문화를 개선할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대전지역 초·중·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학생과 교사들이 느끼고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봤다.
 

전교생이 학교스포츠클럽… ‘7560+운동’ 선도학교 대전대동초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갈등이 사라졌어요. 전에는 종종 싸우는 일도 많았는데, 이제는 서로 어울려 운동을 하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또 수업 전에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져서 공부도 더 잘돼요. 학원 다니고 하려면 좀 빡빡하긴 하지만 시간을 나눠 쓰더라도 운동은 계속하고 싶어요.” (농구팀 5학년 이정윤 학생)

대전대동초등학교(교장 정헌권)는 학생들의 기초체력 증진을 위해 학교스포츠클럽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농구·피구·축구·배드민턴·육상 등의 종목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데, 여자농구팀의 경우 최근 대전교육감배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11월 경북 상주에서 열리는 전국대회 대전대표로 선발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 학교에서 주목할 부분은 ‘7560+운동’으로, 학생들의 건강체력증진을 위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일주일에 5일, 60분씩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대전대동초는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50분까지 자율적으로 건강달리기 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10시 30분부터 50분까지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중간놀이를 진행한다.

저학년이 경우 주로 줄넘기와 전통놀이, 고학년의 경우 걷기와 달리기를 하는데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건강열매, 체력나무, 운동씨앗’ 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학년별로 색깔을 맞춰주기도 했다.

정헌권 교장은 “아이들이 아침자습 대신 운동을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얼굴이 해맑아져 학교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며 “수업 전에 스트레스를 풀고 몸도 개운해지다 보니 교실에서의 다툼이 줄고 학업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운동을 통해 수줍음이 없어지고 적극적 성격이 되다 보니 이제는 교장실로 찾아와 새로운 종목을 만들어달라고 하는가 하면, 방과 후엔 자기들끼리 알아서 팀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적극적으로 학교스포츠클럽의 매력을 설파했다.

정 교장은 이어 “어려서의 운동습관이 결국 평생체육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한 뒤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주어진 규칙에 따르는 사회성 배양을 몸으로 직접 느껴가며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은 학교스포츠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학교스포츠클럽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여자농구팀 5학년 이정윤 학생은 “작년 5월에 창단해 대회엔 처음 나갔는데 우승을 하니 얼떨떨하다. 성적을 떠나 학교를 대표해 경기에 나갔다는 것이 평생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기 중에는 서로 밀치고 막아가며 승부욕이 앞서긴 했지만 끝나고 나서는 상대방이 먼저 축하한다고, 전국대회에서 잘 하고 오라고 격려를 해줬다”며 “지더라도 우리가 부족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경기를 통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으니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해 할 것”이라고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 스스로’ 학교스포츠클럽을 만든 대전법동중

“저는 낯가림 엄청 심했는데 넷볼을 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이 됐어요. 얼마 전엔 넷볼협회에서 주최한 전국대회도 다녀왔는데 서울·경남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지금도 SNS를 통해 서로 격려해가며 연락하고 있어요. 살도 많이 빠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가장 좋은 건 교우관계나 성적에 스트레스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땀 흘린 만큼 행복해졌어요.” (넷볼팀 2학년 김우림 학생)

대전법동중학교(교장 황선명)은 한 학년에 8학급씩 총 550명 정도의 학생들이 반 대항 점심리그를 통해 학교스포츠클럽을 즐기고 있다. 자기 반 차례가 아니더라도 모두 참여해 관람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다보니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소소한 사건과 다툼도 현저히 사라졌다.

학교스포츠클럽으로는 축구·배드민턴·탁구·연식야구·넷볼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넷볼팀은 학생들이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특이한 경우다.

지난해 체육시간을 통해 넷볼을 경험한 학생들 7~8명이 올해 학교스포츠클럽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처음 하는 종목이었지만, 이런 열정 덕분에 얼마 전 교육장배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교육감배 대회까지 출전했다. 비록 입상권엔 들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올해 가장 큰 성과이자 추억으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학교엔 실내체육관이 없어 순전히 운동장에서 간이골대를 세워놓고 아침저녁으로 뛰면서 일궈낸 성적이기 때문이다. 교육장배 대회에서 받은 메달을 한동안 매일 걸고 다닐 정도로 학생들은 스스로 일군 성취감을 만끽했다.

 넷볼팀을 지도하고 있는 서유정 교사는 “사실 다른 학교에 비해 시설이나 여건이 열악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구성해 순수하게 자율동아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학교스포츠클럽 보다 참여도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며 “오히려 비가 오는 날이면 연습을 못하게 된다고 실망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생활태도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서 교사는 “아이들이 아침에 운동하면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안 잤다고 하는 경우가 많고, 또 오후에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미리 예습을 해오는 등 수업시간 집중력과 자기관리 능력이 상당이 좋아졌다”고 한다.

학생들도 “운동하다보면 개운해지고, 아침에 일찍 오니 오히려 잠이 깨고 공부도 잘 된다. 집중이 잘 되니 성적에 관계없이 수업이 재미있다”며 “넷볼을 시작하고 평균점수가 14점이나 오른 아이도 있고, 1학년 전교 1등도 우리 팀이다. 그러다보니 부모님들도 만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신다”고 자랑을 한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다보면 감정이 생길 수 있지만 금방 서로 사과하고 치유하고 넘어간다. 사이 안 좋은 친구가 오히려 서로 넷볼을 포기할 수 없어 언제 그랬냐는 듯 친해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 교사는 “다른 교과도 존재 의미가 있지만 체육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는 분명히 있고, 체육이야말로 초·중·고 자라나는 시기 정말 중요한 가치와 문화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며 “단순한 경기지식과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내가 좋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로 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전에는 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고, 경기에서 탈락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평소에도 다양한 경기경험을 할 수 있어 승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며 “단순히 운동과 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크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학교스포츠클럽 교내리그를 ‘전교생 축제’로 가꾼 중일고

“고등학생이다 보니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나 입시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운동의 장점이 그런 것 같아요. 몸으로 뛰면서 땀 흘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그러고 나면 집중이 잘 되고 체력적으로도 뒷받침이 되니, 오히려 공부하는데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배구·농구팀 2학년 박재진 학생)

중일고등학교(교장 노기현)은 올해 교내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시범학교에 선정될 정도로 학교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올해 교육감배 대회에도 축구·풋살·넷볼·배구·농구·창작댄스·탁구 등 7개 종목이나 출전한다. 또한 ‘1학생 1스포츠’를 통해 걷기, 줄넘기, 턱걸이, 제기차기 등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중일고의 경우 학교스포츠클럽은 수업과 연계된 교육과정과 체육예술활동 학생운영자치회가 주도하는 교내리그가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학급별로 배구수업이 진행되면 이후 교내리그를 개최해 학생들 간 실력을 겨루는 방식인데, 리그대회 활동 전반에 대해서는 학생운영자치회가 주관토록 하는 방식이다.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 뿐 아니라 나머지 학생들도 자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스포츠문화 깃발과 응원도구를 만들고, 사진과 UCC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홍보포스터와 기사문 작성, 시화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통과 협력, 기획과 실행을 통한 학생자치의 일부분이다.

이렇게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스포츠클럽 리그를 통해 교실에서 소외된 학생들은 친구관계가 개선되고,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없어 나서기 꺼려하던 학생들도 은연중에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교사와의 관계개선도 큰 효과다.

이와 별도로 평소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저녁시간 종목별 활동시간을 정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2시간씩 각자 원하는 종목을 배울 수 있도록 체육관을 개방하고 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조정하고 계획을 세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다보니 자기주도적인 생활습관이 몸에 배이게 됐다.

일주일에 15시간가량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하고 있다는 2학년 박재진 학생은 “1학년 때는 풋살, 2학년에 올라와선 배구와 농구를 하고 있는데, 물론 남들보다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긴 하지만 학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며 “운동을 하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체력적으로도 공부하는데 지구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서먹한 친구들과도 같이 운동을 하면서 친해 질 수 있고, 선후배 관계도 좋아진다. 특히 각종 대회에 나가서 느끼는 성취감은 학교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중일고는 또 청소년기 국제적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국제대회에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넷볼선수권대회에 중일고 학생들이 한국대표로 출전한 것도 이런 이유다. 10개 나라에서 10개 팀이 참여했는데, 당시 경기에 나섰던 학생들은 각국 선수들과 친구가 돼서 지금도 SNS를 통해 서로 교류하며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 학교 김성찬 교사는 “우리학교는 교내리그나 대외경기 못지않게 학생들의 문화체험에 주안을 두고 있다”며 “실제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대회를 보고 기사문을 쓰거나 시화전, 응원문구 만들기 등 다양한 동참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이 바로 요즘 대세로 떠오른 융합교육의 시작이자 창의적 인성교육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의 고교 현실에서, 특히 여학생이 운동을 하면 ‘운동선수 하려고 그러냐, 국가대표를 할 거냐’는 식으로 비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에서 스포츠클럽 활동을 평가항목으로 인정하고, 운영방식도 동아리의 틀을 벗어나 독립된 교과분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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