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몸의 언어를 표현하는 무용가 강윤찬 씨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몸의 언어를 표현하는 무용가 강윤찬 씨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9.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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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17)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뮤지컬 ‘캣츠’는 엘리어트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캣츠’는 198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이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뮤지컬 한 번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이들도 거리에 붙어 있던 캣츠의 포스터나 현수막을 보았던 기억은 있을 것이다. 화려한 고양이 분장과 현란한 춤은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이십대 중반의 젊은 무용가 강윤찬 씨도 그렇다. 그가 처음 본 캣츠는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뮤지컬 ‘캣츠'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 몸짓에 한마디로 매료되었습니다.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동작이 아름다웠어요. 처음엔 뮤지컬을 하고 싶었지만 노래를 못해 무용을 택하게 되었죠”

어릴 적에는 이사를 많이 다녔다. 유년시절에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울산에서 살았다. 경기도에도 머물렀다. 다시 바다가 보이는 거제도로 이사를 했고 고등학교 시절 대전에 정착을 했다. 여러 도시와 마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것은 폭넓은 지역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용은 몸의 언어
춤을 추고 싶어 대학도 무용학과에 진학했다. 입학 후에는 흥미롭게 무용을 배웠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를 위한 무용을 했지만, 대학에서는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역량있는 교수의 가르침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웠고, 공연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강윤찬 씨에게 무용의 매력을 물었다.

“말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개인의 말투가 다르듯, 몸 역시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또한 말과 다르게 몸은 거짓이 없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몸으로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그것을 관객이 자신만의 주관으로 해석을 하는데, 여기서 의견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죠 그것이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무용은 몸의 언어이기 때문에 몸을 가꾸고 단련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군살없는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건강한 몸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무용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몸이 아플 때입니다. 뿐만 아니라 체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는 무용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해야 됩니다”

그의 무용 데뷔 무대는 최성옥 교수가 안무를 맡은 ‘사이버 스페이스 오딧세이21’를 통해서다.
이 무용은 정보화시대 속 신인류의 불안한 자화상을 풀어낸 작품이다. 1995년 초연된 이 작품은 주제의식과 신선한 형식미 등을 높게 평가받아 서울국제무용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 밖에 ‘Energy', '토끼와 거북이’, ‘통’, ‘그림자 도시’, ‘우아한 시체놀이’, ‘모래의 집’, ‘틀’, ‘회색인간’, ‘카르미나 부라나’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해  자신만의 몸의 언어를 보여주었다.

모든 작품에 열심히 임했고 연습도 많이 했지만 무용수 활동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카르미나 부라나’ 공연인 걸로 기억나는데요. 큰 무대였던 만큼 그동안 했던 공연 중 매우 힘들었고, 또 실수를 해서 공연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한참동안 울었던 적도 있었죠.“

칼 오르프가 일생의 역작으로 남긴 〈카르미나 부라나〉는 합창과 독창, 무대 아래의 오케스트라와 무대 위의 마임과 춤, 환상적인 무대장치들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작품으로 규모와 구성적인 측면에서 대작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실수가 오랫동안 기억이 남는다. 실수를 누군가 눈치 채지 못해도 자신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에게 혼자 추는 무용과 여럿이 하는 무용의 차이를 물었다.

“혼자 추는 것은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조금 더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죠. 여럿이 추는 경우는 한 동작 한 동작 맞춰가는 것이라는 룰이 있지만 에너지가 배로 뜁니다. 반면 서로의 호흡도 느낄 수 있어요.“

호흡을 맞추는 과정의 어려움은 매번 작품을 만날 때 마다 느끼지만, 연습과 훈련으로 위기를 넘기고 서로의 눈빛으로 호흡을 나눈다.
 
 

차세대 아티스타를 꿈꾸며
강윤찬 씨는 지난 여름에 차세대 아티스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비엔나 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그곳에서 ‘비엔나 국제 무용 페스티벌‘에 참가해 보름 남짓 유명 외국 무용단에게 교육을 받았다. 공부를 할수록, 무대에 오를수록 어렵고 힘들다. 실수도 많았다. 모든 무대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무용은 즐겁다.

“몸으로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즐겁죠. 작품에서는 참가자들마다 각자의 배역이 정해집니다. 어떤 배역이든 맡은 배역에 몰입해 그 캐릭터와 일치되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어 이야기를 몸으로 푼다는 것이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훨씬 즐겁죠”

“주제를 전달하는 개인이나 전달받는 개인이나 메시지 전달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어떤 메시지든 무용을 전달이 가능한 장르입니다”

무용은 혼자하기도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과 약속이 중요하다. 군무는 대부분 약속되어 있는 몸짓이고, 군무가 아닌 동선 배치에서도 약속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무용은 더불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그는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 반복되는 실수가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을 믿고 있다. 무용수의 삶을 행복하게 살다가 훗날 자신과 같은 청년들을 지도하고 무용을 만드는 안무가의 꿈을 꾸고 있다. 또한 좋은 작품을 잘 만드는 연출가가 되고 싶어한다. 그에게 어떤 무용가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인간적인 무용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인간이 최정상, 혹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저는 항상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연습을 한다. 실수의 반복을 줄이기 위해 훈련을 한다. 몸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몸을 아끼고 다듬는다. 몸의 언어인 무용이 사람들의 가슴에 긴 울림으로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여전히 무대를 그리워하고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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