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체인' 두 번 죽이는 국내 여론
'킬 체인' 두 번 죽이는 국내 여론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09.1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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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2A 국산 지대지 탄도 미사일 발사 장면 (국방부 자료 사진 캡처)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중국 고사성어에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이기고 지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으로, 실패했을 때 위로와 훈계와 격려와 분발을 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15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을 쏘자, 우리 군이 ‘현무-2A 국산 지대지 탄도 미사일’로 대응했다. 우리 군의 무력시위는 북한 도발 후 6분 만에 이뤄졌고, 발사한 미사일 2발 중 1발은 북한 표적을 정확히 때렸다. 실전이었다면 사전격파도 가능해 북한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했을 장면이었다. 나머지 1발은 몇 초 지나 바다로 떨어졌다. 명중과 오발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생한 오발탄에 대한 돌팔매질은 여지 없이 관성처럼 되풀이됐다. 지난 달 국산 K-9 자주포 사고 발생 때와 마찬가지로, 호들갑을 떨고 야단치는 데에 혈안이었다. 미사일 ‘현무’의 오발탄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는 억지력 중 하나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먼저 탐지해 타격하는 개념의 방어체계)’의 미래가 어둡게 됐다느니, 비리와 연루에서 비롯된 치명적 과오라느니 하는 여론의 뭇매가 태풍처럼 휩쓸었다.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는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한국형 방공-미사일 방어체계)'와 함께, 북한 핵 위협에 대한 2대 억지력 중 하나인 '킬 체인'의 핵심 무기다. '킬 체인'을 이용한 선제 타격에 실패하면, 우리 군은 'KAMD'를 활용해 북한군이 발사한 미사일 요격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그런 점에서 ‘현무’는 엄청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이다.

그런 '현무'가 이날 오발탄의 오점을 남겼는데, 이 미사일은 과연 신뢰할만한 무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실수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비약시킨 측면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병가지상사'라는 교훈처럼 실패했을 때 위로와 훈계와 격려와 분발을 촉구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펼쳐진 실패를 앞뒤 가리지 않고 단죄부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감정풀이식 비난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이에 관해 <SBS 취재파일>을 통해, 군사 전문 김태훈 기자가 밝힌 견해를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15일 미사일 '현무 2-A'의 발사 상황을 그린 그래픽. (SBS TV 캡처)

◇현무-2A '2발 중 1발 실패'라면 실패율 50%?
아니다. 우리 군은 올해 ‘현무-2A’를 공개적으로 6발 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했을 때,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가 무력시위 차원에서 발사했다. 어제 1발 실패로 올해 성적은 6발 중 1발 오발을 기록했다. 2012년 ‘현무-2A’ 전력화를 기준으로 하면, 오발은 처음 발생한 것이다. 현무 미사일들은 전략 무기여서 통계가 공개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최소 20발은 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발 중 1발 실패,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마음 놓고 쏠 장소가 없는 우리나라 환경을 감안하면 성공 축에 든다고 본다. ‘미사일 강국’ 북한 미사일 대부분의 실패 확률도 이보다 높다. 실패 확률 0%에 도전해야 하겠지만 지구상에 그런 미사일은 없다.

한 미사일 개발 전문가는 “오히려 실전에서 현무가 추락하느니, 훈련에서 실패하는 편이 백배 낫다”며 “문제를 찾아 수정하면 더 강한 현무가 된다”고 말했다.

결함이 있으면 찾아서 수정하면 되고, 현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 강한 무기로 거듭날 수가 있다. 이 참에 현무를 보다 철저히 검열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킬 체인’, 미래의 양면(兩面)을 보다
군이 어제 ‘현무-2A’를 북한 도발 6분 만에 발사한 것을 두고, 킬 체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한미 군 당국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중거리 미사일급 이상의 도발을 하루 전부터 정확히 탐지했다. 북한이 어제 미사일에 고폭탄이나 핵폭탄을 장착하고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면 군은 선제 타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킬 체인의 존재 이유다. 폭탄이 없는 탄두였기에 북한이 쏘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현무 대응사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북한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정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군 정찰위성이나 장차 우리 군이 띄울 정찰위성 5기가 일일이 탐지, 식별해 사격 좌표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것이 킬 체인 미래의 어두운 면이다. 킬 체인이 뚫리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가 북한 미사일을 막지만 말이다.

KBS TV 캡처

반면 "현무 1발이 처음으로 추락했다"면서 "킬 체인 구축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번 추락을 놓고 ‘예사롭지 않은 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킬 체인의 역량이 미덥지 못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난이라는 생각이다. 오발탄 1발이 ‘킬 체인’을 보다 야무지게 구축하는 디딤돌로 여길 수는 없을까.

◇방산비리 의심과 표적 세무조사
지난 달 K-9 자주포에서 사격 도중 불이 났다. 사고 당일 장병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럼에도 K-9은 지난 2009년부터 1,000문 이상 전력화됐고 최근 5년 동안 고장 건수는 1,700건에 불과, 썩 괜찮은 자주포다. 1문 당 1년에 고장 1건이 채 발생하지 않았다는 수치다.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고장률이 낮다. 해외에서도 잘 팔리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나자 순식간에 ‘부실과 비리 국산무기’라는 오명을 썼고, 사고 며칠 뒤 K-9을 생산하는 한화 테크윈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4국은 내친 김에 (주)한화의 방산 부문에까지 손을 댔다. 국세청 조사4국은 청와대의 하명(下命)을 받고, 청와대에 밉보인 업체를 조사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노리고 타격하는 방식의 표적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 뿐, K-9 자주포에 사고가 나서 실시하는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조사4국의 전적을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작년에도 올해 한화와 비슷한 처지의 한 방산기업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4국은 수백억 원을 추징해 갔는데, 요즘 무더기로 뱉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리한 세무조사였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또다시) 국산무기에 탈이 났으니 감사원과 검찰도 곧 나설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죽은 쥐보다 고요한데, 요즘 군과 무기 관련 기관, 방산기업들처럼 만만한 동네북 앞에서는 한 없이 가혹한 그들.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 되는 성실 실패조차도 감사원, 검찰,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에게는 그저 비리이고, 시류에 맞춰 성과를 쌓아줄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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