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속보>=“공사요? 이론적으론 가능 합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겁니까? 전형적인 탁상·갑질 행정입니다”<관련기사:“도저히 할 수 없는데…”…귀 막은 대전 상수도본부에 ‘울분’>
설계변경을 두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시설공사’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주처인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제시한 시공방법으론 공사기한을 못 맞추는데다 비용까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많이 소요된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공사는 땅 속에 용수관로를 설치, 대전에서 세종까지 수돗물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굴착된 땅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조립식 간이 흙막이이자 버팀대 2단으로 구성된 ‘SK판넬’이 설계상 사용되고 있지만, 시공사는 “SK판넬 버팀대 1단에 용수관로가 부딪혀 설치가 어렵다”며 TS판넬로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상수도본부는 “터파기 경사면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거나 땅을 더 파는 방법등의 가능한 시공방법이 있다”며 불허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양 측에 따르면 당초 A업체가 이 사유로 “시공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상수도본부는 터파기 경사면 기울기를 18도로 조정하면 이 경사면을 타고 용수관로의 설치가 가능하다는 설계자 의견을 제시했다.
시험 시공 결과, SK판넬 1단 버팀대에 용수관로가 부딪히고 바닥에 긁혀 공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상수도본부는 "경사면 기울기를 18도보다 완만하게 하게 되면 용수관로가 들어가는 각도도 낮아져 SK판넬에 부딪히지 않는다"고만 강조하고 있다.
기울기 완만해진 만큼 작업 길이도 늘어나…“공기-비용 배 늘어날 것”
이에 시공사는 “발주처가 과연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용수관로를 위로 들어올려 아래로 꽂는 카고크레인은 2차선을 차지, 차량 통행을 막아 해당 공사현장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현장에선 1차선만 차지하는 포크레인을 이용, 용수관로를 밀어넣으려 하고 있다.
기울기가 높아도 SK판넬처럼 걸리는 게 없을 경우, 용수관로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수도본부가 제시한대로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려면 비용과 시간문제가 발생한다.
A업체에 따르면 상수도본부가 제시한 방법은 흙메우기와 SK판넬 설치, 제거를 반복해야하는 등 작업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기울기가 완만해진 만큼 작업 길이가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흙을 메우면서 SK판넬을 해체하는 작업을 거친다. 포크레인이 경사면에서 작업을 한다면, 사실상 땅 속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게돼 굴착된 땅 양쪽 끝에 붐대가 걸려 회전도 안 될뿐더러 회전축이 고장 가능성이 크다.
포크레인이 경사면을 타고 들어갈 수도 없다. 사고 위험을 방지하는 SK판넬 버팀목이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용수관로 설치 지점까지 포크레인이 온다면, 이를 위한 터파기 작업을 다시 해야 하고, 사고 대비를 위해 다시 SK판넬을 설치해야 한다.
이후, 완만해진 기울기에서 용수관로를 넣으면 되지만, 기울기가 완만해진 만큼, 포크레인이 움직이고 상차하는 작업도 많아져 공사기한을 맞추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SK판넬이 배가 들어가기 때문에 소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땅을 더 파는 방법 역시 시공사가 부담하는 시간과 비용 많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공사시방서에서도 없는 내용이어서 설계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TS판넬로의 설계변경 예산은 16억 원인데, 이 시공 방법으론 오히려 16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 방법을 통해서라면 하루에 용수관로 3~4개 묻을 것을 한 개도 어렵다”며 “이 시공방법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공기 연장을 발주처가 안 해주려고 한다. 자기네들이 잘못 설계해놓고, 책임은 우리한테 지라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다. ‘설계상엔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상수도본부 “용수관로 설치, 시간 오래 걸리지 않는 작업”
상수도본부는 이에 대해 “A업체가 시공방법을 크게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용수관로를 설치하는 데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무조건 설계변경을 해주는 것은 옳지 않으며, A업체가 공사를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A업체가 이 방법으로 하루에 용수관로 한건을 설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절대로 아니다. 시공사의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하루에 몇 건 한다’고 정형화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상수도본부는 또 시공사가 공개된 설계서를 보고 할 수 있는 단가를 적어내는 내역입찰로 실시됐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시공사가 책임져야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설계를 변경해 줄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상수도본부는 관련 규정에 ‘시공사는 공사계약문서에 따라 현장작업, 시공방법에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고, 신의 성실 원칙에 입각해 시공하고 정해진 기간 내 완성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시공사와 대립하고 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설계 변경을 하면 예산이 16억원 증액된다. 만약 설계변경 사유가 타당하면 해주면 되지만, 시공사가 타당한 사유를 못 찾고 있다”며 “시공사는 계약을 하고 온 이상 최선의 시공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만 같은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어 사태해결 접점을 찾기가 요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