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임금 인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전을지대병원이 사실상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또다시 지역 의료계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을지대학교병원지부(이하 대전을지노조)는 “조정기간 동안 병원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며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20일까지 주요 요구안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전국보건의료노조 산하 96개 사업장은 지난 5일 노동위원회에 집단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각 지부는 지난 6일부터 15일간 조정기간에 돌입해 병원과의 집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을지노조의 경우 ▲임금총액 15% 인상 ▲비정규직 400여 명의 정규직화 ▲근속수당 신설 ▲임금제도 개선위원회 설치 등 주요 요구안에 대해 노사가 8차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지방노동위원회와 노사가 참석한 사전조사에서 을지대병원은 노조 측이 제시한 임금총액 15% 인상에 훨씬 못미치는 1% 인상안을 제시했고 현재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 인상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조가 임금 인상을 15%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하지만 노조는 “15%를 인상해도 타병원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을지노조가 제시한 사학회계정보시스템의 회계지표를 살펴보면, 을지대병원의 총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16.4%로, 인근 사립대병원인 단국대병원(36.7%), 건양대병원(20%) 보다 적은 수준이다.
노조는 “특히 간호사 임금만 비교해봐도 충남대병원의 50% 수준이며 단국대병원 간호사의 70% 수준”이라며 “노조 측의 주장대로 임금이 15% 인상된다 하더라도 동종 사립대 병원의 임금에 근접하는 정도다. 과도한 요구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을지노조는 또 병원의 고유목적 사업비가 타병원보다 과다하게 집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을지대병원의 고유목적 사업비는 570여억 원으로, 같은 규모인 건양대병원(403억 원), 단국대병원(183억 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신문수 지부장은 “고유목적 사업비나 법인전출금 등은 높게 책정하면서 경영상의 이유로 인금인상이 불가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임금이 15% 인상되면 인건비가 120억 원 상승하는데, 고유목적 사업비에서 이 금액을 빼더라도 450억 규모”라고 설명했다.
신 지부장은 “대전의 사립대병원은 해마다 흑자를 보이고 있음에도 임금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신규 간호사의 절반이 이직하거나 그만둔다”며 “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병원이 양심 있는 경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말 을지노조가 부당전보 및 노조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16일 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응급실을 제외한 외래진료 및 병동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