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세월호에 사과해야 할 ‘공범자들’ ; 영화 ‘공범자들’에 세월호가 있다
[숨쉬는 4.16] 세월호에 사과해야 할 ‘공범자들’ ; 영화 ‘공범자들’에 세월호가 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40) 2017년 9월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9.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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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KBS와 MBC, 거대 방송사 노조의 파업이 3주차를 지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는 지난 4일부터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MBC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멈췄고, KBS는 <1박2일>의 촬영이 취소됐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 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파업에 참가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달 15일 <1박 2일> 제작진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1박2일> 제작진은 KBS의 정상화가 이뤄진 뒤 시청자들에게 더 건강한 웃음을 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년 간 무너진 공영방송을 살리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이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
양대 방송사의 파업 국면과 함께, 한 편의 영화가 영화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 주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 불과 3.4%이던 이 영화는 현재 입소문만으로 무려 25만 명을 돌파하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최승호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에서 일어났던 언론인들의 저항과 총파업, 무너진 언론의 현실을 담은 이 영화는 사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영화 속에 거론되는 전현직 MBC 사장들과 임원들이 ‘명예 훼손과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지난 7월 31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다행히도 법원은 상영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드디어 8월 17일 세상에 나오게 된 영화 ‘공범자들’.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고, 영화 속 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현장에 있던 여러분들이었습니다.”
KBS와 MBC, 양대 방송사의 파업 첫 주. 9월 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파업 중인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집회가 열렸다. 그 첫 번째 연사의 뼈아픈 지지 발언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방송사)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고 바로 그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며 416가족 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예은 아빠’ 유경근씨였다. 그는 KBS·KBC 파업 참가자들에게 묵직한 목소리로 첫 마디를 열었다. ‘망가져 버린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 예은 아빠인 나’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약 20여 일 후인 2014년 5월 9일,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KBS를 찾아갔던 일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저희가 영정을 들고 KBS를 찾았을 때 그렇게 울부짖을 때, KBS 여러분 누구 하나 뒤로 몰래 찾아와 대신 미안하다고 이야기한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었습니까? 내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예은 아빠’ 유경근 씨의 발언은 그 동안 공영방송에 꾹꾹 눌러두었던 아픔과 분노를 터트리는 듯 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방송사 파업에 왜 그토록 아픈 지지 발언을 해야 했던 것일까. 양대 방송사 파업과 영화 ‘공범자들’, 그리고 ‘세월호’는 어떻게 이어져 있는 것일까?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역사를 무겁게 생각하십시오!”
2014년 5월 9일. 팽목항에서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긴 시간을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품에는 희생자 가족들의 영정이 안겨 있었다. 유가족들은 KBS 앞에서 당시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교하며, ‘한 해 교통사고로 6천명이 죽어간다’는 말이 KBS 보도 담당 내부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팽목항에서 여전히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 희생된 가족을 만나야 했던 이들의 피눈물이 전 국민을 울렸던 그 때였다.

영화 ‘공범자들’에서는 당시 ‘세월호 교통사고 망언’ 사건을 되짚어 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이 KBS에 사과요구 방문을 하던 당시, 언론 상부와 권력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가리기 위해 권력이 언론에게,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묻는 언론에게, 정부를 ‘도와 달라’고 말하는 현실이 여과없이 보여졌다. 자식 잃은 부모들의 찢겨진 심장에도, 자신의 지지율과 안위만 생각하는 권력의 추악한 진실이 그 안에 있었다.
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부터, 광우병 수입 소고기 반대 촛불 집회 보도 수사, KBS 정연주 사장 해임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초반부는 정부가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는 지 보여준다. PD 수첩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일방적인 방송사 사장의 해임에 내부 구성원들의 공영 방송 사수 투쟁이 이어진다. 그러나 거대한 권력에 의해 점령된 언론은 비판적 언론인들을 해고하고, 수사하고, 압박한다. 그러는 사이 정권은 ‘그들’에게서 ‘그들’에게로 무사히 교체되었다. 권력을 감시하고 질문해야할 언론은 입을 닫아갔다. 영화 속에서 이근행 전 MBC 노조 위원장은 막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자들에게 소리친다.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역사를 무겁게 생각하십시오!”

두 참사의 사이, ‘세월호 침몰’과 ‘전원구조 오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가는 배와 몇 척의 구명보트의 사진을 보도로 접한 국민들은 의아했지만 믿었다. 구조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이것은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되었다. 해상 참사였고, 구조 참사였고, 보도 참사였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안심하고 점심 마친 국민들은 첫 사망자 소식에, 배 안에 200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갇혀 있다는 소식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 침몰하는 배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며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자책했다. 그래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당시 해경이 전달한 내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실수 혹은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그동안 질문하지 않은, 비판하지 않은 언론들이 빚어낸 참사인 것이다.

이후 방송은 세월호에 관해 단순한 ‘오보’를 넘어섰다.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도, ‘사상 초유의 구조대원 투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희생자 수습은 물론 자식들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유가족 보상금’을 계산하는 보도를 했다. 세월호 생존학생들의 대학 특례 입학을 간판에 거는 가하면,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광화문 불법 점거’로 표현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특조위 활동을 ‘논란’으로 가져가는 보도가 이어졌다. 방송사 단 한 곳도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를 생중계 한 곳은 없었다.

영화 ‘공범자들’은 단순히 권력에 의해 언론을 장악한 ‘공범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인 노후 선박에 대해 선령 완화를 한 공범자의 이야기이며, 구조 실패의 책임이 있는 공범자의 이야기이며, 세월호를 ‘세월호 참사’로 가슴 아프게 읽지 못하게 만든 공범자들의 이야기다.

세월호에 사과해야할 ‘공범자들’, 그래서 파업을 지지한다.
영화 ‘공범자들’을 다시 생각한다. 2008년 광우병 보도 수사 반대,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 2012년 방송사 파업까지. 어쩌면 우리에게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많은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또 한 편에서 이를 방송사 ‘내부의 문제’, ‘그들의 싸움’ 쯤으로 생각해 오진 않았을까? 더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백 번 만 번 후회해도 소용없는 후회와 가정을 해본다.

올 9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언론인들이 방송을 멈추고 거리로 나왔다.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오보는 주워 담을 수 없지만, 참사의 원인과 진상규명에 대해 질문하고 감시하는 언론으로 돌아올 기회가 온 것이다.

영화 ‘공범자들’은 언론인들만의 공범자들인가, 우리 모두의 공범자들인가? 그 가운데에 ‘세월호’ 한 단어만 떠올려도, 우리가 KBS, MBC 언론인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언론인들이 파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세월호 관련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선체에서 수집해 복원을 시도한 디지털 기기의 영상복구 현황이 공개됐다. 그리고 선체 수색도 진행 중이지만 미수습자 5명은 여전히 뼛조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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