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확증편향의 시대
[시사프리즘] 확증편향의 시대
  • 이홍준
  • 승인 2017.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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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영화 ‘택시운전사’는 독일인 기자 한츠펜터가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잠입 취재한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이 과정에서 그를 광주까지 태우고 간 택시운전사인 김사복이 실제인물이라는 화제가 됐다. 밀린 방세를 전전긍긍하지만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아버지다.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비싼 돈을 내고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삶에 충실한 보통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목격한 장면들에서 서서히 나라와 국민의 한사람임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적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할 군인들이 완정무장을 한 채 거리에 나선 학생들을, 평범한 시민과 여인을 마구 폭행하고, 조준 사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침내 시민들 편에 서고, 독일인 기자의 촬영을 돕는다. 기자 한츠펜터의 광주의 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전세계에 보도됐지만 당시 군부정권의 철저한 보도통제로 국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광주시민들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무장폭도들로 규정되어 살인이 정당화되고 그들의 죽음은 버림받아 마땅한 일로 보도됐다. 그 후 전두환과 그 일당들은 처벌 받았지만, 이후로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되며 여전히 건재한 현실에 살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3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고 공감을 사는 기현상은 지금껏 우리가 얼마나 많은 권력을 가진 자의 힘의 지배 아래 살아 왔는지를 암묵적으로 들려 준다.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어 그 보도에 중독된 국민들의 일부는 아직까지도 당시 광주는 폭도와 빨갱이가 판을 친 도시로 여겨졌던 것이다. 정작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당시 국군통수권자는 민주화를 부정하고 이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수구 언론의 철저한 비호를 받고 있다. 당시의 기형적인 보도는 확증편향이 무엇인지를 사실 그대로 보여준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이 보통 자신이 믿는 것을 확인해 주는 정보만 찾고 자신이 선호하는 설명을 강화시켜주는 사실만 받아들이며, 이미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어긋나는 데이터를 무시하고 싶어하는 심리적 경향 내지 장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칙과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한 주장들도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나 잘못된 지식, 어리석고 말도 안되는 주장에 배제된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의 모름을 부끄럽게 여기기는커녕 전문가들의 식견을 비방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시간 풀가동하는 인터넷과 에스앤에스의 소식을 통해 얻는 정보들로 엄청난 지식을 쌓은 것처럼 생각한다. 우매한 사람일수록 일방으로 치우친 소식들에 깊이 빠져 자신은 현명하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동조하고 확산시킨다. 깊이 없고 자극적이며 겉만 번지르르한 내용에 의해 똑똑해졌고 더 나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위험한 환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즉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엄청나게 쏟아지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1%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사와 정보들은 시시비비를 떠나 순식간에 죽은 정보로 묻혀 사라져 버리는 게 대다수다. 언론과 미디어는 대중의 기호를 알아채고 그에 영합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내용들도 스토리를 가미해 극적으로 가공되어 오락성에 치우치거나 자극을 부추긴다.

몇 년전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뚤어진 사고와 이념이 진실을 왜곡하고 빗나간 정치사를 만들었다. 거짓 정보를 통해 세상을 지배한 이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권 연장을 위한 형식적 도구로 전락했음에도 확증편향에 빠진 대중들은 미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들을 존경하고 상대방의 대응에는 이분법적 논리로 몰아 극단으로써 승리를 쟁취했다. 그렇게 거짓이 진실로 바뀐 현실에서 속고 있음에도 속지 않았으며, 비뚤어진 공권력과 왜곡된 현실임에도 자유언론과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대방이 주장했던 언론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되받아 외치고 있다. 진실의 테두리를 갉아먹고 은폐하려는 무리들, 그들에게 미혹된 추종자들의 기형적 확증편향이 판을 치는 것이다.

묻혀버린 광주의 진실을 다시 복기하는 이유는 적어도 소수 권력자와 권력의지에 추종한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무너진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되찾아 주고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올바르게 인식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보와 기사에 호도되고 확증편향에 빠진 대중들이 기억의 치유를 통해 바른 사고로 치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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