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추석의 산타클로스… “택배 왔습니다!”
[시민기자의 눈] 추석의 산타클로스… “택배 왔습니다!”
  • 이희내
  • 승인 2017.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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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역대 최장의 추석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추석 명절이 되면 가장 바빠지는 사람들 중 최고를 뽑으라고 한다면 바로 택배업체가 아닐까 싶다.

하루 평균 전국을 흘러 다니는 3백만 개의 택배 상자. 상자 하나가 집하되는 순간부터 주인에게 도착하는 순간까지  이 상자 속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있을까, 그 물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배달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1992년 6월 시작된 택배 산업의 규모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리고 전국 하루 평균 물량 300만개, 연간 총 매출 2조 3천억 원을 내는 택배 업계의 최대 대목 추석이 돌아왔다. 하루 평균 3-4만 건의 물건이 12개 지역 영업소로 800-1000여개씩 배분이 되며, 150여명의 담당 택배 기사가, 물건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전달을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2017년 9월에는 택배 상자 속 물건을 따라, 어떤 정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시간당 20여 집을 방문하며 하루 평균 150여개의 물건을 배달하는 21세기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택배 사원.

주소가 적힌 택배 상자를 들고 하루 12시간 이상씩 골목을 누비다 보니, 집의 애경사는 물론, 어느 집에 아이가 태어났는지, 어느 집에 누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지, 어느 집에서 김장을 하는지 까지 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한다. 아슬아슬 좁은 동네 골목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하루 6000여개의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택배기사들.

땀 흘리는 길 위의 산타클로스들은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송을 마치면 저녁 6시부터 시작돼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이어지는 터미널 집하 작업과 분류작업이 기다린다고 한다.

세상 모든 상자 ‘속’이야기는 선물이다.

택배상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결혼을 한 달 앞 둔 예비신부에게 배달 된 엄마가 골라준 한복부터 애정이 가득한 갖가지 밑반찬들은 물론  1년을 기다렸던 새 스마트폰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아이. 생일 선물로  커다란 케익과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는 한 주부.

시골 부모님들이 직접 땀과 정성으로 재배한 감자부터 고구마. 호박이 든 농산물 상자까지 택배 상자 속에는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피한다는 김치 상자. 이 상자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한데, 대동길 고불고불한 골목을 돌아 김치상자가 도착한 곳은 서산에서 공부를 위해 유학 온 대학 자취생의 집. 상자를 열어보니 갓 담근 총각김치부터 밑반찬, 행주에 이르기까지. 자식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일이 많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 필자에게 택배기사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에게는 하루 150여개의 상자 중 하나지만, 받는 분에게는 귀한 선물일 테니, 잘 갖다드려야죠.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저도 힘든 일과에 조금은 힘이 되거든요.”

주문만 하면 물건이 척척 배달되는, 택배 천국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 그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택배 기사들의 땀과 눈물이 서려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진정 세상을 바꾸는 것은 수많은 제도나 대책이 아니다. 바로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 삶을 한 걸음 전진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어느 새 추석의 산타클로스가 되어버린 택배사원들.

택배가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하루 종일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에게 택배를 보내면서 받을 사람 생각에 설레는 마음. 그건 아마 작은 상자 하나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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