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몽골·바이칼 기행] ④ 영혼의 이름, 바이칼·알혼섬
[김선미의 몽골·바이칼 기행] ④ 영혼의 이름, 바이칼·알혼섬
감정 표현이 서툰 이조차 “아! 바이칼”하는 감탄사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7.09.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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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뿌리가 닿아 있다는 몽골로이드의 시원으로 알려진 바이칼 호 알혼섬의 상징인 부르한 바위.

[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바이칼은 호수 이름이 아니라
피의 영혼의 이름이죠?-

바이칼,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오고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그리워한 곳
오래오래 꿈꾸어도
물결 소리 들리지 않으면
영혼이 머물 수 없는 곳-
-신대철 시집 《바이칼 키스》 에서-

한민족의 기원인 몽골로이드의 시원, 알혼섬 가는 길
 

검푸른 빛에서 눈부신 쪽빛, 은빛 물결무늬까지 시리도록 투명한 푸른빛의 무한한 변주를 보여주는 바이칼 호.

계속되는 내리막길. 승합차 운전기사는 속도를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금이 저려온다. 초록보다는 모래빛깔을 더 닮은 광활한 벌판과 구등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시베리아 저지대, 시베리아 평원이다.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성소이며 한민족의 뿌리가 닿아 있다는 몽골로이드(Mongoloid)의 시원으로 알려진 바이칼 호에서 가장 큰 알혼섬 가는 길이다.

알혼섬 가는 길에 펼쳐진 시베리아 평원.

시베리아 동남쪽, 남북으로 길게 걸린 초승달 모양의 바이칼 호. 심해를 닮은 검푸른 물빛에서 눈부신 쪽빛으로, 솜털 날리는 말간 피부에 실핏줄이 비치듯 수정처럼 투명한 은빛 물결무늬까지. 시리도록 투명한 푸른빛의 변주가 가늠할 수 없는 호수의 크기만큼이나 끝이 없다.

빗발 내리치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희뿌연 차창을 통해 처음 마주 한 바이칼을 만났을 때도 그랬듯 감정 표현이 서툰 이조차 “아! 바이칼”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가장 오래되고 깊은 바이칼, 호수 이름 아닌 영혼의 이름

바이칼의 시간과 물빛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

지구의 푸른 별,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샤먼의 호수 등등 수많은 수식어로 묘사되는 바이칼을 시인은 호수 이름이 아닌 ‘피의 영혼의 이름’이라고 노래했다. 오래 전 백두산을 다녀온 이가 그랬다. 정상에 올라 천지에 다다르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

바이칼 호가 수심 40m까지 투명한 것은 에피슈라라는 새우를 닮은 작은 갑각류가 호수의 오염물질을 여과하기 때문이다.

300여개가 넘는 물줄기가 호수로 흘러들지만 나가는 것은 슬픈 전설을 지닌 앙가라 강 하나뿐인 바이칼 호는 2,500만 년 전에 형성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계에서 가장 깊고 투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2500만 년 전, 동해가 생기며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던 즈음이라는 저 아득한 우주적 시간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이 무슨 필요가 있으랴.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던 즈음 생성된 바이칼 호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생물 종다양성으로 살아있는 진화 교과서로 불린다.

민물에서 사는 유일한 바다표범인 바이칼물범, 오물과 같이 60%가 고유종인 생물 종다양성의 보고로 ‘살아있는 진화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칼 호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2500만 년 전, 저 아득한 우주적 시간 앞에 먹먹

알혼섬에 가는 바지선이 운행되는 샤휴르타 선착장.

바이칼 호가 시베리아의 푸른 눈이라면 알혼섬은 바이칼의 진주, 더 나가 심장쯤 되지 않을까. 알혼섬은 이르쿠츠크에서 3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사휴르타 선착장에서 바지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구릉과 메마른 스텝지역으로 이뤄진 알혼섬 안쪽.

‘알혼’은 부랴티야어로 ‘나무가 드문 혹은 메마른, 햇볕이 잘 드는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볕에 바랜 메마른 스텝지역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늘 하나 없는 8월 한낮의 땡볕 아래 허허벌판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이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울퉁불퉁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마을로 들어서니 우리와 닮은 부랴티야인 보다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국적 관광객들이 타고 온 지프차 행렬이 해안 단구대에 장난감처럼 줄지어 있다.

민인 부랴티야인 보다 더 북적이는 다국적 관광객
다음 날 아침, 민박집 사장님이 직접 모는 군용 지프를 개조한 4륜 구동 지프차로 섬 투어에 나섰다.

10. 섬 안은 비포장 도로여서 지프로 투어를 한다. 민박집 사장님과 군용차를 개조한 4륜구동 지프.

스텝과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메마른 구릉이 드넓게 펼쳐진 섬 안쪽과는 달리 섬 주위는 바이칼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들을 빚어내고 있었다. 바위 절벽과 아기자기한 작은 만(灣)들, 모래언덕과 바위, 나무가 절묘한 조화가 마치 분재를 옮겨놓은 듯하다.

섬 주위의 절벽, 작은 만, 나무들이 분재를 옮겨 놓은 듯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시베리아 샤먼들의 정신적 지주, 샤먼의 성지인 알혼섬에서도 가장 유명한 상징적인 명소가 부르한(불한)바위다. 아시아대륙에 있는 아홉 성소 중 한 곳으로 영기가 서려있다는 부르한 바위는 요즘도 샤먼들이 찾아와 기를 받아 간다고 한다.

알혼섬의 상징인 부르한 바위 칭기스칸 무덤 전설도

시베리아 샤먼의 신성한 장소 부르한 바위,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역사상 가장 넓은 대륙을 점령해 대제국을 건설했음에도 무덤이 발견되지 않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부르한 바위 아래 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짧은 시간, 지프로 비포장길을 달려 휘리릭 섬을 둘러보며 모든 것이 얼어붙는 한 겨울 시베리아를 상상한다. 문득 거대한 유리조각 같은 시퍼런 얼음이 굉음을 내며 갈라지는 얼음의 바이칼이 보고 싶어졌다.

부르한 바위 앞에 세워진 신목 기능을 하는 13개의 ‘세르게’.
관광객을 겨냥한 알혼섬 투어 안내를 알리는 입간판.
현대식 수퍼마켓.
한국의 재래식 화장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입구가 커 겁에 질리게 했던 러시아 재래식 화장실.
부랴티야 주민들이 주로 모여 살고 있는 후지르 마을.
옛 부두의 모습이 선명히 비치는 해변 같은 호숫가.

 ※ 이 글은 <세종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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