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배동’과 禁書 단상
[시민기자의 눈] ‘배동’과 禁書 단상
  • 홍경석
  • 승인 2017.10.03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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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지난 나의 삶은 책으로 써도 몇 권은 너끈히 쓸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럼 한 번 써보시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똑같다. “에이, 글을 아무나 쓰나?”

그렇다. 글은, 특히나 거기서 더욱 발전하여 책까지 발간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장르와 깜냥이 아니다. 필자가 재작년에 초간(初刊)의 저서를 발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얼추 20년 가까이의 습작과 집필에서 기인했다.

몇 달에 걸쳐 쓰고 고치며 이윽고 완성된 원고는 출판사의 잇따른 출간 거부의 벽에 가로막혔다. 물론 내 돈을 주면서 출간을 하자고 한다면 오늘 당장에라도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다. 허나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출간비용의 모두를 출판사 부담으로 하자니 시일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후 가까스로 출판계약이 이뤄졌으나 계절이 바뀌는 바람에 다시금 손을 봐야 했다. 그때 절감한 것이 바로 책 한 권의 출간은 무려 1년 이상의 노력과 기타의 전전긍긍까지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처럼 지지부진과 노심초사의 출간 산통(産痛)을 앞둔 즈음이 되고 보니 어쨌거나 ‘배동(곡식의 이삭이 나오려고 대가 불룩해지는 현상)’의 설렘으로 하루하루가 싱그러웠다. 출간이 되고 나면 10만 부쯤의 판매는 누워 떡먹기일 것이란 환상 역시 잉박선으로 다가웠다.

착각은 자유라더니 그러한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미련을 버리지 못 해 지금도 집필에 있어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있다. 어쨌거나 엄연히 책을 낸 명실상부의 ‘작가’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모 언론사에선 논설위원 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본전은 뺀 셈이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중고 책 시장에서 희귀서 취급을 받으며 고가(高價)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지난 8월 법원이 5·18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했다며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뒤 금서(禁書)가 됐기 때문이란다.

역사적으로 금서는 대단히 많다. 이를 모두 나열할 순 없기에 하나만 짚자면 ‘홍길동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역모 혐의로 처형된 허균의 작품인 데다 백성들을 선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조선 후기 내내 금서 취급을 받았다.

금서(禁書)는 출판이나 판매 또는 독서를 법적으로 금지한 책이다. 따라서 금서의 처분이 내리면 해당되는 책을 사볼 수 없다. ‘전두환 회고록’이 금서 처분을 받은 건 5·18민주화운동의 왜곡 외, 제3자가 보기에도 자기미화의 과장 외 상당부분 진실이 결여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책은 누가 그냥 준다고 해도 볼 맘이 없다. 다만 책이라는 것은 반드시 진실만을 담아야 한다는 걸 새삼 강조코자함에서이다. 더욱이 그 책의 성격이 작위적 내용을 담는 그릇인 소설이 아닌 바에야 팩트(fact)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외국의 지도자들도 자리를 내려온 뒤 곧잘 책을 쓴다. 그리곤 베스트셀러가 되어 순식간에 백만장자로 둔갑하는 이도 적지 않다. 헌데 이런 경우에도 관건은 역시나 진실만을 담아야한다는 것일 게다.

한 권도 아니고 세 권이나 되는 분량의 회고록이라고 한다면 대필 작가에게 의뢰하지 않는 이상엔 최소한 2년 이상의 ‘투자’는 기본이다. 그렇게 공들인 책이 금서가 되었다는 것은 결국 자업자득의 간물때라는 생각이다. 다시는 조수(潮水)가 되돌아오지 않는 쓸쓸한 바닷가인양 그렇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세종대왕과 같은 선정(善政)을 베풀고 이로 말미암아 그의 치세 기간 내내 함포고복(含哺鼓腹)의 격양가(擊壤歌)를 국민들이 목이 터져라 불렀다손 치면 그의 저서가 어찌 금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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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종 2017-10-04 08:09:36
댓글쓰면 잡아서 고문하나 댓글하나없네 그분이 있어서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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