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낮은 자살률 유지하는 3가지 비결
호주가 낮은 자살률 유지하는 3가지 비결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1> 언론과의 공조, 동료지원, 자본주의 시스템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10.10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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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충남도민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자! 살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신건강 선진국인 호주의 빅토리아주정부(멜버른시)와 민간기관 등을 방문, 관련 시스템을 취재했다.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시리즈(5회)를 통해 충남도에 적용시킬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모든 기관이 자살 예방을 위해 언론과 적극 공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인 오스트레일리아’(SANE Australia)는 ‘스티그마 워치’(Stigma Watch)라는 일종의 언론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로 익숙한 호주.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에 달하는데도 인구는 2300만 명에 불과한 호주는 6개의 자치주와 2개의 특별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주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와 같은 강력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는 특히 정신건강 분야에 있어 최고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굿모닝충청>은 지난 9월 18일부터 23일까지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시 소재 주정부 기관과 민간단체 등을 방문, 정신건강 분야의 시스템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이 기간 동안 8개 기관을 방문했고, 인터뷰 대상자만 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강행군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언론과의 긴밀한 공조와 동료지원 서비스,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호주의 낮은 자살률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한국의 2014년 기준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은 26.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의 불명예를 기록한 반면 호주는 12.2명으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호주 언론의 불문율 “자살 방식·장소는 절대 보도하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모든 기관이 자살 예방을 위해 언론과 적극 공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자살 방식이나 장소는 절대 보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언론사들 사이에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었다.

19일 오전 방문한 ‘세인 오스트레일리아’(SANE Australia)는 ‘스티그마 워치’(Stigma Watch)라는 일종의 언론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세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지와 훈련,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자살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국 조직이다.

이 단체의 엘렌은 “자살의 방식이나 공간, 장소, 그 내용은 보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따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보도지침을 어겼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킬 수 있는 글을 썼다면 커뮤니티의 누구도 이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방문한 ‘비욘드 블루’(Beyond blue)는 조직 내에 아예 미디어팀을 두고 있었는데, 5명 모두가 기자 출신이라고 한다. 언론사의 협조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18일 만난 멜버른대 글로벌 정신건강센터(Centre for International Mental Health) 해리 미나스 소장(정신과 교수)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 뒤 “모든 보도의 맨 아랫줄에는 자살 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 주요 기관의 연락처를 기재하고 있다”며 “신문은 물론 TV나 라디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아픔을 저도 알아요”…일상화된 동료지원 서비스 눈길

또 하나 눈길을 끈 부분은 ‘동료지원 서비스’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료지원 서비스란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는 자가 자원봉사자 또는 해당 기관의 구성원으로 일하며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동병상련’(同病相憐)에 기반 한 정서적 지원 시스템이 매우 충실히 구축돼 있는 것이다.

빅토리아 주정부기구 정신보건심판위원회(Mental Health Tribunal)에서 만난 앤서니는 “정신보건에서 취업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동료지원”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방문한 빅토리아 주정부기구 정신보건심판위원회(Mental Health Tribunal)에서 만난 앤서니는 “정신보건에서 취업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동료지원”이라고 말했다.

“주요 연구를 보면 동료지원이 매우 효과적인 이유는 실제로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역시 37년 전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지금은 멜버른대 대학원과 미국 예일대에서 강의를 할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우울증을 비롯한 가벼운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낙인’을 찍어버리는 우리사회와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22일 오전 방문한 웰웨이즈(Wellways)는 동료지원 서비스가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40년 전통의 웰웨이즈는 5개 주에서 약 1000명이 넘는 스텝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140명이 동료지원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50세부터 16년 째 이 일을 해 왔다는 데니스는 “학교에서 저의 경험을 얘기해주면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 적용…필요하다면 정치권에 대한 로비도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나라인 만큼 자본주의 시스템이 매우 견고하게 자리 잡혀 있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대부분의 기관마다 특정 정책에 대한 정부지원(펀딩)을 받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속한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정신건강 또는 자살예방을 위한 민간단체의 모든 정책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는 것인데, 동양적인 정서와는 분명 맞지 않은 것이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배울 점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대부분의 기관마다 특정 정책에 대한 정부지원(펀딩)을 받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비욘드 블루 관계자와의 기념촬영)

20일 방문한 오리진(Orygen)에는 정치권과 언론 등을 상대로 하는 정책팀이 가동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어떻게 하면 정부가 지원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가 처음부터 많이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시범사업이 성공했을 시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 메튜는 “개별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좋지 않다’는 식의 접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욘드블루 역시 마케팅팀을 운영 중이었다. 하나의 캠페인이 얼마만큼의 파급효과를 불러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휴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시키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기업식 마인드가 도입된 것이다. 민간단체 활동가에게 사명감만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밖에도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과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각 기관 간 명확한 역할분담 등은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모든 시도마다 철저히 연구결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편에서부터 다룰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선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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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11:15:42
좋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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