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과 주진형의 독설
영화 '남한산성'과 주진형의 독설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10.11 01: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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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왼쪽) /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영화 ‘남한산성’에 대해 색다르면서도 꽤 의미 있는 시각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어찌보면, 거의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수위 높은 비판이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한산성, 이제 그만 잊을 수는 없겠니?>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영화와 원작인 소설을 모두 보고 읽은 입장에서 느낀 소감과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펼쳤다.

그는 “옛날부터 품고 있던 생각이 떠올랐다”고 운을 뗀 뒤, “청이 명을 멸망시킨 것이 1644년, 병자호란 뒤 겨우 8년만임을 중학교 때 알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그만큼 강하고 융성한 청나라를 상대로 당시 조선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고 떠올렸다.

그리고는 “당시 주전론, 척화론은 정말 무망한 헛소리였다. 조선은 청을 상대로 전쟁을 해나갈 국력이 없었고, 주화론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였으며, 그런 주장 자체가 조롱감이거나 임시변통으로 내세울 수 있을 뿐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명나라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청이 황제를 칭하면서 군신 관계를 요구해오면, 명분을 중요시하는 조선의 지배층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즉, 이래저래 침략을 피할 수 없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영화에서 최명길이 주도하는 주화론에 대해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의 사례를 들어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박지원이 건륭황제 70세 생일 축하를 위해 사신단에 끼어 북경에 간 것은 병자호란 후 150년이 지난 1780년이었는데도, 사신단은 불교에 심취한 건륭황제 자신이 예를 갖추는 티벳의 판첸라마를 만나라고 굳이 자리를 마련해 주자, 거부하다가 만나서도 예를 갖추기를 거부했다”며 “판첸라마가 선물로 불상을 주자 갖고 갈 생각은커녕 버리다시피 하인들에게 주었으니, 진상을 떤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지원은 이후 돌아와서 쓴 열하일기에서,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의 연호를 쓰지 않고 건륭제 연호를 썼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영화에서 김상헌이 주도하는 척화론과 관련해서는 “주화론도 국내 정치상 실행 불가능했지만, 주전론 또한 국제 정치상 불가능했다”면서 “주전론이니 주화론이니,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정말 쓸데 없는 얘기다.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찻잔 속 태풍”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 식 낙후된 사고방식을 가진 조선 지배계층은 주제를 알지 못하고 이불 안에서 활개짓을 너무 오래 했다”며 “그러는 대신 병자호란, 아니 명나라 멸망 이후 중국 문물을 적극 받아들였더라면, 조선 후기 사회처럼 나락에 빠지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들은 1636년부터 1876년까지 자그마치 240년을 날려버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또 “하등 중요하지도 않은 사건을 갖고 왜 두고두고 우려먹는지 모르겠다”면서 “김상헌이 귀양에서 돌아와 장수를 누리고, 안동 김씨 대장 노릇하면서 이 사건을 우려먹은 게 아닌가 싶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영화나 소설을 만들 때, ▲정묘호란을 겪고도 정신을 못 차린 조선의 지식인층 ▲정묘호란의 경험을 엉뚱하게 해석해 농성작전을 짠 조선군 ▲병자호란 때 청의 압록강 도하를 거의 열흘 지나서야 알 정도로 안보와 외교에 어두운 지배층 ▲수 백명의 충청도 수군을 이끌고 와 기껏 도망가지 않고 싸웠지만 1만이 넘는 청 수군의 강화도 침략을 막지 못한 사실 등을 극적인 요인으로 활용해보도록 아이디어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병자호란과 관련해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남한산성’이 아니다”면서,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정세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대응방안을 꺼냈다.

즉, ▲냉엄한 국제정치에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 ▲자기들끼리 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고,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 ▲바깥 세상 돌아가는 정세에 따라 그때그때 편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적어도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 ▲상대방 정파가 싫어도 외교안보에 관해 야당은 정부 비판 시 언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력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래도 군대는 독사처럼 날을 세우고 건드리면 상대에게도 피해를 줄 태세를 갖고 있어 보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여러 모로 새겨들을 만한 뜻깊은 견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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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i317 2017-10-18 07:15:51
지는한화증권 사장재임시 적자로 말아드시고 ...
후임사장이 똥치우고적자탈줄이라는데

대박인생 2017-10-15 23:10:08
역사에 만약은 없습니다. 청은 이미 대세였고 나태한 조선의 권력층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들의 잇속과 권력에 취해 오판을 한거죠. 남한산성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애국이라며 안보팔이나 하는 지금의 정치권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건 저뿐일까요. 강대국에 둘러싸여 영향을 받아온 우리로선 이스라엘 민족처럼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원대디 2017-10-11 03:09:03
주진형이는 지 잘난 맛에
사는듯
역사공부 더 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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