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여운(旅雲)으로 소통하는 가야금병창 연주자 전해옥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여운(旅雲)으로 소통하는 가야금병창 연주자 전해옥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0.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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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20)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흘러간 유행가를 구성지게 따라 부르는 소녀가 있었다. 목소리도 크고 탄탄한 음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는 커서 창을 하면 잘 하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또래 보다 키도 크고 달리기도 잘하는 활발한 아이로 성장하던 소녀에게는 별명이 하나 있었다. 그 별명은 ‘갑산이’였다. 유치원에 다닐 때 어른들이 노래를 시키자 동요 대신 칠갑산이라는 노래를 멋지게 불러 생긴 별명이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두 분 다 고향이 강원도였는데 강원도아리랑이나 정선아라리 정도는 기본으로 하셨어요.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민요음반을 항상 틀어놓고 생활하셨죠. 사랑채에는 오래된 레코드판과 혹시라도 당신 돌아가시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토속민요나 낯선 단가를 직접 녹음한 테이프들, 풍물악기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농번기나 마을 행사가 있다하면 할아버지께서 꽹과리나 장구를 잡으시는 모습도 자연스러웠죠.”

이런 환경을 가진 소녀가 전통음악을 일생의 업으로 삼은 일을 보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사)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이사와 사)가야금병창보존회 이사와 대전지회장을 맡고, 국악그룹 소리디딤 대표로 활동하면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로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는 전해옥 씨가 그 소녀이다.

전해옥 씨는 아홉 살에 국악을 장려하던 대전 화정초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4학년이 되자 운명처럼 가야금을 만났다. 어린 나이지만 국악인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꿈을 이때부터 가졌다고 한다.

“하나만 하는 일도 어려운데 악기와 소리를 같이 하는 일은 쉽지 않죠. 그런데 이 둘을 같이하는 가야금병창이 참 재미있었어요. 전학 온 학교에 국악반이 있고 가야금병창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그러나 부모님은 가야금병창을 그냥 취미로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 딸인 전 씨에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우연은 소녀의 꿈을 도왔다. 마침 담임선생님으로 가야금을 전공한 분을 만난 것이다. 선생님은 개인 악기를 학교에 기증하면서 가야금동아리를 만들었다. 전 씨는 다시 공부하면서 연주를 배우고 또 경연대회도 나갈 수 있는 환경으로 3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진학의 시기는 다가왔다. 물론 전 씨는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우리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무작정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 전화해 방법을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의치 않은 분위기에도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가야금을 공부할 수 있는 일반 학교를 찾아 자원해 입학한 것이다.

“3년간 국악합주반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국악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죠. 예술대학에 진학하는 일도 부모님의 힘을 덜어드리고자 2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가야금병창을 지도해주셨던 은사님을 찾아뵙고 가야금병창을 사사받으며 예술대학 입시를 준비했어요.”

이런 노력의 결과, 예향인 광주, 전남대 국악학과에 진학해 가야금병창을 전공한다. 

깊은 전통을 잇다
“예술중고교를 다니면서 계속 가야금병창으로 대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대학생활에 임했어요.”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전액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고 바로 국립남도국악원에 입단해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시 대전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전 씨는 수많은 경연대회에 출전해 2014년,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부문 장원을 수상한다.

“가야금병창은 소리를 하면서 직접 가야금으로 반주도 하기 때문에 합을 이루면서 완벽하게 자신의 색깔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가야금도 잘하고 소리도 잘하면 정말 최고인데,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색해요. 더 노력해야하는 거죠. 저는 어릴 적 박귀희 선생님의 소리를 좋아해서 그 제자 분들의 소리까지 수집해서 듣는 매력에 빠져서 살았어요.”

우리나라 가야금병창은 여창과 남창, 이렇게 두 산맥으로 나뉘어 이어지고 있다. 남창인 정달영제에서는 소리를 판소리 그대로 가져가는 특징이 있다. 일단 힘이 있고 남성적이며 곧고 투박한 성음을 많이 쓴다. 가야금 반주도 양 손가락 모두 바삐 움직여 소리음과 나란히 탄력적으로 진행한다.

여창을 대변하는 박귀희제의 큰 특징은 석화제라 하여 판소리와 민요의 중간쯤 되는 성음을 쓰고 판소리의 기존 틀에서 조금 벗어나 부드럽고 유연하게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가야금의 청아한 소리를 살리기 위해 반주도 모든 소리음을 다 뜯지 않고 소리여백을 살린다. 또 가성이나 히성도 적절히 사용해 여성스럽고 섬세한 해석을 보여준다.

인간문화재였던 故박귀희 명창은 구전심수로 전해지던 가야금병창을 악보화 하고 음반으로 제작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보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전 씨의 스승인 강정숙 명창이 박귀희제 가야금병창을 직접 계승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다. 따라서 이수자인 전해옥 씨는 가야금병창의 어머니인 박귀희류 계보를 직접 잇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전 씨는 2016년, 대전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차세대artistar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보통 첫해에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전 씨는 바로 무대공연을 기획한다. 바로 ‘전해옥의 가야금병창 사랑방’이 그것이다. 사랑방은 풍류객들이 모여 예술적인 교류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전해옥 씨는 사랑방에 모인 풍류객들과 주거니 받거니 어우렁더우렁 놀아보자는 의미에서 ‘현의 놀음’이라는 타이틀로 현악기와 관악기, 가야금병창이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놀음판을 마련하였다. 이 자리에는 일반적인 가야금병창 연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아쟁, 해금, 거문고, 피리, 대금 연주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주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전통에 충실하되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풍류 악객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관객들의 추임새와 함께 한바탕 어울어지는 사랑방의 정경이 펼쳐졌어요. 이 자리에는 고법 인간문화재인 김청만 선생님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명인 선생님들과 함께 했죠. 연배도 높고 바쁜 일정 때문에 모시기 어려운 귀한 선생님들과 같이한 영광스러웠던 순간이었어요.”
 
 

구름도 쉬어가는 사랑방을 만들다
아티스타 2년차인 전 씨는 올해도 ‘전해옥의 가야금병창 사랑방’ 두 번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랑방이라는 분위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놀다가라는 의미에서 나그네旅, 구름雲 자를 써 구름도 잠시 머물다 가라는 ‘여운’이 제목이다. 이번 무대에서도 전통적인 레퍼토리와 함께 창작가야금병창을 선보인다. 단가 ‘백발가’로 문을 열고 흥보가 중 ‘구만리 ~ 제비노정기’, 수궁가 ‘토끼화상 그리는 대목 ~ 관대장자’, 액막이 달거리 풍물굿에서 유래된 ‘액맥이노래’와 대전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대전8경’을 들려 줄 예정이다. 특히 창작 가야금병창곡인 대전8경은 보문산, 구봉산, 대청호 등 대전의 8대 명소들을 노래한 곡인데 연주회장을 찾은 대전시민들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곡들은 오는 11월 8일 저녁 7시 30분,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작은 마당에서 만날 수 있다.

전해옥 씨는 국악을 전공했지만 전통만을 고집하거나 퓨전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때와 장소, 또 연령층에 따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장르로 소통하고 싶어 한다. 대중이 찾지 않으면 국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전한 전통을 듣고 싶어 하는 관객 앞에서는 전통의 깊이를 전하려 노력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곳에서는 현대적으로 편곡한 음악을 드레스를 입고 스탠딩으로 연주하는 일도 많아요. 사실 정말 바쁘게 움직이며 소리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살았죠.”

지금은 적지 않은 팬들이 생기면서 전 씨의 공연을 고정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노력은 음악 외적인 활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공성을 가진 홍보대사를 비롯해 ‘화첩기행’이라는 예술인들의 기행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연 안에서 국악을 선보이기도 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소식을 소개하는 ‘전해옥의 문화는 아름다워’라는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전 씨에게는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이 넘쳐난다.  

바로 가야금병창으로 소통하는 일이고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또 배우는 사람도 많아지는 길이다.

“앞으로는 국악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공연과 교육 기회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바로 국악의 미래를 여는 일이죠. 그렇게 우리 음악도 세계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스승님들이 밟아온 삶의 발자취를 완성하고 싶어요. 국악 하나로 외길인생을 살아오셨는데 저도 오롯이 국악에 인생을 걸고 그 뒤를 따르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야금병창 연주자 전해옥 씨는 이 많은 할 일이 바로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라고 바쁘게 자리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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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운 2018-04-04 14:22:23
좋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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