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자신의 7년 후배 판사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증인 신문을 할 때 액션을 나타내지 마라. 이 부분을 분명히 경고한다. 몇 번 참았는데, 오전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이날 피고인으로 참석한 우 전 수석을 향해 이영훈 부장판사가 직접 ‘레이저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 경고는 공정거래위원회 신영선 부위원장의 증인 신문 도중에 나왔다. 신 부위원장에게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때마다, 우 전 수석은 신경질적이고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 눈에 거슬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증인석을 뚫어져라 바라보곤 했다. 물론 과거 귀에 거슬리는 질문을 하는 기자를 향해 쏘았던 바로 그 '레이저 눈빛'으로 말이다. 재판부의 눈에 우 전 수석의 그런 몸짓이 몹시 거슬리고 부적절하다고 여기고 있던 차에, 개선의 여지 없이 계속해서 되풀이되자 이 부장판사가 참다 못해 대놓고 ‘혼쭐’을 낸 것이다. 서슬퍼런 천하의 우병우가 애송이에 불과한 판사한테, 그도 사법연수원 7기나 뒤늦은 새까만 후배한테 공개적으로 경고를 받았으니,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이 부장판사와 우 전 수석은 사법연수원 기수로 각각 26기와 19기다. 이 판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은 괜찮지만, 변호인이 ‘민정비서관의 요구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긍정적 답변을 끌어내려 한다”고 우 전 수석을 계속 몰아붙였다. 우 전 수석에게는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엄습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13일의 금요일'이 바로 이날이었던 셈이다. 우 전 수석의 불량한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가 법원과 검찰청을 오갈 때마다 질문세례를 하는 기자들을 향해 특유의 ‘레이저 눈빛’을 쏜 적이 있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했을 때는 의원들 질문은 경청하지 않고 쓸데 없이 무언가를 메모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당시 김성태 위원장으로부터 “해찰하지 마라”는 꾸지람을 들은 바도 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우병우가 혼나는 세상인지, 우병우를 혼내는 세상인지, 정신이 헷갈릴 만큼 정녕 세상이 바뀌어 있는 느낌이다. |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