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에서 자살 시도자까지 "연결하라"
초보 아빠에서 자살 시도자까지 "연결하라"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2> 전문성·기업적 마인드 돋보인 비욘드블루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10.1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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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충남도민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자! 살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신건강 선진국인 호주의 빅토리아주정부(멜버른시)와 민간기관 등을 방문, 관련 시스템을 취재했다.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시리즈(5회)를 통해 충남도에 적용시킬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지난 9월 28일, 호주 통계청은 2016년 기준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2866명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3027명)에 비해 161명 줄어든 것이다. 2016년 자살자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2151명)이 여성(715명)에 비해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호주의 ‘비욘드블루’(Beyond Blue)는 보도자료를 내고 “통계 수치가 약간 하락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자살은 호주에서 44세 미만의 주요 사망 원인”이라며 “자살률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높다”고 밝혔다.

2000년 10월에 설립된 비욘드블루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일에 주력해 왔다.

2000년 10월에 설립된 비욘드블루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한 일에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자살 예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초창기에는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직원이 지금은 1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대외적인 위상 역시 높은 편이었다.

비욘드블루(Beyond Blue) “손을 내밀어 연결하라”

비욘드블루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살은 매년 15세에서 44세 사이 호주인에게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매년 약 3000명의 사람들이 자살로 사망한다. 모든 자살은 친구와 가족, 동료 및 광범위한 지역사회에 비극적인 파급효과가 있다”며 “아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손을 내밀어 연결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취재진이 비욘드블루를 방문한 것은 지난 9월 19일 오후였다. 민간기관에서 느끼기 힘든 탁월한 전문성과 함께 철저한 기업적 마인드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교사에서부터 서비스업 종사자, 초보 아빠, 자살 시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배울 점이었다. 그들에게 끊임 없이 손을 내밀어 지지를 위한 연결고리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 소개를 맡은 리베카에 따르면 호주 국민 약 300만 명이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살의 위험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리베카는 “호주에 사는 모든 사람이 최상의 정신건강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욘드블루의 비전”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정신질환 지원 및 회복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 해소 ▲적절한 진단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팀은 비욘드블루가 추진 중인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전해줬다. 지난해에는 우울증을 앓던 대학생이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리베카는 “비욘드블루는 정확히 말하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아니다.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온라인 자료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웹페이지 방문자 수는 연간 600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팀은 비욘드블루가 추진 중인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전해줬다.

그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선생님들은 물론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향후 2년 동안 전국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프로그램의 대상자는 선생님들로, 그들이 어떻게 정신질환을 다뤄야 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교육하는 게 저희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우울증 앓은 맬버른대 대학생의 소송 승리…‘정신적으로 건강한 일터’ 추진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살펴보게 함으로써 조기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인상 깊었다.

팀에 따르면 비욘드블루는 2002년부터 정신질환자가 생명보험이나 여행보험 등 각종 보험을 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물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에는 맬버른대 대학생 1명과 보험회사 간 소송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뉴욕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던 한 학생이 우울증을 앓게 됐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보험금 지불을 거부했으나 학생이 소송에서 이겨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었다”고 팀은 설명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터’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또는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회사의 경제적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더 좋은 근무환경을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분야에 있어 호주의 현 주소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그 회사 직원들의 정신건강은 어때?”라는 질문이 직장 선택을 위한 하나의 잣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터’의 핵심은 ▲긍정적인 기업문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적 요소들이 어떻게 발견되고 대처되는지 ▲정신질환이 있는 직원에게 어떻게 대하고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 ▲일자리가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다.

팀은 “비욘드블루의 출발점은 우울증이었고, 그 다음으로 불안장애와 자살방지까지 갔다면 최근에는 보다 나은 정신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액세스(New Acess)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태프는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준전문가들로서 철저한 훈련을 받고 일하고 있다. 서비스 직종에 있는 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뉴액세스(New Acess)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태프는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준전문가들로서 철저한 훈련을 받고 일하고 있다. 서비스 직종에 있는 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굳이 상담사를 찾지 않아도, 필요한 치료를 적절한 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직종 위한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의사 진단 없이 가능”

전문적인 심리상담사들이 좀 더 중증환자들을 찾을 수 있게, 그 수요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태프는 “직접적인 대면이나 전화 또는 영상으로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며 “전화든 대면이든 시범사업을 했을 때는 효과가 똑같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사례가 이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의사의 진단이 없어도 저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객들을 대할 때 의료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잘못된 편견을 바꾸고 좀 더 편하게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휴는 규모가 큰 전국 단위의 캠페인이 실제로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마케팅팀은 언론사와 광고회사, 디자인회사 등과 협력하고 있는데, 사실상 일반 기업체의 시스템과 다를 바 없었다.

최근에는 초보 아빠들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같은 나이 때의 일반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2~1.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보 아빠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캠페인의 목적과 추진 방향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초보 아빠들로 하여금 동지애를 갖도록 하는 것 ▲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도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휴는 규모가 큰 전국 단위의 캠페인이 실제로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초보 아빠를 출연시켜 친근한 모습의 동영상을 제작, SNS와 홈페이지에 올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짧게나마 동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주인공은 “(아기 때문에) 친구를 만날 수가 없다. 15분 이내로 맥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친구들에게 ‘(아이들이 다 자란) 17년 후에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는 등의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었다.

흔히들 여성에게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산후우울증의 사각지대를 노린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초보 아빠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자살 시도자 위한 코디네이터 눈길

특히 기자 출신 5명이 미디어팀에 활동하고 있었는데, 휴는 “호주의 경우 기자들이 너무 많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며 “(언론사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뉴스룸에서 일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지 않을까?”라고 웃음을 지었다.

전직 기자들이 비욘드에 입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언론사와의 유기적 협조 체계가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속해서 마크는 2014년부터 시작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대상 그룹은 이미 자살을 기도했고,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마크는 “사전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한 번 퇴원하면 끝이라는 것”이라며 퇴원 후 프로그램이 미비했음을 지적한 뒤 “(게다가)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 15~20%는 다시 시도한다는 것이고, 5~10%는 실제로 자살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비욘드블루는 ‘코디네이터’를 고용,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에서 퇴원한 사람을 3개월 동안 팔로업 하도록 했다.

마크는 2014년부터 시작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대상 그룹은 이미 자살을 기도했고,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경제적 지원이나 관계적 지원 등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고, 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마크는 “코디네이터는 의료진이나 정신보건 전문의는 아니다. 직접적인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전문 의료진은 아니지만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는 다 돼 있다. 정신병원과 지역의 경제적 지원 단체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병원과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별도의) 위원회가 있는데, 병원 대표자들을 초대해서 처음부터 함께 계획하고, 병원으로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사업에 대한 교육을 실행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응급실에 갔을 경우, 의료진은 당사자에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연락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 지를 확인하게 된다. 동의하면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해 해당 기관이 접촉한 뒤 다시 한 번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대부분의 코디네이터는 사회복지나 자선사업 쪽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선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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