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상처를 치유하는 첫 번째 문(門)은 진실...세월호 보고 조작 의혹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숨쉬는 4.16] 상처를 치유하는 첫 번째 문(門)은 진실...세월호 보고 조작 의혹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41) 2017년 9월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0.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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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1760년, 영조 36년부터 1910년까지 국정에 관한 여러 사항들을 기록한 일성록은 일종의 국정일기다. 정조 12년의 기록을 보면 도성에 역병이 돌기 시작한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5월 22일에, 역병이 퍼지고 있다는 보고에 따라 정조는 한성부에서 환자의 규모를 파악해 계속 보고하도록 했다. 또 진휼청과 각 군영은 궁핍한 환자들에게 물자를 대주고, 사망한 가족에게는 매장 비용 등을 대주도록 하였다. 이어 국정의 총괄 기관인 비변사에서 이 과정을 관리 감독하도록 하였다.

한성부에서 5월 30일에 보고한 내용의 일부를 옮긴다.

“이번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중부는 감염 의심자 125명을 교외의 병막으로 내보냈고, 동부는 193명 중 나아서 도성으로 돌아간 사람 7명, 사망 2명, 병막 96곳입니다. 서부는 253명 중 도성으로 돌아간 사람 34명, 사망 4명, 병막 118곳입니다 …”

이런 정확한 보고 뿐만이 아니라 진휼청에서는 병막을 보수하고 사망한 가족에게는 어떤 조치를 했는지 임금에게 소상히 보고를 했다.

나라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을 정확히 보고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응과 보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조작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중대한 보고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상황보고 일지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오전 9시 30분에 첫 보고를 한 것으로 돼 있지만, 6개월 뒤인 10월 23일 작성된 수정 보고서에는 첫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바뀌어있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으로 개정 변경한 자료도 나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에 부실 대응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후에 조직적으로 기록을 조작하고, 법규를 무단 수정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기록을 말할 때 자주 언급하는 게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시대에는 기록과 관련한 법률이 매우 엄했기 때문에 사관은 사실을 직필할 수 있었다. 실록에 쓰이는 사초는 실록편찬 전까지는 임금은 물론 그 누구도 볼 수 없었으며, 사관들의 독립성이 보장되었고 사초를 본 사관들이 그 내용을 누설할 경우에는 중죄에 처하도록 하였다.  물론 군왕이나 감수관 등의 상관에 의해 사초에 대한 비밀 유지의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무오사화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실록을 함부로 고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실록을 몇 부씩 복사해 최대한 후세까지 전하려고 노력했다.

완성된 실록은 4곳의 사고에 각각 1부씩 보관했다. 전쟁 중에 많은 실록이 소실되기도 했지만 다시 사고를 만들어 보존했다. 특히 일본과의 전쟁 때는 서울, 충주, 성주에 보관되었던 실록아 불타버리고, 전주에 보관되었던 실록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 전주 사고의 실록을 정읍의 내장산으로 옮겼다가 다시 강화도에서 묘향산으로 옮겨 보관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보고 기록 조작 의혹을 보면서 선인들이 보여준 준엄한 기준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여전치 참담한 나라의 실정이 또 다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연방대법원이 과거청산과 관련해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다. 나치 정권 당시 유대인 학살 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아우슈비츠 경비원 오스카어 그뢰닝의 징역 4년형 원심을 확정, 유대인 대학살 피의자 기소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세운 것이다. 죄인의 나이 95세였다. 
그뢰닝은 30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지난 2015년 7월 기소돼 뤼네부르크 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과 함께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뤼네부르크 지방법원은 당시 그뢰닝이 아우슈비츠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희생자들의 금품을 수집해 나치조직을 지원하는 행동을 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과거를 청산하고 단죄하는 일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죄악에 대한 심판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것을 독일의 법원이 보여주었다.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사정과 비교해보면 준엄한 독일의 판단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규명되지 못한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문제 만은 아니다. 한국전쟁 중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우리 군의 일부가 베트남 민간인을 대상으로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여전히 숨겨져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은닉된 상처도 많다.

오래된 역사와 참사를 잊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잊는다고 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래된 과거를 들추고 진실을 밝히려는 것은, 진실규명이야 말로 상처를 치유하는 첫 번째 처방이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는`어제의 죄악을 오늘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죄악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은 뒤에야 관용의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단죄하지 않는 것은 악의 싹을 전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으며, 전직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서 정확한 사실을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간 조작 의혹을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6일 "세월호 보고서 관련 청와대 수사 의뢰 사건을 대검으로부터 넘겨받았고, 3차장 산하 특수 1부에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수사와 조사는 여러 차례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하는 유족들과 시민들이 많다. 아직도 거리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고 외치는 평범한 시민들이 있다.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진실규명의 준엄한 칼날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묻는 일은 시대적 과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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