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인생은 잘 노는 것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인생은 잘 노는 것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7.10.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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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굿모닝충청 탄탄스님 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십수 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다. 미국 동부의 한인 사찰에 거주 할 때이다. 어느 이른 아침 조지타운대학교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있는 동포 여학생이 전화를 하였다. 그녀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에요?”하고 뜬금없이 묻기에 “숨이 끊어지죠”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숨이 끊어진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요?”라고 묻기에 “화장터나 매장터로 운구되어 재가 되던지 혹은 흙이 되겠지요”라고 하자 다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하고 물었다. 잠결에 귀찮기도 하여 성의 없이 “글쎄, 그 뒤는 모르겠네요”하였더니 이번에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즐겁게 노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전화기에서는 놀란 목소리로 “놀다니요?”하고는 의아해 하는 것이었다.

인생은 노는 것이다.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목적을 찾고 목표를 세우는 순간 인생은 목적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니, 어리석은 이들이 저지르는 대표적 넌센스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인생이 목적지가 어디에 있겠는가? 만약에 목적지가 있다면 목적 달성 이후에는 더 갈 곳이 없으니, 노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관음경(觀音經)’에 보면 관세음보살께서 어떻게 사바세계에 노닐고 어떻게 중생을 위해 설법하시는가 하는 말씀이 있는데,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부처님께서는 날마다 좋은 날이며 매일 노닐고 계시니 유화삼매(遊化三昧: 遊戱三昧)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중생을 제도하는 일, 그 자체는 놀이이다. 그 여학생이 내 말의 진의를 알아듣지 못했는지 자꾸만 더 묻기에 한번 찾아오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는 소식이 없었다. 메릴랜드주 볼트모아에 계시는 어느 신도님에게도 비슷한 뜻으로 말해 주었더니 훌륭한 설법이라고 극찬하더니 편지와 몇 권의 책을 보내 보내주었는데, 필자의 말에 인생관이 백팔십도로 변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즐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레저나 쾌락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레저가 붐이고 먹고 마시며 흥청망청 즐기는 그런 향락적 놀이는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주일 내내 기계적으로 무기력하게 일하고 하루에 실컷 놀아보자는 그런 놀이를 거론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며칠 동안의 욕구불만을 하루에 채워보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덮어놓고 노는 것은 망국에 이르는 길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이렇게 며칠 동안의 욕구불만을 하루에 채워보자는 그런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놀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정월 초하루부터 섣달그믐까지 매일 노는 것을 말한다. 역설 적으로 일하는 것, 그 자체가 놀이라는 뜻이다. 남을 위하는 일 그 자체가 그대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괴로움과 어려움을 당하고 모함을 당하는 그것이 그대로 놀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운동 경기가 있으며 많은 오락이 있지만, 넘어질 때도 있고 즐기다 다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스포츠와 오락에도 고(苦)가 있고 스릴이 있다. 그러기에 인생의 역경도 스포츠와 오락처럼 스릴이 있기에 놀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처럼 닷새만 일하면 되고 하루하루 노동시간이 단축되어 이제는 많은 여가시간이 있다. 과학문명이 발전하고 모든 것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이제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줄어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때 물질문명의 발전에 버금가도록 정신문화의 발전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인간은 동물적인 관능적 놀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보다 높은 수준의 예술적 놀이가 요구되는 것이다. 매일 열심히 즐기면서 일하고, 여가에는 취향에 맞게 음악과 문학과 연구 등의 예술을 즐기고, 빨래를 즐기고 잔디를 깎으며 행복에 젖어야 한다. 공자가 이르기를 ‘예(藝)에 노닌다’는 것이 이것이다.

천국(天國)이란 그러한 곳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극락(極樂)이란 지극히 즐거운 마음을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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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철 2017-10-23 22:39:59
11월달 화장하여 납골당에 모실려고 하는데
몇칠날이 좋겠읍니까.
좋은날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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