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라는 어휘선택, 누가 왜?
‘논두렁 시계’라는 어휘선택, 누가 왜?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10.24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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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논두렁 시계 투기'를 처음 보도한 SBS TV 화면 캡처 >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망신을 극대화시키는 표현을 찾아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과 관련,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적극 개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두렁 시계’라는 어휘를 누가 왜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왜 시계를 버린 장소를 ‘봉하마을의 논두렁’으로 표현했으며, 또 누가 그런 조작에 가담했는지 하루 빨리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크게 일고 있던 동정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국정원과 검찰 합작으로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논두렁’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전혀 없다. 다만, 심리 전문가의 자문을 거쳤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돌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가운데 24일 한 네이밍 전문가가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네이미스트는 이날 “망신을 줄 목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척점에 있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댓구 형식으로 섞는 배열방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예컨대, 개당 1억원이 넘는 ‘명품시계’라는 최상층의 단어와 ‘논두렁’이라는 시골의 토속적인 최하층의 단어를 「논두렁+시계」라는 알고리즘으로 한데 묶을 경우 폭발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추론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1차 연관어로 연상할 경우 ‘봉하마을’ ‘진영’ ‘정토원’ ‘봉화산’ ‘화포천’ ‘부엉이 바위’ ‘산비탈’ 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들은 고급 명품시계라는 단어의 대척점이 되기에는 표현이 너무 평이하거나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봉하마을’ 하면 최우선적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벼농사라는 점과,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농로를 달리는 친근한 모습이 TV 화면으로 노출돼 국민적 공감을 크게 샀던 점 등에 착안한 것 같다”며 “그런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논두렁’이라는 아이디어를 최종 선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015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적폐청산 TF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며, ‘논두렁 시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논두렁 시계 투기’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2009년 5월 13일 SBS가 처음 보도했다.

이 방송사는 당시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으로,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으나, 그런 진술의 출처에 대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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