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공원위원회에 달린 도시공원의 미래
[김선미의 세상읽기] 공원위원회에 달린 도시공원의 미래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7.10.25 11:0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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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중대한 정책결정, 소수 전문가 아닌 숙의 민주주의 도입을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해로 인한 스모그가 온 도시를 잿빛으로 뒤덮고,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 사이로 산성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지구는 더 없이 황폐화 되었다.

1982년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의 도입부는 영화가 나온 지 35년이나 흐른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섬뜩하다. 20세기에 21세기를 그린 영화에서 암울한 풍경이 지구의 미래로 제시된 2019년이 바로 코앞이다. 얼마 전 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돼 상영 중이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인공 지능과 복제인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식물 하나 찾아볼 수 없고 합성 농업시설들과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적 지구의 모습이 더 전율케 한다. 

스모그 뒤덮이고 산성비 내리는 디스토피아 원치 않는다면
 
최근에는 거의 가보지 못했으나 한 때 월평공원을 열심히 찾은 적이 있다. 월평정수장에서 출발해 능선을 타기도 했고, 내원사를 통해 도솔산에 오르기도 했고, 사이클경기장에서 산책길을 따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짧으면 40분에서 길어도 1시간30분 정도의 산책은 늘 감사했다.

운동이라면 질색인 나 같은 귀차니스트도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무성한 나무들과 도솔산 정상과 가새바위에서 바라본 갑천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을 깎아 파헤친 자리에 철옹성처럼 우뚝 솟은 아파트는 누군가에게는 재산 증식을 위한 로또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디스토피아적 난개발 현장으로 인식 될 것이 뻔하다. 물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극단적인 풍경까지는 아니어도 나무숲을 아파트숲에 내주는 일은 참담함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소수의 누군가에게는 로또, 대다수 시민에게는 난개발 현장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는 월평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이미 공공성과 절차상의 문제, 계획의 부실함을 이유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두 번이나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상식선에서라면 두 번의 재심의는 사실상 부결이나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3차 도시공원위원회를 강행해 오는 26일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대전만 겪는 일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9월 초 “민간자본을 이용해 장기미집행 공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추진 절차와 사업자 선정 과정을 엄밀하게 조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 환경과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대전시의회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2030 대전 도시기본계획’ 인구감소, 주거환경 여건 변화

대전이 주택난에 시달리거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도시라면 공원을 훼손해서라도 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게 맞다. 그러나 실상은 정 반대다. 주택난에 시달리지도 않을뿐더러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더 이상 줄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를 대전시도 모르지 않는다.

‘2030 대전 도시기본계획’에서도 인구감소에 따른 도심 및 주거환경의 여건변화와 공원 및 녹지에 대한 수요 증가로 공원의 활용성과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화 하며 녹지 공간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대전시의 기본방침이다.

따라서 일단 정부의 조정될 사업방침을 기다려 보자는 데도 대전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히려 사업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소수를 위한 코앞의 개발 이익 아닌 대전시 미래 고려해야

덕분에 2번이나 재심의 결정을 한 도시공원위원회의 결정이 더욱 막중해졌다. 위원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있고 대전시와의 관계가 얽혀있어 결론을 내리는 데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향후 대전시 민간특례사업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더 커진다. 공원심의위원들도 대전의 중요한 생태 환경을 망가뜨리고 개발이익에 앞장선 주범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부분에 있어서는 적절한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특례사업의 결정 여부는 대전의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월평공원 아파트 조성이 최선인지, 개발로 인한 이득이 대전시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위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들, 드넓은 공원·녹지 공간 품어

한편 대전시 미래와 시민의 이익을 결정하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소수 전문가 집단에만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차제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보여준 것처럼 다수가 참여해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합의에 다다르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5개소의 도시공원 민간사업개발 사업비용 내역을 보면 공원 조성비용과 토지매입비는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아파트 건설비용이다. 최종 단계에서 이를 얼마나 조정할지 모르겠지만 공원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 공원을 빙자한 아파트 사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대부분 도심에 드넓은 공원과 녹지공간을 갖고 있다. 초록이 사라진 도시, 그 초록을 되찾으려면 몇 배의 비용과 수고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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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현 2017-10-25 17:57:14
갈마지구에 사업을 하는 기업은 토지를 매입하고, 공원 시설을 만드는데 1,092.4억을 투입합니다. 그리고 아파트 지을 땅이 172,438제곱미터, 52,253평 정도가 되죠. 이 땅은 현재 녹지지만 사업이 승인되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 됩니다. 아파트 지을 5만 2천평을 사업자는 1,092억에 산겁니다. 평당 209만원 정도 나오네요. 사업부지와 바로 인접해있는 제2종 일반 주거지역의 공.시.지.가(실거래가보다 한참 낮은 그 공시지가)가 평당 261만원입니다. 천문학적인 아파트 건설 수익을 빼고도 땅값으로만 수백억이 남는 특혜죠

비래동 주민 2017-10-25 16:22:41
공원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공원전체가 날개발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위해 나머지 70%라도 보존하자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논리는 적시하지 않고 아파트 짓는 것만 비난하는 것은 균형된 글이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공원부지매입과 개발에는 15%, 아파트짓는데는 85%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 것은 그 비교가 적절치 못합니다
비용의 비교는 공원부지매입과 조성비용과 아파트를 건설하여 분양후의 이익금액을 비교하는 것이 옳바른 비교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갈마동 주민 2017-10-25 13:06:31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월평공원원은 대전 시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주말이면 찾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도시공원위원님들의 미래 지향적인 안목을 갖고 결정해 주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문성호 2017-10-25 12:52:08
"소수를 위한 코앞의 개발 이익 아닌 대전시 미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전체가 대전시장에게 대규모 아파트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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