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광섭 두정119안전센터장] 새벽의 고요함을 깨고 화재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긴급한 목소리의 주택화재 출동을 알리는 지령이 울린다. 출동과 동시에 소방차량 안에서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면서도 늘 시민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다.
집은 학교에서, 일터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고단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그러나 순간의 부주의와 소방시설의 부재가 안락한 휴식 공간을 끔찍한 재앙의 공간으로 둔갑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다른 화재에 비해 주택에서 사망자가 다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기본소방시설의 부재다. 최근 3년간의 통계를 보면 전체 화재의 24.3%,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60.7%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83.5%는 단독주택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깊은 잠에 빠져있을 새벽에 화재를 알리는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만 있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2월 신규주택을 대상으로 기본소방시설을 갖추도록 관계법령이 개정됐고, 기존 건축물은 5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올해 2월 이후로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어야 한다.
앞서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설치를 실행한 나라인 미국의 경우 현재 보급률이 96%에 이르며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설치가 실행된 이 후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60%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유명무실한 법령이 되고 있다.
현재 소방청을 비롯한 모든 소방관서에서 주택용 소방시설이 모든 주택에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 및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보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수독박 수질무성(一手獨拍, 雖疾無聲)이라는 말이 있다. ‘한 손으로는 아무리 빨리 쳐도 박수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방관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시민들의 실천과 협조가 없다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까운 대형마트와 인터넷 등으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 또한 어렵지 않다. 시민과 소방관서가 함께 노력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나의 집’에서 지친 하루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