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다음은 예정대로 원전축소
[시사프리즘] 다음은 예정대로 원전축소
  • 김종남
  • 승인 2017.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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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2017년 가을 대한민국의 탈핵 시계를 작동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19대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중단이 공론화 시작 후 3개월 만에 공사재개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공론화과정을 바라보는 여러 평가와 말들이 있지만 가장 긍정적인 것은 ‘찬반 양측과 정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란 평가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서 한발 물러서 공론화 결론 수용을 내걸긴 했으나 ‘건설 중단’으로 결정될 경우 원전산업계와 지역개발세력의 강도 높은 저항이 격화될 것이 걱정스러웠던 정부나 공론화 기간 내내 탈원전 정책기조를 비판하며 매몰비용 낭비, 원전기술 사장, 전기요금 급등설로 대중을 충동질했던 원자력 진흥론자들과 보수정당 및 언론들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최고조로 높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건설 중단 공약 이행으로 문재인 정부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던 중단 측에게야 건설재개 결정이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원전축소정책을 확고하게 이행할 것을 동시에 권고한 시민참여단의 결정은 ‘오늘은 더 안전하게 짓고, 내일은 폐쇄하라’는 나름의 묘수를 제시했기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권고안 발표 후 정부도, 찬반양측도 당장의 극심한 혼란을 피할 길을 열어준 시민참여단과 공론화위원회가 많이 고마웠을 것이다.

남은 문제는 오늘의 지혜로운 회피가 내일의 경제와 안전을 담보해줄 수는 없다는 점이다.
1조5천억여 원의 매몰비용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10조원에 달하는 원전건설비용을 우리는 부담해야 한다. 원전가동 후 발전과정에서 배출될 고준위핵폐기물을 비롯한 방사성폐기물들의 양산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추후 더 큰 갈등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현재의 계획으로는 마지막 원전이 될 신고리 5,6호기가 영구중지 예정인 2082년 즈음의 폐로비용은 후손들이 떠안아야 한다. 혹시나 있을 원전사고는 추가적인 위험들을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킬 것이다.

그 많은 건설비와 사고처리비, 폐로비용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대중화하고 관련 산업을 키우는데 사용했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탈핵의 시간은 훨씬 더 앞당겨졌을지도 모른다. 일자리 절벽에서 울부짖는 청년들에게 안전하고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더 일찍 제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더 풍요롭고 값싼 전기를 쓰면서 살고 싶은 욕망은 내일의 비용과 위험에 눈을 감게 했다. 5,6호기를 짓지 않아도 허무맹랑한 야당의 주장처럼 전기료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는다는 정부의 자료들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의 획기적 확충과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여러 지자체가 따라 함으로써 원전 여러 기를 5년 내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 제안도 시민참여단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뼈아프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한민국 최초의 숙의민주주의 실험이 현재의 이익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다.

하지만 제한된 수준이기는 하되 원자력정책을 진흥론자들의 밀실에서 꺼내 만인 앞에 드러낸 것은 성과라고 할 만하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정책으로 전문가와 한정된 기술관료들이 독점해온 정책영역을 평범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도 충분히 알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줬고,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원자력은 줄여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학습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시민참여단과 이를 지켜본 국민의 의사는 분명하다. 위험한 원자력은 줄이라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다음 순서는 예정대로 원전축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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