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대전에 스. 며. 들. 다.
[시민기자의 눈] 대전에 스. 며. 들. 다.
  • 이희내
  • 승인 2017.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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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우리 지역 대전을 소개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찾아가는 대전학 탐방프로그램 “대전이 좋다”를 운영하고 있다. 대전의 명소를 탐방하며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대전 시민들뿐 아니라,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을 품은 길 “숲으로 들어가 그 모든 소리를 들어보라.”

초록빛 가득 담은 자연과 
대전천의 젖줄, 만인산이 베푼 물의 발원지
발길을 끄는 아름다운 둘레길이 함께 하는 만인산.
만인산에 도착해서, 바람 소리를 벗삼아 걸어가니
거친 세상과 점점 멀어지더라.

누군가 숲으로 들어가 숲의 모든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숲을 떠나 살게 되어버린 우리들. 하지만 ‘숲’은 늘 선물처럼 우리에게 많은 걸 안겨주고 있다.

만길이나 높고 깊은 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만인산에는 대전 시민들을 위한 많은 보물들이 있다. 산 정상에는 봉수터의 흔적이 있고, 산 중반에는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있으며, 이 산의 봉수레미골은 대전시민의 젖줄이 되었던 대전천의 발원지이다.

대전학을 통해 요즘 들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만인산을 찾는다고 하는 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걷기 좋은 길, 걷고 싶은 길, ‘만인산 둘레길’인 숲길을 걷기 위해서라고 한다.

녹음을 가득 품은 만인산 풍경을 느끼며 걷다 보면, 숨 가쁜 일상을 잠시 잊고 자신도 모르는 새 느려지는 발걸음을 확인하게 된다. 만인산에는 이런 느림의 행복, 지친 삶의 쉼표를 찾아 온 사람들의 발길이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귀여운 새 소리에 귀가 즐거워지고, 작은 풀꽃의 아름다움에 눈이 즐거워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길. 그래서 오래된 나무 앞을 지나다 사람의 인생을 떠올리고, 자연의 깨달음을 생각하며 자주 발길을 멈추게 되는 길. 그러다, 다시 그의 시선을 빼앗는 예쁜 꽃 한 송이에 마음을 주게 되는 길이 바로  대전 만인산 숲길이다.

머들령, 서민들의 삶과 애환의 고개
만인산 자연휴양림으로 접어들어, 처음 마주한 것은 바로 시인 정훈의 시비다.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 장사가 쉬어 넘고 도둑이 목 축이던 곳’으로 시작되는  정훈의 시‘머들령’의 배경이 된 지금 이곳은, 그 옛날 지금과 같은 문명과 교통이 발달하기 전 태봉재나 머들령을 넘어 대전에서 금산까지 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봇짐을 지고 넘나들었던 고개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대전천 발원지, 만인산 봉수레미골
예전 만인산에서는 달맞이나 큰 제향이 있을 때, 정상에서 봉화를 올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름이 봉화를 올리던 골짜기라 하여 “봉수내미골”, 이후 봉수레미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봉수레미골은 대전천의 발원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심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대전천의 발원지라 그런지 마음이 설레기도 했는데, 이 봉수레미골은 일 년 중 아무리 가뭄이 극심하여도 샘솟는 발원지 암반에서는 변함없는 물줄기를 지키며, 대전천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수호자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천은 유일하게 대전에서 물줄기가 생성되는 주요하천으로 물길이 원도심을 관통하며 대전의 성장과 함께 해왔다. 대전천은 대전시와 봉수 레미골 봉수샘에서 발원해 옥계동·인동·목척교를 지나, 삼성동에서 대동천과 합류하게 되고, 오정동에서 유등천과 합류해서 내려가다가 만년동에서 대전의 가강 큰 하천인 갑천과 합류하여 전민동을 거쳐 금강으로 흘러든다.

둔산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대전천은 오랫동안 대전의 중심이 되어 하천을 지켜왔고, 이 대전천을 흐르는 물이 옥계수와 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해서 옥계동이라는 동네 이름이 생길 정도였다. 물길이 원도심을 관통하고 대전의 성장과 함께 해왔던 옛 영광은 이제, 과거의 한 부분으로 남은 것만 같아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길을 닮아가는 사람들
발원지를 탐방한 후, 만인산 숲길을 걸었다. 걷다보니, 송송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부드러운 흙길을 밟다 보니 일상에서 느꼈던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더니 맞는 얘기다.  그렇게 눈앞의 자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마음이 비워지고, 다시 새롭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듯 하다. 오늘 제대로 ‘숲이 주는 선물인 영혼의 휴식을 찾는 듯 했다. 걸어가는 시간마다 만인산 숲의 나무와 이야기하고, 건강한 흙을 밟고, 신록이 주는 보약을 들이마셨다. 이게 바로 대전학 묘미다.

대전학 탐방을 마치고, 만인산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만인산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 쉬는 나무, 들꽃, 풀, 그리고 다람쥐등의 생명체들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고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체험한 모든 것들이, 숲을 구성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소중한 것임을 인지하면서 말이다.

대전을 배우러 온 사람들부터, 주말을 즐기러 온 사람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대전학” 일정은 모두에게 숲의 선물과 삶의 휴식을 느끼게 해주며, 숲에서 들이마시는 숨 한 모금에 감사하며, 걸음마를 다시 배우듯 숲의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사라져가는 옛길은 되살리고, 끊어진 길은 다시 잇고, 없는 길은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학문의 길일지 모른다. 대전학은 아마도 대전이 가야할 또 다른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대전학을 배우며, 대전에 서서히 스며드는 사람들.

대전학은 그렇게 우리에게 대전을 사랑하게 하고, 대전을 지키며, 대전에 점점 스며들게 만드는 학문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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