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① “또 다른 도전, 스페인을 향해…”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① “또 다른 도전, 스페인을 향해…”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01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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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멀쩡한 정신만으로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숭고한 광기가 있어야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긴장을 유지할 때 ‘사는 것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스페인 북부지방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며 가는 도보 여행길이다. 거리는 800㎞에 달한다. 이것을 한마디로 ‘카미노(Camino)’라고 부르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Santiago)는 ‘성(sant)’과 야고보의 스페인어 표현인 ‘이아고(lago)’의 합성어다. 

이 길은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가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걸었던 길에서 출발한다.

그로부터 800년이 흘러 9세기 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 지역에서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었고, 그 후 그 묘위에 오늘날의 산티아고 성당이 세워졌는데, 이 성당이 순례길의 종착지가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배경에는 당시 이슬람 군대의 위협에 이베리아반도를 지키고자 했던 정치적인 목적이 강했다. 이슬람교 세력에 로마 가톨릭 세력이 대항하기 위하여 일어난 클라비호 전투에서 야고보가 에스파냐군 앞에 나타나는 기적을 일으켜 이슬람군을 무찔렀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게 되고, 중세기에 가장 번성한 산티아고 순례 길이 되었고, 이것이 이어져 오늘날 순례길이 되었다.

걷을 때는 보통 한 달 이상 걸린다. 아직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생각 끝에 자전거로 가는 것은 어떨까 궁리했다. 십여 일이면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에서 산티아고 가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있어서 그 팀에 합류했다.

제일 큰 문제는 자전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이다. 사전에 단골 자전거 숍에 부탁을 하여 포장용 박스를 구했다. 출발은 9월 5일 아침 6시이다. 자전거 포장박스를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 화물칸에 집어넣고 올라탔다. 보통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중량은 23㎏. 자전거 무게가 12㎏, 그 속에 자전거 탈 때 필요한 옷가지와 장비들을 집어넣었다. 다른 짐은 기내에 직접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최대한 줄였다.

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13시간 비행 끝에 마드리드공항에 내렸다. 저녁 햇살은 아직 죽지 않았다. 식사는 오후 9시에 했다. 스페인에서 늦은 저녁이 아니다. 아주 일반적이다. 새벽 1시에 하루가 저문다. 햄 종류로 스페인 전통요리인 절인 돼지고기 하몽(Jamón)과 스테이크, 포도주가 나왔다. 식당 안에는 스페인 손님이 가득했다.

12시쯤에 숙소에 들어가 몇 잔의 포도주로 잠을 달랬으나 시차 때문인지 2시간 만에 깼다. 서머타임 기간인 9월에는 서울보다 7시간이 늦다.

스페인의 아침은 적어도 8시는 되어야 밝는다. 25도의 아침기온은 상쾌하다. 하늘에 얕게 구름이 떠 있으나 대체로 맑은 기운이다. 보통 아침은 6·7·8로 시작한다. 6시에 기상, 7시 식사, 8시 출발이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마친 후 순례길 출발지인 생장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로 출발한다. 중간 도착지인 팜프로나(Pamplona)까지 가는데 5시간 걸리고, 거기서 생장까지 1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기사는 정확히 2시간 운전하면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속도도 100㎞를 넘지 않는다. 행정기관이 기록 장치로 준수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한다.

생장 피드 포르는 프랑스령이다. 스페인 국경에 있는 작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 마을은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경관이 우리를 압도한다.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조립하고 순례자 사무실을 찾았다.

신청서에 이름·나이·국적, 순례의 목적을 적고, 2유로를 주고 크레덴샬(credential)이란 여행자 증명서와 순례를 상징하는 가리비 조개를 받았다. 순례자는 자신이 묵는 숙소나 카페, 방문하는 성당에서 순례 구간을 증명하는 도장(Sello)을 받는다. 나오면서 3유로 기부금도 냈다. 한국 순례자가 세계 6위다. 가까운 유럽을 제외하면 단연 1위이다.

사무소는 도시 중심에 있어서 10분 이상 걸었다. 시내의 골목마다 집들은 중세시대 마을 모양이다. 우리 이태원의 골목길처럼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멋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작은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고풍스럽다. 다리에서 아래로 쳐다보니 물속에는 손바닥만큼 큰 고기들이 한가롭게 떼 지어 놀고 있었다.

숙소는 좀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유럽식 집이 그러하듯이 지붕은 주황색, 벽은 흰색이다. 관리인은 70대 후반으로 영어를 모른다. 프랑스 지역이지만 프랑스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쓴다. 손짓과 눈치로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다. 출발할 때 키를 반납 받으려고 악착같이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굉장히 책임감도 강하다.

새벽에 일어나니 적막하다. 산등성이 먼 집 너머로 초승달이 떠 있다. 밤은 초승달을, 초승달은 새벽을 책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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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17-11-01 22:45:54
또 다른도전...
정말 젊은사람 못지않은 대단한열정
그리고,
800km을 달리살수있는 건강한체력과
자전거라이딩하며 직접보는듯한
생생한 자연경관까지
항상좋은글로 힐링합니다.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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