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숨어있는 복싱장
빠르게 변화하는 상가들 사이 시간이 멈춰진 곳...
대형 건물과 건물 사이 좁다란 골목,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면
이야기 할아버지처럼 구부정 서있는 자그마한 나무 집
대전 한밭복싱훈련도장
오늘도 날카로운 금속성의 종이 울린다
사각의 링 도망갈 곳 없는 곳
허름한 매트 위에 거친 숨소리가 부딪히고
붉은 피와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차가운 금속성의 신호에 의자를 박차고
상대를 향해 뛰어나갔을까?
승자와 패자
환호와 탄식
기쁨과 실망
살아남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
많은 이들이 두 손에 글러브를 끼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챔피언!
누군가는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누군가는 차가운 매트위에서 슬픔을 삼켰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3전 4기, 4전 5기의 신화 속에 챔피언을 꿈꾸던 1만 5천여명의 이야기는 이 작은 도장 곳곳에 남아 우리를 이끌고 있다.
볕도 잘 찾아들지 못하는 체육관 앞 작은 마당.
운동복들이 젖은 몸을 말린다.
지난 저녁 흠뻑 땀을 먹었을 운동복들은
이 오래되고 작은 공간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금속성의 공소리가 또다시 울린다.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챔피언을 꿈꾸며, 새로운 희망을 두드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대전 한밭복싱훈련도장
1961년 대전시청의 부속창고에서 문을 연 후, 55년째 복싱 꿈나무들을 기르고 있는 한밭복싱도장은 세계챔피언 염동균을 비롯해 많은 프로선수와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명 인사들, 그렇게 1만 5천여명의 제자를 길러낸 이수남 관장이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