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존엄사’가 가능해 졌나요?
[어르신 고민 Q&A] ‘존엄사’가 가능해 졌나요?
  • 임춘식
  • 승인 2017.1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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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저의 어머니(86)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병으로 입원한 지 1년 반이 됐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인공호흡기를 달고 콧줄을 낀 채 연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을 차렸습니다. 매달 간병비와 병원비를 포함해 300여만 원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가족들 생활비 부담까지 더해 지금은 빚도 못 갚고 이자만 내는 상황입니다.

경제적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어머니와 만났던 기회조차 없어져버리는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나중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생각에 후회가 들까봐 걱정”입니다.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마음을 접는 것이 아니라, ‘나도 살아야지’라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할까요? 자식으로써 부끄럽지만~~ (남 56, 대전)

A. 존엄사란 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가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엄격한 요건 아래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존엄사의 의미만을 봤을 때는 안락사와는 큰 차이가 없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안락사는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죽음인 반면, 존엄사는 자연적 죽음을 뜻하는 겁니다.

쉽게 설명 드리자면, 안락사의 경우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 약제 등을 투입하여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질병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와 동일시하는 견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존엄사와 안락사의 차이점 좀 있습니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등으로 구분한다. 적극적 안락사는 약물 등 적극적인 수단을 사용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입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수단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존엄사는 생명연장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제거해 환자가 자연사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안락사에 가깝다. 대부분 나라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존엄사’를 이미 금년 10월 23일 부터 국내에서 시범 시험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환자 뜻에 따라 연명 의료결정법 시범 사업을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실시하고, 내년 2월부터는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연명 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인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 의료로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의 의학적 시술이며,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습니다.

이제 ‘존엄사’ 선택이 가능해 졌습니다. 전국 10개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심폐소생술 등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존엄사가 가능해졌는데 시범사업으로 몇 달간 진행이 되고,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규정, 과정을 확실시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안락사와 존엄사 모두 세계적으로 항상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존엄사는 윤리적, 종교적, 법적, 의학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생명권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식의 회복 가능성을 상실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르렀다면, 연명치료가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망 단계에 진입한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할 의사가 있다면 담당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다면 가족이나 의사가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환자가 평소에 연명의료 중단을 지속적으로 원했다는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필요합니다.

사례입니다. 임 씨(79)는 올해 등산을 하던 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병원에 입원한 지 반년이 됐습니다. 전신마비에 의식불명인 그는 24시간 침대에 누운 채 말도 못하고 눈동자만 움직입니다. 그의 아들(47)은 부친을 매주 찾아가는 등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심적·경제적 고통이 큽니다. 300만원 남짓의 월급으로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최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투병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서도 부친 얼굴을 보며 ‘존엄사’를 생각하면 죄스런 마음이 들었던 터였습니다. 그는 “연명의료의 심적 고통이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친의 의사도 모른 채 중단할 수도 없다”며 “고민이 더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존엄사(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한 주가 지났지만 아직 혼란스런 분위기입니다. 특히 중환자를 둔 가족들은 현실적 고통을 탈출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은 반기면서도,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힐까 우려스럽단 반응입니다. 이제 존엄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과정인 만큼 환자나 보호자들이 충분히 상담하고 생각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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