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⑦ 하루 120㎞, 메세타 고원을 달리다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⑦ 하루 120㎞, 메세타 고원을 달리다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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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9월 12일. 6일째는 프로미스타(Fromista)에서 레온(León)까지 120㎞를 달려야 한다. 해발 780m에서 시작해 800m 고지에서 끝난다. 오늘은 가장 긴 거리를 간다.

숙소는 바로 길가에 있다. 도보순례자들은 부지런하다. 아직 가로등이 켜져 있는 새벽이지만 출발한다. 차는 다니지 않고 고요한데 발자국 소리는 방에까지 울린다.

여기도 메세타 고원지역이다. 한 쪽은 포장도로이고 옆길은 비포장도로이다. 비포장도로는 순례자들이 다닌다. 나란히 가는 길이다.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것은 멋진 일이다. 큰소리로 “뷔엔 카미노”를 외친다. 자연이 황량하면 내면으로 향한다. 말없이 걷는다. 23㎞를 달리니 마을이 나왔다. 마을 입구에 벽화가 있었다. 모든 벽화는 예수님으로 통한다. 

한참 달리다 쉬고 있는 바이커를 만났다. 바로셀로나 사람이다. 스페인인이라고 하지 않고 바로셀로나인 이라고 말한다. 요사이 독립하려고 하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출신이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생각해도 한국인은 열정 많은 국민이다. 이 멀리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타다니….

점심은 사하군(Sahagun)에서 한다. 사하군은 레온 지역이다. 세계적 요리 평가기관인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가 선정한 좋은 식당이란다. 맛이 기대된다. 이런 시골에도 좋은 식당이 있다니 기분 굿이다.

스페인 성당은 고색창연하다. 오랜만에 이른바 신식 성당을 보았다. 아무래도 어색했다.

오후는 대개 2번 쉰다. 20㎞가 기준이다. 첫 번째 휴식한 알베르게에서 한글로 신라면을 판다고 게시판에 써 놓았다. 많이 오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소홀하다. 의식주라는 생활에 우리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이것들이 생활의 기본이다. 끓여 내놓은 라면 맛은 기대 이상이다. 라면만 넣은 것이 아니다. 양념도 넣었다.

왜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까? 마음이 어디 아픈가?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애야, 너는 길을 가다가 한 송이 들 꽃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라. 눈물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자. “울지 마라. 인생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80㎞ 넘게 타니 궁둥이가 아프다. 이제 레온 시내로 들어왔다. 레온은 레온주의 수도다. 1세기경 로마인이 만든 도시다. 로마시대 제7군단이 주둔한 곳이다. 길가 모퉁이에 야고보 상이 서 있다.

레온 대성당에 들어갔다. 아름다웠다. 16세기 후반에 건축가 엔리케(Enrique)가 설계한 프랑스식 고딕 스타일의 성당이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가 이름 있다. 석양이 빛나는 저녁 무렵 화려하게 빛난다. 화요일에 저녁 7시 미사가 있다. 이미 미사는 시작되었다. 멀어서 신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순례객보다는 그 지역 주민으로 보인다. 상당히 많았다. 과거 유럽여행에서 볼 수 없었던 미사 참여인원이다. 삶을 생각하는 것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 까봐 두렵다.

7시가 조금 넘자 경비원들이 관광객들을 내 쫓았다. 그날 저녁은 뷔페식 중국식당에서 했다. 식재료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요리를 해준다. 우리 입맛에 맞았다. 오랜만에 과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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