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D. 2017.11.20 월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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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이 최우선" 조기 개입으로 단절 막는다[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6> 시스템과 사명감의 적절한 조화 '오리진'

    <굿모닝충청>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충남도민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자! 살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정신건강 선진국인 호주의 빅토리아주정부(멜버른시)와 민간기관 등을 방문, 관련 시스템을 취재했다.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시리즈를 통해 충남도에 적용시킬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오리진’(Orygen)은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청소년이들이 최상의 정신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정신건강 관련 문제에 대한 조기 발견과 개입, 각종 서비스 개발, 교육과 연구 등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굿모닝충청> 취재진은 지난 9월 20일 호주 멜버른시에 있는 오리진을 방문, 총 5개 팀으로부터 장장 7시간 가까이 브리핑과 함께 질의응답을 나누며 충남도는 물론 국내에 적용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살피고 돌아왔다.

    <굿모닝충청> 취재진은 지난 9월 20일 호주 멜버른시에 있는 오리진을 방문, 총 5개 팀으로부터 장장 7시간 가까이 브리핑과 함께 질의응답을 나누며 충남도는 물론 국내에 적용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살피고 돌아왔다. 이들 대부분은 해당 분야의 박사(급) 전문가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이 정신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오리진의 노력은 무척 돋보였고 찬사를 보낼 만 했다.

    잘 짜인 시스템에서부터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펀딩에 이르기까지, 일반 기업 못지않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그러나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을 대하고 있는 직원들의 열정은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구성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오리진, 15세~25세 청소년 최상의 정신 건강이 목표

    첫 시간에 만난 바나비는 오리진의 주요 임상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줬다.

    임상심리학자인 바나비에 따르면 오리진은 첫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에픽(EPPIC)’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증 우울증 환자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스 무드 클리닉(YOUTH MOOD CLINIC)‘을 도입했다.

    또한 경계성 성격장애(BPD)를 앓고 있거나 그럴 위기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하이프(HYPE)’ 서비스도 도입했다.

    서비스의 시작점은 ‘트리아제’(TRIAGE: ‘안내하다’는 의미의 불어)로, 전화상으로 1차적인 진단이 이뤄지며, 이를 근거로 외부 기관을 소개해 주거나 그 이상의 진단이 필요하다면 오리진의 자체 서비스를 연결해 주게 된다.

    오리진의 의료진이나 간호사는 트리아제 다음 단계인 청소년 진단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첫 정신질환자를 다루는 에픽 프로그램은 2년 동안 케어를 하게 되며, 그 다음 중증환자들과 우울증 클리닉,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에 대해서는 6개월 동안 서비스가 진행된다. 모든 서비스에는 심리상담사와 케이스 매니저가 배치돼 있다.

    주로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하는데,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한 그룹 활동은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들이 다시 학교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이 정신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오리진의 노력은 무척 돋보였고 찬사를 보낼 만 했다.

    오리진 역시 정신건강 관련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동료지원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초기 정신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지, 전반적인 정신‧사회적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순 없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회적 단절 청소년 대상 개입 방안 모색…“정신질환, 골절과 같다”

    호주의 경우 자살 위험에 처해 있는 사회적 그룹이 젊은 남성, 특히 농촌에 거주하며 사회적 단절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인데 오리진은 인터넷을 통한 개입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나비는 “전 세계 다른 기관들은 18세까지 아동, 그 이후는 성인으로 구분하는데, 그 중간에 낀 사람들의 경우 치료를 받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오리진은 지속적인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15세에서 25세를 대상으로 임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병원이 아닌 편안한 거실 같은 분위기로 모든 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경직된 분위기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 개의 센터에는 의료진이나 상담사, 직업교육과 성교육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나비는 한국의 경우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정신질환 또는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뒤 “사회적인 낙인을 줄이기 위해 ‘정신질환은 다리나 팔이 골절된 것과 똑같다’는 식의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임상실험사로 일하고 있는 케더린이 하이프(HYPE)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줬다. 이 프로그램은 경계성 성격장애(BPD)를 앓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다.

    하이프는 임상서비스와 연구,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 번에 약 80명가량이 참여하게 된다.

    경계성 성격장애 위한 하이프…“일 사랑하지 않으면 남아 있을 수 없어”

    케더린은 “이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여기에 남아 있을 수 없다”며 남다른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은 동료 간 끈끈한 지원으로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PD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하거나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와 싸웠는데 BPD 환자는 학대를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며 “그럴 땐 ‘널 학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말다툼이었다’고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을 대하고 있는 직원들의 열정은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구성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정책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와 메튜는 오리진에서 개발되는 각종 정신건강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정책화 되는지, 특히 정부나 정치권을 상대로 한 펀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정책팀은 연방정부의 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정책에 대한 조언과 함께 임상실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정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임상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데이비드는 “어떻게 하면 정부가 (오리진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하고 싶게 만들 것인지, 그 부분을 좀 더 부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시범사업이 성공했을 때 더욱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보건정책학 전공자인 메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특정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고 말했다.

    정책팀은 필요하다면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활동도 하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에 특화된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정치권 상대 로비 활동까지…특화된 프로그램 자신감

    메튜는 “정치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슈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좋지 않다’는 식의 이슈화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4번째 시간에는 에픽 프로그램 담당 의사인 에슈윈과 임상심리사인 그레이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한 지 8년이 됐다는 에슈윈은 “정신질환이 나타나고 있는 젊은 환자들에 대해 초기에 개입해서 더 큰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입하고 치료하는 것이 저희 팀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은 저희가 상대하는 청소년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고, 함께하는 시간 동안 최선의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이는 세계 각국의 주요 논문을 근거로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과 사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이에 따르면 에픽에는 사례관리자가 약 19명 정도 활동하고 있으며, 400명의 환자를 상대하고 있다. 원래는 280명이 목표인데 그 이상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는 “그들에게 안 된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의 호주인’으로 뽑혔던 오리진의 원장이 개미떼로 인해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는 기사가 유력 신문에 보도된 사실을 소개한 뒤 “모든 일의 중심은 사람이다.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리진 건물은 과거 아동청소년정신병원이었다고 한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낡은 건물이었다.

    실제로 오리진 건물은 과거 아동청소년정신병원이었다고 한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낡은 건물이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사회복지사인 존과 작업치료사인 에마가 ‘페이스’(FACE) 클리닉에 대해 설명해줬다.

    1993년부터 시작된 페이스 클리닉은 ▲어느 정도 정신질환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 ▲가까운 친척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조현증 환자 ▲기능적인 저하를 보이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개미떼로 원장실 비워야 할 판…병명 정해지지 않은 정신질환자까지

    치료의 주요 분야는 심리교육과 사례관리(가족 포함) 등으로, 존은 “우리는 오리진 내에서 가장 다양한 환자들을 접하고 있다”며 “어쩌면 아직까지도 병명이 정해지지 않는 정신질환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는 “(원칙적인) 치료 기간은 6개월이다. 복잡한 문제가 있는 친구의 경우 더 긴 시간을 만날 수도 있다. 초기 증상만 보였던 친구가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경우 최대 2년까지 치료를 제공한다”며 “우울증 약은 많이 처방하는 편이지만, 정신질환으로 진단되기 전까지는 약 처방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마는 정신질환 진단 전까지 약 처방을 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 “부작용이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약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 도움이 될지 모르는데 약을 처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존은 자신이 겪은 사례관리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간을 마무리했다.

    “15세 남자아이를 맡았었다. 가족에 문제가 많았는데 엄마는 조현증을, 형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 아이는 10살 때 자퇴했는데 우울증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단절된 상태였다. 정말 모든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의 경우 정신질환 증상이 모든 문제 중에서 아주 작은 것일 뿐이었다. 자살충동과 조현증 등 다양한 문제들이 너무 많은 환자였다.

    아이와 가족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지원을 제공해줬고, 우울증 약 처방과 함께 대안학교로 보내는 조치도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어느 순간 우울증 약 복용을 거부하고, 자살을 생각하고, 가정 내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진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다시 약물치료를 제공했고, 마침내 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경우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

    가족의 문제가 컸지만, 이 아이를 보호해주는 체계 역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마칠 시점에서 이 아이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앞으로 비슷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 본인이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선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김갑수 기자  kksjpe@goodmorning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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