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이런 체육 수업을 꿈꾼다.
[기고] 나는 이런 체육 수업을 꿈꾼다.
  • 김형규 교사
  • 승인 2017.11.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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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두루중학교 김형규 교사]

첫 경험

두루중학교 김형규 교사

2015년 3월 2일 아직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는 새로운 건물에서 신입생 8명과 2,3학년 전입생 14명으로 시작한 날 교사로서의 하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영광스럽고 설레이는 순간이 또 있을까? 

체육교사로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운다기 보다는 ‘즐거운, 행복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다짐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의 시간은 잠시 뿐이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교사, 개교학교, 체육교사 1명, 3개 학년지도, 혼성학급,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것이 나의 출발점 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온 아이들이 소규모로 학급을 이루다 보니 서로가 서먹서먹하고 낯설어 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나를 처다 보았다. 침묵의 시간을 깨달라는 눈빛이었다. 수업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학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농담도 하고 자기소개도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신도시 개교학교의 특성을 봤을 때 학생 수가 적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이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에 대해 불평만 할 수 는 없었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야 했다. 

도전과 실패
수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서도 지침 또는 권장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등을 저울질 했다. 참으로 어려웠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2,3학년들의 이전 학습경험과 학생들이 희망하는 신체활동 등을 고려하여 1학년은 맨손체조와 배드민턴, 2학년은 농구, 3학년은 축구를 선택하였다. 가급적 희망하는 신체활동을 반영하면서 학년별 다른 내용을 선정하여 앞으로 2~3년간의 큰 틀을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내가 꿈꾸던 체육수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들이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다. 3학년 한 학급의 수업 중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경기 하고 싶어요!”. 축구경기를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했다. 

또 한 여학생은 체육시간이 되면 축구공을 주우러 다니기 바빴다. 굴러가는 공을 발로 건드리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기능수준이 낮은 학생이었다. 학생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학급당 인원수가 2~3명밖에 되지 않는 3학년 수업으로 축구를 선택한 것과 성별에 따른 기능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조금씩 전입생은 왔지만 결국 한학기가 다 가도록 축구 경기는커녕 5:5 미니게임도 하지 못했고 그 여학생은 결국 굴러가는 공을 발끝으로 차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다. 

3학년의 1학기 수업은 그렇게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 남긴 체 마무리 되었다. 그때를 기억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의 더 많은 경험이 그런 아쉬움을 만족감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성공경험
1년 반이 지나고 2016학년도 2학기... 모험을 했다. 나에게는 생소한 ‘킨볼’이라는 종목을 3학년 학습내용으로 선정했다. 선정의 가장 큰 이유는 남녀 기능차이에 의한 경기력 차이가 다른 종목에 비하여 덜 하다는 것이었다. 생소하였기에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연수도 듣고 나름 동료교사와 연구도 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킨볼 첫 수업시간 학생들의 표정은 잊을 수 없다. 자기 몸짓만한 큰 볼을 이리 튀기고 저리 굴리고 하면서 남녀 학생 구분 없이 모두 즐거워했다. 1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간이게임을 즐겼다.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참여하지 않는 여학생이 한명도 없었고 ‘재미있다’는 말이 여학생의 입에서 연신 터져 나왔다. 그런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결국 내가 꿈꾸던 모든 학생이 즐거워하며 참여하는 수업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학기 말에는 모둠별로 서로 돌아가며 심판도 보며 학급 내 작은 리그전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수업에 조금 늦어도 킨볼에 바람을 넣고 팀 조끼를 나눠입으며 경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다. 나도 수업이 즐거웠다.

그 때의 수업이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성공경험이었다. 내가 잘하는 학습내용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학습내용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과 남녀의 기능차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조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체육수업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아주는 나침반을 얻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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