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인권" 그들이 세운 아름다운 원칙
"치료보다 인권" 그들이 세운 아름다운 원칙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7> 정신보건심판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7.11.1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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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충남도민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자! 살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정신건강 선진국인 호주의 빅토리아주정부(멜버른시)와 민간기관 등을 방문, 관련 시스템을 취재했다. '정신건강 선진국 호주를 가다' 시리즈를 통해 충남도에 적용시킬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호주 멜버른시에 있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심판위)와 정신보건고충처리위원회(고충처리위)는 빅토리아주의 정신보건법에 의거 지난 2014년에 만들어진 주정부 기관이다.

<굿모닝충청> 취재진은 지난 9월 21일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이들 기관을 방문했는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보다 그들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원칙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특히 고충처리위의 경우 호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관으로, 그들의 고객인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가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주된 역할이다. 벽에 걸린 마스크는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우선 심판위(위원장 메튜)에 대해 알아보자. 특정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성을 가진 비자발적 치료가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심판위의 주된 역할이다.

심판위에 속해 있는 정신과 의사 등은 기본적인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치료는 (가급적) 자발적이어야 한다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들의 참여(동료지원)를 최대한 유도한다 ▲비자발적 치료를 진행할 경우 당사자의 의견을 매우 중시한다 등이 그것이다.

정신보건심판위원회,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 적합성 판단

심판위는 또 특정인에 대해 접근할 때 좀 더 큰 그림, 예를 들어 노인이나 원주민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가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신질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비자발적 치료를 실시하고자 한다면 심판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보다 환자의 인권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절차를 살펴보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는 진단명령서를 신청할 수 있다.

이후 다른 의료진이 4가지 치료 조건을 기반으로 검사를 실시, 충족됐다고 생각되면 임시치료 명령서를 발급하게 된다. ‘4가지 치료 조건’은 ▲명백한 정신질환자 ▲즉각적인 치료 필요 ▲해당 치료 가능 여부 ▲다른 방식으로 치료 불가능 등을 말한다.

다음으로 심판위는 28일 이내에 의료진과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그것이 적합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만약 심판위가 볼 때 28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허가를 낼 수도 있다.

반대로 정신질환자는 그 시기와 횟수에 상관없이 “비자발적 치료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심판위에 청구할 수 있다.

심판위는 공청회 결과 4가지 치료 조건 중 1개 이상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비자발적 치료 중단을 명령하게 된다.

심판위는 또 전기경련치료(ECT)에 대한 판단도 내리고 있다. 18세 미민 환자에게 ECT가 행해져야 할 경우에도 반드시 심판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메튜 위원장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 “청소년과 치매 노인에 대한 공청회는 달라야 한다. 맞춤형 공청회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환자 가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주의 심판위는 1일 최대 15건의 공청회를 열고 있지만, 빅토리아주는 1일 6건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환자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다.

공청회 1일 최대 6건으로 엄격히 제한…위원장은 정신과 의사 아닌 변호사

메튜 위원장은 “하루 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간을 의학적 증거를 논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저희는 훨씬 시간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청회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자발적 치료 명령은 자발적 치료를 향한 디딤돌”이라며 “어떻게 하면 이 기간을 통해 자발적인 치료를 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심판위의 위원장은 정신과 의사가 아닌 변호사여야 하는데, 이 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보다 그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원칙 때문으로 보인다.

심판위의 명령은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데, 만약 지역사회 치료 명령을 어길 경우 비자발적 치료로 전환될 수도 있다.

심판위에는 총 150명이 소속돼 있으며, 1개 팀에는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이렇게 3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50개 팀이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공청회 건수는 7500회에 달한다.

메튜 위원장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 “청소년과 치매 노인에 대한 공청회는 달라야 한다. 맞춤형 공청회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환자 가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에로사항을 발 빠르게 해소해 주는 것이 고충처리위(위원장 링코슨)의 존재 이유다. 그중에서도 공공의료기관이나 정신보건 서비스에 대한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링코슨 위원장은 “정신보건법에 의거,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며 “관련 분야의 시스템 개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공공정신보건서비스 기관은 그들이 받은 민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고충처리위에 보고해야 한다.

세계 유일의 정신보건고충처리위원회…“정신질환자가 고객이자 일의 중심”

링코슨 위원장은 “정신질환자는 치료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만한 사람을 지정할 권리도 있다. 사전에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 외부인과 단 둘이 소통하는 것이 허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링코슨 위원장은 “무엇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정신질환자, 즉 소비자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담당 정신과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소견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치료를 받는 전 과정에서 그에 대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 받아야 한다.

정신보건법에는 12가지 원칙이 있는데 ▲모든 임상서비스는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존엄성, 자주성을 존중해야 한다 ▲제약을 최소화 하는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모든 서비스는 종교와 문화 등 개인의 선호도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보호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등이 그것이다.

만약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고충처리위가 개입하게 된다.

고충처리위는 연간 약 1700건의 민원을 접수받고 있다. 이 중 70%는 전화로 이뤄지고 있다.

링코슨 위원장은 “무엇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정신질환자, 즉 소비자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중심이 돼야 한다”며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충처리위는 법령에 의거, 특정 현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데 현재는 공공정신보건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한 성적 문제와 안전상 조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충처리위가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3만 불(한화 약 2500만 원) 정도다.

링코슨 위원장은 “다른 주의 경우 우리 위원회의 모델을 본받아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위원장 자리는 철저하게 독립돼 있기 때문에 장관조차 제가 하는 일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선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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