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⑩ 산티아고로 가는 마지막 고비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⑩ 산티아고로 가는 마지막 고비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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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9월 15일. 9일째는 비야프랑카에서 사리아(Sarria)까지 80㎞ 거리이다. 이제 2~3일의 여정만 남았다.

날씨가 꾸물거린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포장도로 따라 계속 올라갔다. 그러다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순례자도 제법 많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펑크가 났다. 어디서 무엇에 찔려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 도로 옆 개울에 튜브를 담갔다. 뽀글뽀글 샌 곳을 찾아내서 펑크를 낸 못을 제거했다. 길가 옆 목초지에는 소가 풀을 뜯고 있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여기부터 5시간 이상 오르막이다. 걷다가 다시 탄다. 힘들어 내려서 다시 끈다. 이 길은 산티아고 델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가는 마지막 고통과 환희의 길이 될 것 같다.

드디어 포이오 고개(Alto do Poio)가 나왔다. 해발 1335m. 이 고개에서 조금 가니 성곽 옆에 순례객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오 세이브레이로(O Cebreiro)이다. 관광지 같은 분위기이다. 버스로도 오는 모양이다.

힘들었으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광이 수고를 갚고 남음이 있다. 게다가 고색창연한 성당이 이 높은 곳에 있다. 신비스럽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성당 중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산타마리아 라 레알 (Santa Maria La Real)성당. 나는 촛불로 봉헌했다. 이 성당에 아름다운 미담이 전설로 내려온다.

가난한 소작농 신자가 추운 겨울 눈보라 속을 뚫고 미사에 참석했다. 오만한 사제는 행색을 보고 멸시의 눈초리를 보냈다. 순간 사제가 준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했다. 하느님의 눈은 믿음이 척도이다. 조용히 앉아 묵상하고 싶었으나 사람들 번잡함이 고요를 깼다.

정상에 오를 때부터 언제 비가 떨어질지 모르겠다. 내려오니 순례자 상(San Roque)이 서 있다. 모진 비바람에 힘들어 하는 순례자의 고통이 표현된 상이다. 조금 더 내려와 점심을 했다. 송어튀김, 바게트, 뜨거운 수프. 샐러드가 나왔다. 감자가 들어있는 따뜻한 수프는 날씨 탓인지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식사를 시작할 때 한 방울씩 떨어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빗줄기가 더 세졌다. 해발 1200m 고지. 기온이 5~6도 낮다. 페치카에 장작불이 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다가갔다. 몸이 훈훈해졌다. 비속을 뚫고 내려갈 용기가 생겼다. 바이커에게 비 오는 도로는 쥐약이다. 조심조심이다.

비는 숙소에 거의 다 와서야 그쳤다. 무려 20㎞를 포장된 도로로 내려온 것이다. 도보순례자들은 골짜기의 밤나무와 떡갈나무 숲 속에서 힐링을 했을 것이다. 자전거 순례의 한계이다.

사리아는 해발 61m이다. 위아래 해발 1000m 차이다. 인구 만 명도 안 되는 사리아는 아주 시골이다. 갈리시아 지방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이나 호텔 같은 숙소는 2개밖에 없다. 아파트형 콘도에서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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