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⑪ “끝이 보인다… 남은 거리 100㎞”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⑪ “끝이 보인다… 남은 거리 100㎞”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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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9월 16일, 10일째는 사리아에서 리바디소(Ribadiso)까지 77㎞이다. 도보순례자는 이제 걸은 지 한 달이 넘는다. 오늘 포르토마린(Portomarin)에 가면 남은 거리는 100㎞이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꼈다. 사리아역 광장에서 출발했다. 한가한 간이역이다. 겨우 한두 사람만이 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8시 20분 출발이다. 순례객들이 더 많아졌다. 숲 속 순례길이 꽉 찬 느낌이다. 꼭 제주도에 온 것 같다. 돌이 많아 돌담도, 돌로 된 집도 있다. 밤나무와 도토리나무도 보인다. 수령이 백 년은 족히 된 것 같다. 가축 분뇨 냄새도 났다.

길은 큰 돌이 사방에 박혀있어 험지다. 한마디로 산악 싱글 수준의 길이다. 한 시간 정도 가니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100㎞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는 100이란 숫자를 의미 있게 생각한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제 끝이 보인다. 기분이 울컥했다. 한 달 이상 걸어 왔던 사람들은 더 느낌이 컸을 것이다.

10여㎞ 더 내려와 강물이 흐르는 긴 다리를 건너 언덕 위의 마을 뽀르토마린에 도착했다. 여기서 점심을 할 줄 알았다. 아직도 한참을 가야 한다.

오르고 내리고 몇 번인가 했다. 40㎞를 더 달려 드디어 멜리데(Melide)라는 작은 도시에서 점심을 한다. 이미 시간은 흘러 오후 4시였다. 이제 65㎞ 더 달리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다

유명하다는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났어도 사람은 붐볐다. 갈라시아 지방의 명물 뽈뽀(Pulpo)라는 문어요리가 나왔다. 서울 문어요리와 큰 차이가 없다. 입맛에 딱 맞다. 이렇게 문어가 맛있었나? 화이트 와인 안주로 일품이다. 이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길쭉한 이름 모르는 조개도, 돼지갈비도 나왔다. 이것 또한 맛있구나.

멜리데에는 유명한 십자고상(十字苦像)이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형상 이야기이다. 한쪽 팔이 빠져 한 팔만 있는 예수상이다. 어떤 신자가 같은 잘못으로 계속 죄를 범했다. 그 때 마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그는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면 다시 죄를 짓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하루는 신부가 그 신자의 뉘우침에 진정성이 있나 의심하여 용서하기를 거부하였다. 바로 그 순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오른손을 빼내서 직접 성호를 긋고 용서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그를 위해 피를 흘린 것은 그대가 아니다. 용서는 하느님께서 해주시는 것이다.” 신은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잰다.

오늘 숙소는 여기서 10여㎞ 가면 된다. 마음이 솜털 같다. 1시간 조금 더 갔나? 리바디소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숙소는 농가주택처럼 생겼다. 내부는 깨끗하고 편리했다. 커다란 목초지가 뒷마당이다. 시골 냄새가 풀풀 난다. 맞은편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내일 아침은 거기서 먹는다.

어느새 우리는 시커먼 산 그림자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날 저녁 반달은 높은 산등성이 바로 위에 높다랗게 걸려 있어 올려다보려면 머리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 했다. 정호승의 시 ‘반달’이 떠오른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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