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⑫ “드디어 도착… 인생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
[임영호의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길]⑫ “드디어 도착… 인생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16 14: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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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더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가 이번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달렸다. 프랑스령 생장 피드 포르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성당까지 스페인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총 연장 800㎞에 달하는 이 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물론 여행객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다.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리는 이 길을 임 교수는 지난 9월 7일부터 17일까지 꼬박 11일에 걸쳐 횡단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매우 뜻 깊은 여정”이었다는 열하루 길 위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9월 17일, 11일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두 번째 맞는 일요일이다. 리바디소에서 드디어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날이다. 매일 정오에 미사가 있다. 12시 이전에 산티아고 드 캄포스테라(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들어가 정오미사에 참여하고 싶다.

일찍 출발한다고 한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반달은 맞은편 산등성이 뒤에 숨어 뿌연 은빛만을 하늘 가득히 토해 내고 있었다. 7시가 되려면 멀었다. 아침을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으로 대충 때웠다. 그동안 이곳에서 식사할 때 음식 쓰레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남은 국물이 많았다.

아침 내내 숲길이다. 그리스어로 ‘아름답다’와 ‘덥힌다’의 합성어, 유칼립투스 숲길이다. 그 잎에서 나오는 기름이 피부에 좋다나. 이제 탈만하다. 어쩐 일이냐. 한 군데도 아픈 곳이 없다.

자전거의 장점은 회복력이다. 마라톤을 할 때 마라톤 전 구간을 완주하면 1주일 동안은 쉰다. 도저히 뛸 수가 없다. 자전거는 하룻밤만 자면 처음처럼 된다.

외국 바이커들은 맨얼굴이다. 그들은 기껏해야 세 사람이 일행이다. 한국 바이커는 얼굴을 가린다. 우리는 열이다. 걷는 순례자들의 고요와 정적, 평화를 깬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내려서 걸었다.

아직 순례자 여권에 도장 찍을 공간은 많이 남았다. 부지런히 찍었어도 머무는 곳이 걷는 순례자보다 훨씬 적은 자전거 순례자는 전부 다 채우기는 무리이다. 산티아고 16.5㎞. 표지석이 눈에 띈다. 이제 서로 간 인사도 없다. 왜 그럴까? 지쳐서 그럴까? 목적지만 보인다. 집착에 빠지면 타인에 대한 사랑도 관심도 없다.

이제 마지막 알베르게가 있는 몬테델고소(Mdnte del Gozo)에 도착했다. 고소(Gozo)는 갈라시아어로 ‘기쁨’이라는 뜻이다. 작은 언덕인 고소산에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방문 기념탑이 햇빛에 반짝였다. 오르니 산티아고 시가지가 보인다. 중세 순례자들이 멀리 보이는 대성당의 뾰족탑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을까. 여기서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산티아고에 들어갔을 것이다.

이제 5㎞.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가는 행렬은 길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드디어 도착했다. 산티아고라는 무지개를 쫒아 큰 사고 없이 800㎞를 달려왔다. 나는 성당광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기뻤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증을 받았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보이지 않은 것이 더 크다. 산티아고에 온 날, 사랑이 내게 온 날이다. 사랑이 모든 배움의 시작이자 끝이다.

무엇이 달라졌냐?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아직 진정한 의미의 순례자는 아니다. 미사 시간이 지났어도 성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행렬은 길다. 산티아고에 오래 머물면서 미사에 참여했으면 좋은데 아쉽다.

이틀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내에 안드레이 보첼리의 ‘Time To Say Good bye’가 감미롭게 흐른다.

인간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원치 않은 악을 행한다. 이중적이고 모순투성이고 불완전한 존재다. 자신은 스스로를 지배한다고 믿는다. 인생과 삶 그 자체가 쉽지 않다. 자기 안을 더 들려다 보고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목마르다.” 내 마음속에 있는 산티아고를 향해 끝없이 걸어갈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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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18-01-06 10:18:10
산티아고 여행담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반갑습니다.
인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에 저도 동참해 보고 싶어 집니다.
현장감 넘치는 좋은 내용 고맙습니다.!~~^^

청신호 2017-11-16 17:21:59
누워있는 자전거와
쓰러져계신 모습에서
800km의 고됨이
느껴집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끝까지 보여주신 열정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건강관리 잘하시어
다시 도전하시는 날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