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故 고창석 교사 희생정신을 남기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다
[숨쉬는 4.16]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故 고창석 교사 희생정신을 남기고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42) 2017년 11월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1.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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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지난 13일, 고창석 교사 대전현충원에 안장 
짙은 갈색으로 변한 대전현충원의 메타세콰이어의 잎새가 저무는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가을의 낭만을 즐기려는 이들이 길을 걸으며 잠시 감상에 젖는다. 지난 13일 오후, 낙엽지는 풍경사이로 고인이 된 분이 현충원에 안장됐다. 그는 바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창석 교사다. 안장식은 묵념, 종교의식, 허토 등 순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했고, 유족들은 단원고와 상록중 등 고인 생전 근무지 학교에서 가져온 흙을 뿌리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세월호 참사 때 고창석 교사의 숙소는 비교적 탈출이 쉬운 5층 로비 옆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고가 발생하자 4층 객실 곳곳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느라 본인은 정작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해는 늦게 확인됐다. 지난 5월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진도 침몰 해역에서 수습한 뼛조각 1점이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로 확인됐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지난 9월에는 세월호 침몰해역 수중수색에서 발견된 또 다른 유골이 고창석 교사의 것으로 추가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사고 발생 3년이 지난 뒤에야 유해 일부가 발견된 고창석 교사의 장례절차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많은 이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다. 슬픔을 나누며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되살렸다.

2014년 3월 단원고로 발령받은 뒤 짧은 머리카락이 고슴도치를 닮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그를 '또치쌤'이라고 불렸다. 발령받은 지 한달 만에 세월호를 탄 고창석 선생,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구하려고 자신을 희생했다. 대전현충원에 순직으로 인정된 교사가 안장된 것은 고창석 선생이 처음이다.

장례절차가 끝난 뒤 고인의 묘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를 만났다. 그는 전북에서 올라온 고창석 교사의 1년 선배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원광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고 교사는 학창시절에도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그 선배는 고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운동하는 학생들이 학업에 다소 소홀한 경향이 있는데 고 선생은 참 성실했어요. 졸업 이후에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고인이 남긴 뜻을 기리기 위해 대학에서는 고창석 강의실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그가 남긴 의미와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기억한 참으로 소중한 정신적 활동이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의 작가들은 지난 5월 세종시교육청 로비에서 열린 단원고 희생자 육필 기억시전을 찾아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희생자를 기억하는 이유를 행사를 주최한 교육문예창작회는 이렇게 밝혔다.

“기억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고 이 기억들로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바꿀 수 있답니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기억들은 오래 간직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고,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세월호 참사는 기억에서 지우고자 합니다. 기억에서 지우지 마세요. 우리 모두는 사라지고 잊혀지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들을 매일 매일 되새김을 해야 합니다. 매일 매일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아이들의 온기와 손길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답니다. 우리 모두는 밤하늘을 수놓은 밝은 별이 된 아이들의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슬픔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단원고 희생자 261인의 한명 한명의 이름과 꿈, 슬픔과 추억을 담은 기억시가 있습니다. 벽에 가만히 기대어 눈을 감고 시를 들어봅니다. 가슴 속으로 그리움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옵니다. 한명 한명이 오늘도 내일도 내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아름다운 추억, 세상에서 꿈꾸었을 미래와 희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군가는 시와 글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리본나눔으로 희생자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예술작품으로 누군가는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잊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엄청난 사고였기에,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였기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확한 진상규명을 외치며 진실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창석 교사의 안장식이 있던 날, 세월호 수색 현장에서 지내온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희생자의 작은 흔적이라고 찾고 싶은 가족들의 사연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슬픔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다.

 

의로운 정신이 담긴 대전현충원
고창석 교사가 안장된 순직공무원 묘역 바로 위에는 의사상자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의롭게 세상을 떠난 이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 원룸 화재 당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가 다시 들어가 이웃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 덕분에 원룸 20여개가 있는 건물에서 다른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연기에 질식해 사고 11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안치범 씨의 묘도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그 밖에도 의로운 희생정신을 발휘한 여러 사람들이 현충원에 누워 우리사회의 거울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창석 교사를 비롯해 많은 의사상자와 순직한 분들의 뜻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몫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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