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애들이 너무 버릇이 없다?
[어르신 고민 Q&A] 애들이 너무 버릇이 없다?
  • 임춘식
  • 승인 2017.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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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애들이 너무 버릇이 없습니다. 예의범절은 이미 살아졌습니다. 내 손 자녀들이 그렇습니다. 할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를 방치하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고민을 좀 풀어 주세요(남, 80).

A. 옛말에 ‘얼러 키운 후레자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예로부터 내 아이 네 아이 가릴 것 없이 과보호를 하여 버릇없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도록 서로 경계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법 유복한 집안에 귀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관철시킬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무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을 때마다 ‘떼쓰고 울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그 집 아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행여 자기들의 자녀 교육에 미칠 것을 염려하며 ‘얼러 키운 후레자식’이 되지 않을까 경계하였습니다. 이러한 눈총과 진심 어린 걱정을 이 아이의 할아버지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아이는 떼를 쓰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온 식구가 일절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애원하듯 이렇게 울먹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돈 주고 나 달래!” 어서 돈을 주어 자기를 어르고 달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집안은 끝까지 못 본 체하였고, 그로부터 아이의 버릇은 조금씩 고쳐지기 시작하여 훗날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얼러 키운 후레자식들’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 청소년이 많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탈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남을 배려할 줄 모르거나 웃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들로 넘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이 우리 조상들에게는 모두 후레자식들인 것입니다. 어찌 아이들뿐이겠는가?

요새는 인성교육을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학교를 탓하는 지적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자괴감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 학교만의 탓인가? 교육은 가정과 사회, 학교가 삼위일체가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버릇없는 아이의 경우, 가정에서는 자녀를 과보호하지 않아야 하고 이웃 어른들이 따뜻한 관심으로 버릇없는 행동을 꾸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는 소명과 책무를 다하여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들과 좌담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과 그에 따른 대처 요령이 주제였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선생님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학습능력은 높아지고 있는데, 그 나이 때 갖췄어야 마땅한 예의범절은 전혀 모른다는 말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서도 “안녕하세요?” 인사는커녕, 눈을 마주쳤는데도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불러도 대꾸조차 안 하는 아이들이 상당수라나요.

“야단을 좀 치면 ‘선생님이 뭔데요? 우리 엄마도 아니면서’라면서 화를 내는 아이도 있어요. 그러면 뭘 잘못했고 왜 그러면 안 되는지 가르쳐줄 방법이 전혀 없지요. 집에서는 귀한 자식인지 몰라도 밖에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예요.”

아이들이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은 도덕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친구를 때렸을 때 뒤늦게라도 후회하는 아이는 도덕성이 내재되어 있지만, 때려놓고도 그것이 왜 잘못인 줄 모른다면 도덕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도덕성이 없는 아이는 어른을 대할 때에도 자기가 필요할 때만 공손하게 굴고, 내키지 않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서슴없이 반말을 하고 화도 냅니다.

이는 예의범절이나 공중도덕보다는 공부에 더 관심을 둔 부모의 잘못이 큽니다. 다른 모든 능력도 그렇지만, 도덕성은 특히 가정에서 키워야 합니다. 아니 가정이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키울 수 없는 것이 도덕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도덕성이 공부처럼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부모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버릇없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무방비 상태입니다. 최근의 한 사례입니다. 여(28)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딴전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짝꿍에게까지 장난을 치던 남학생 때문에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따끔하게 꾸중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선생님에게 눈을 흘기더니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아이의 돌출행동에 걱정이 된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 집에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려는 그에게 아이 엄마는 대뜸 “선생님이면 다냐? 왜 내 아이를 홀대해 수업하다 말고 집에 돌아오게 만들었느냐.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며 오히려 쏘아붙인 것. 실제로 이 학부모는 다음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등교를 거부했습니다.

맞벌이하는 30대 중반의 부부는 고단한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동네 상가에서 만나 아이들에게 줄 요량으로 통닭을 사들고 귀가했습니다. 하지만 초등생 3학년 딸은 텔레비전 드라마, 초등생 2학년 아들은 인터넷 게임에 각각 몰입한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아 허탈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부모와 가정으로부터 학대받는 어린이가 적지 않은 반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버릇없고 무절제하게 자라는 어린이들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자녀가 1-2명뿐인데다 소가족 중심, 가족 해체, 맞벌이부부 증가, 가정의 권위 추락 등 사회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공동체 생활의 덕목인 '예의범절' 문화가 쇠락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 4천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초등생의 생활 및 문화실태 분석 연구’ 결과 컴퓨터를 가진 초등생 60.6%가 부모 간섭 없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나 홀로’ 컴퓨터를 쓰는 경우도 26.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인성 교육과 효 교육의 부재가 자기중심적이고 버릇없는 어린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가정-학교-사회의 긴밀한 연계지도, 특히 학교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들의 일탈행위를 가정과 학교 교육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습니다. 혹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결책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열변을 토하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안되면 자기 집에서만 버릇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자체를 어려워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면 밖에 나가서나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일에도 흥분을 잘하게 되고 거절당하는 걸 분노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어르신들도 어린이를 훈육하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망신을 쉽게 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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