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베수비오 화산의 교훈
[시사프리즘] 베수비오 화산의 교훈
  •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 승인 2017.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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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기원전 79년 8월 4일 오후 1시.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만 연안의 고대 도시 폼페이에 굉음이 울려 펴졌다. 사람들은 평소와 같은 지진으로 생각하고 대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끼 돼지를 잡아 양념한 후 오븐에 넣으려던 여인도, 밀가루 반죽을 밀어 빵을 빚던 제빵사도, 해변에 누워 더위를 식히던 귀족도 모두 그랬다. 하지만 폭발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

굉음의 진원지는 나폴리에서 동쪽으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이었다. 천 년이 넘게 침묵하던 화산이 분화한 것이다. 화산은 4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연기를 내뿜었다. 붉은 용암 덩어리가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렸고 사방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위치에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100억 톤에 가까운 화산재는 18시간 동안 쏟아져 내렸다. 비처럼 쏟아져 내린 화산재의 두께는 5~7미터였다. 잿빛 화산재로 2천여 명의 주민들이 그대로 묻혀 버렸다. “한 도시를 가장 완벽하게 보존하는 방법은 화산재로 뒤덮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그 후 비극의 현장 폼페이는 오랫동안 잊혀진 땅으로만 존재했다. 대폭발의 기록 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 18세기 중반,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의 후원 아래 대대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물론, 뒤를 이어 이 지역을 점령한 프랑스도 초기에는 유물을 탈취하느라 발굴은 뒷전으로 미뤘다. 그 후 1850년대 말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룬 다음에야 제대로 된 고고학자들이 투입되어 폼페이 최후의 날이 조금씩 밝혀졌다. 질식의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끝내 화석처럼 굳어 버린 희생자들의 화석이 발굴되었고, 화려했던 로마의 건축 양식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발굴된 폼페이는 5분의 3 정도로 추정된다.

처음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인간 화석’이었다. 순식간에 굳어 버린 사람들의 얼굴에는 2천  년이 지난 후에도 공포가 생생하게 묻어 있었다. X선 투시 결과 화석의 장기는 고열에 녹아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학자들은 묻힌 시신에 석고를 부어 참혹했던 그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오줌으로 빨래를 세탁한 흔적, 남근을 곳곳에 조형화해 부와 힘을 상징한 모습, 사랑하는 남녀, 임신한 여인, 아이를 안은 채 죽어 간 어머니, 질식의 고통으로 몸이 뒤틀린 채 죽어간 개 등.
베수비오 화산은 이후에도 몇 번 더 분화했다. 17세기에도 1만 8,000명의 주민이 희생된 일이 있다. 1944년의 분화 때에는 나폴리 시민들이 미리 피한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1979년에 분화했다.

작년부터 연이은 ‘화약고’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무력 시위는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의 예측하지 못한 돌발행동에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다. 미국의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북한의 오판에 대해 전쟁 운운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일본, 한국, 중국을 잇달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 와서는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언급하며 강한 미국의 면모를 드러내면서 비핵화, 우회적으로는 무력 개입 등 강경한 대응을 선언했다. 안으로는 기업과 경제협력을 하고 군수물자를 대거 수출하는 등 정치인을 넘어선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의 화신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두산 폭발은 어쩌면 핵이 가져다주는 피해보다 더 무서운 위력을 가진 것으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이웃 일본, 중국 등에도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종, 현종, 숙종 때 백두산이 분화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 보다 앞선 1천 년 전에는 대진국(발해)이 백두산 폭발로 멸망했을 거라는 설이 있다.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은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폭발이다. 이 폭발로 화산재가 500km 상공까지 올라갔고 반경 600km 지역이 3일 간 어둠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유황 방출량은  약 3천 톤 정도로 추정된다. 폭발음은 1200km까지 들렸으며 8만 여명이 사망하고 지구 온도가 1도 내려갔다. 자연재해의 수준은 인공적인 피해보다 큰 엄청난 재앙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베수비오 화산이다. 김정은은 유일독재를 위한 수단으로 국민의 생활고는 도외시하고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카드를 쉽게 선택하지는 못하겠지만 현 체제 유지와 경제·사회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은 필요수단으로 꺼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도발은 이웃 강대국의 개입은 물론 확전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럴 경우 일차적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의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등으로 세계 최대의 지진대 위험지역에 이웃한 한반도는 불의 고리의 활동으로 이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국가안보와 안전을 완전히 담보하지 못하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핵개발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노리고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는 등 국내의 정치·사회적 불안을 미끼로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강한 국제·경제적 압박은 당장은 안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들에게 마지막 남은 힘을 쓰게 하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분단 이후 위기의 순간마다 극복해 온 동력은 우리의 자제와 인도적 지원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촛불로 새롭게 탄생한 시민의 정부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크다. 담대한 포용, 인내와 설득, 더 큰 양보로 북한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는 묘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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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en 2018-01-04 09:56:24
8.24일인데요. 정정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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