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은 뒤틀린 목재… 신념의 뼈대를 세우자”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은 뒤틀린 목재… 신념의 뼈대를 세우자”
① 데이비드 브룩스 著 ‘인간의 품격’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7.11.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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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인간의 품격’.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물정 모르는 소리로 들린다. 그만큼 세상은 인간 냄새가 나는 것과 멀다. 사람을 평가할 때 가치보다 능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인간 내면을 보지 않는다.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사람들의 감탄을 한몸에 받으려고 한다.

‘인간의 품격’. 이 책 저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자기 자신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삶을 이렇게 규정한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이다.” 삶에서 외적 성공이 아닌 내면 성장을 강조한다. 이것이 인간의 품격이다.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인간은 뒤틀린 목재”라고 일갈했다. 그만큼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여러 방면에 유명한 인사들을 예로 든다. 무엇인가 도덕적 교훈을 독자들에게 주려 한다. 이들은 갈등이 전혀 없는 평온한 삶을 살지 않았다. 오히려 숱한 갈등과 싸우면서 내적 성숙을 향하여 한 걸음씩 나아갔다. 숙성한 과일처럼 삶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희열과 고통을 맛본 사람들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는 자기중심성에 있다.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인간에게 있기 마련인 편견과 자만심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힘든 노력과 숙련된 기술로 어느 정도 자신을 통제하고 극복한다.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는 말했다.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자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들은 겸손, 절제, 과묵, 중용, 존중, 그리고 온화한 자기 수양을 미덕으로 삼는다.”

프랜시스 퍼킨스

프랜시스 퍼킨스(Frances Perkins)는 뉴딜시대에 노동부 장관으로 루스벨트 대통령과 일한 여성이다. 그녀의 사생활은 불행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그런 식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필연성이 느껴지는 부름에 응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려놓고 자신을 잊고 오히려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적 목표에 자신을 집어던진다. 그 헌신 속에서 삶의 덧없음을 보상받았다. 소명을 받은 사람은 본질적으로 좋고 그것은 신을 위한 것이다.

아이젠하워

2차 대전의 영웅 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Eisenhower)는 젊은 시절 욕설과 성질을 억누르지 못하는 성미로 ‘고약한 미스터 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면서 화가 치밀고 증오심이 솟구쳐도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폭풍우를 뚫고 항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의 본성은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가 뒤섞인 원자재에서 출발하여 그 본성을 깎고 다듬고 억제하고 틀에 맞추어 가며 성장한다. 군인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는 상관이 명령을 내린 곳이라는 조직 우선의 원칙을 세운다. 늘 주어진 임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중용의 미덕으로 신중하게 처신하고, 한계를 인식하는 지혜를 갖는다. 훌륭한 판단이란 균형과 전진을 함께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

도러시 데이

사회사업가 도러시 데이(Dorothy Day)는 무질서한 젊은 날을 딛고 빈민들의 어머니가 된 사람이다. 그녀는 마음속에 영적 세계를 소유한 사람이다. 아둔함과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삶 안에서 인간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순수에 대하여 열망하고, 치열하게 자기비판하고, 단순한 쾌락을 꺼려하고, 고난에 초점을 맞춘다. 실패와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신이 자신을 구원하리라는 신념을 가진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종교의 모습에 깊이 빠져 성스러운 깊고 온전한 헌신을 하고 싶어 했다. 종교를 선택했다. 종교가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고 위안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빈곤에 분노하고, 노동분쟁과 공장 근로자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고통 받는 사람들과 살며 하느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삶을 살았다. 1960년대 급진주의자와는 달리 해방·자유·자율이 아닌 순종·섬김·자기 포기를 역설했다.

조지 캐틀렛 마셜

2차 대전의 또 하나의 영웅인 전 미 국무장관 조지 캐틀렛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은 어릴 적에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 스스로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 마셜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속한 조직의 필요에 맞추어갔다. 사관학교에 들어가 고대 아테네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에 끌렸고,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에 영향을 받았고,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힘입었다. 군복을 입은 동안 단 한 번도 긴장을 풀거나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과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민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는 일을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무장했다.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부과하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헌신했다. 죽기 전 “조국을 영예롭게 섬긴 평범한 미군 장병과 같이 거창한 의식 없이, 수선 떨지 말고, 짧게, 가족들만으로 간소하게 장례를 치러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외에도 내면의 악과 싸우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선 흑인 인권운동가 필립 랜돌프(Philip Randolph)와 베이어드 러스틴(Bayard Rustin), 사랑의 결핍에서 시작하여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세속을 탐하던 영혼이 신의 품속에서 신앙의 길을 찾은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가난과 장애를 이기고 문학적 진실을 성취한 새뮤엘 존슨(Samulel Johnson)의 인생 스토리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8명의 전기를 읽는 것과 같다.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자신에게 물으며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격은 조금씩 조금씩 새겨지는 것이다. 이 책은 영악한 동물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좀 두꺼운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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