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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① 보험료 내고 혜택은 못 받아… 누굴 탓해야 하나진료의뢰서가 뭐길래…

    발에 티눈이 나면 보통 어느 병원으로 가는가? 모든 사람들이 집 앞 피부과를 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 피부과에서 수개월동안 티눈 하나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이 조금 들더라도 더 좋고 큰 병원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티눈으로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의뢰서라는 서류가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이 환자는 어떤 증상이 있는데 큰 병원에서 치료해주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요청서다.
    진료의뢰서 제도는 생명이 위급한 중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가벼운 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필요에 한해 진료의뢰서를 받아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다.
    즉 법적으로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상급병원에서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의사의 자존심이 달려있는 문제’, ‘상급병원 의사가 내 후밴데 선배로서 면인 서지 않는다’ 등 터무니없는 이유로 진료의뢰서를 거부하는 사례가 대전에서 발생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진료의뢰서는 의사의 영역이다. 티눈 같은 가벼운 질환은 주지 않을 수 있다. 중환자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정당화시키고 있지만 의무적으로 가입한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무의미함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진료의뢰서, 그저 필요한 제도라는 이유로 시민들이 그 손해를 감내해야만 할까? [편집자 주]


    의사의 자존심, 환자의 혜택… 뭐가 더 중요한가?
    진료의뢰서가 뭐길래- ‘말 많은’ 피해사례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직장인 박 모(28)씨는 지난 6월 중순경 발바닥에 티눈과 유사한 종기가 났다. 걷기 불편할 정도의 통증이 느껴져 유성구 소재의 한 동네 A피부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박 씨의 발바닥을 살펴본 의사는 “(티눈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레이저 치료, 약물치료, 냉동치료로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환자의 상태를 보니 냉각시켜서 조금씩 잘라내는 냉동치료가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의 말에 따라 지난 9월까지 냉동치료를 받은 박 씨는 3개월여가 지나도록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큰 병원에 가면 진전이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충남대병원을 찾아갔다.

    진료를 마친 뒤 진료비를 납부하러 간 박 씨는 충남대병원 직원으로부터 “우리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라 하급병원에서 진료 의뢰서를 떼 와야 의료보험 처리가 된다”는 말을 듣고 A피부과를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박 씨가 진료의뢰서를 요청하자 의사는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며 “써줄 수 없다”고 단칼에 거부하면서 한탄 섞인 말로 박 씨를 몰아붙였다.

    박 씨에 따르면 의사는 “내 재량으로 떼 줄 수 있긴 하지만 매우 불쾌하다. 어차피 티눈이나 사마귀 같은 질환은 종합병원이나 의원이나 같은 치료법을 쓴다. 내가 추천한 냉동치료가 틀린 게 아니고 원래 완치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충남대병원 피부과 전문의가 나보다 후배다. 내가 진료의뢰서를 쓰면 ‘치료를 못하겠으니 환자를 보냅니다’라는 의미다. 후배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느냐”라는 말과 함께 “피부암도 아니고 사마귀 치료하는데 무슨 종합병원을 가냐”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결국 재차 충남대병원을 방문한 박 씨는 총 두 차례에 걸쳐 20여 분 진료를 받고 6만 원 가까이 진료비를 지불했다.

    박 씨는 “정확히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을 때 본인 부담금이 얼마지는 모르겠지만 의사 말로는 2배 가까이 진료비를 내게 된다고 했다”며 “A피부과보다 충남대병원이 집과 가깝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치료라고 해도 큰 병원에서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의뢰서 제도가 상급병원의 치료를 요하는 중환자들을 위해 마련한 제로라는 것을 나중에 찾아보고 알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의사 개인의 자존심을 운운하고 내 질환이 하찮은 것처럼 비하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6월 여름부터 시작한 종기 제거 치료를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A피부과에서 받고 있다. 금액이 크거나 했다면 구제 방법 등을 알아봤겠지만 그리 액수도 크지 않고 이제는 조금 나아져 기분은 나쁘지만 참고 넘어갔다.

    박 씨는 “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매달 내는데 보험료를 내고도 혜택을 못 받는 상황을 겪으니까 ‘어차피 받지도 못하는 거 왜 내야 하나’라는 의구심도 든다”며 “내 손해는 몇 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런 피해를 보는 환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박 씨에 대해 한 지역 의료 관계자는 “만약 환자가 중환자였다면 진료의뢰서를 써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의사가 환자에게 한 발언에는 일부 잘못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진료의뢰서 제도의 전반적 취지를 따져보면 합리적 결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부과는 여러 가지 증상의 원인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증 질환이 아닌 이상 대형병원과 의원의 차이가 미미하다. 더욱이 대전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진료의뢰서가 필요한 병원은 충남대병원이 유일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의 경우처럼 의사가 진료의뢰서를 써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분들이 있겠지만 반대로 진료는 보지 않고 그저 상급병원의 진료를 받으려고 무작정 진료의뢰서를 받으러 오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계의 견해에 일각에서는 “피해사례가 드물고 중환자를 위해서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면, 역으로 중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병원도 많은 것 아니냐. 작은 질환이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들은 “질환의 경중을 두지 말아야 하는 말이 아니다. 작은 질환에 대한 피해의 이유로 의사들의 자존심 문제가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의원이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면 오히려 자발적으로 더 좋은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할 판에 의사 선·후배 따지고 있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남현우 기자  gusdn@goodmorning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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