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살아 숨 쉬는 우리 전통을 만나는 곳, 대전전통나래관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살아 숨 쉬는 우리 전통을 만나는 곳, 대전전통나래관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66)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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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대전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대전역에서 동쪽 광장으로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전에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대전역 동광장으로 나서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넓고 쾌적하게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전역에서 동광장을 향해 나서면 오래된 시간이 나지막한 저음으로 반기는 소제동을 만난다.

지금도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긴 시간을 품은 낮은 건물들 사이로 눈에 띄는 새 건물이 있다. 5층 높이의 새 건물이기는 하지만 웅숭깊은 우리 전통의 멋을 겸비하고 있는 건물이 눈에 보인다면 바로 2014년에 문을 연 대전전통나래관이다. 대전전통나래관은 대전의 무형문화재를 보존하면서 올바르게 전승하고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위해 태어난 기관이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2호 북메우기 악기장 김관식 보유자

전통이라는 것은 조상들부터 지금까지 이 땅에서 살아온 모든 삶의 방식이다. 그중 건물이나 도구와 같이 형태가 있는 것들이 문화재이고 기능이나 예술과 같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온 정신적 전통을 무형문화재라고 한다. 현재 대전에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중 기능종목 무형문화재는 9가지 종류, 10명의 보유자들이 있다.

먼저 대전무형문화재 제2호는 대전·충청지역의 굿에서 사용되어온 한지로 만드는 굿도구, 앉은굿(設經) 송선자 보유자이고 제6호 불상조각장 이진형 보유자, 제7호 소목장 방대근 보유자, 제9-가호는 소나무 새순으로 빚는 송 씨 일가의 전통주인 송순주를 만드는 윤자덕 보유자, 제9-나호, 동춘당 국화주인 가양주를 이어온 김정순 보유자, 제10호 연안이씨 가문의 떡인 각색편을 전수하고 있는 이만희 보유자, 제11호 건물이나 공예품에 채색을 올리는 단청장 이정오 보유자, 제12호 북메우기 악기장 김관식 보유자, 제16호 볏짚이나 풀로 각종 생활용기를 제작하는 초고장 양중규 보유자, 제18호 가야금 제작 악기장인 표태선 보유자 등이 있다.

밝은 빛으로 가득 찬 대전전통나래관의 현관을 지나 2층 상설전시관에 가면 이들 기능 9종목 무형문화재들의 얼굴과 작업, 그 결과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다. 대전전통나래관에서 운영하는 ‘무형문화전수학교’에 등록한다면 이들 보유자로부터 전퉁문화기능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대전전통나래관은 이와 더불어 판소리, 판소리고법, 승무, 웃다리농악 등 전통 예능 종목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일반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전에서 이어져 이런 전통의 무형문화를 직접 배우기 어렵다면 가족들과 함께 좀 더 가볍게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무형문화 놀이학교’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매사냥, 웃다리농악, 전통악기 만들기 등 다양한 과정을 놀이로 체험해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음식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라면 대전전통나래관 전수교육실에서 열리는 ‘대전수라간’에 등록할 일이다. ‘송순주 만들기’, ‘국화주 만들기’, ‘각색편 만들기’에 참여해 보유자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

또 학교나 일반 시민이 단체로 관람을 신청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무형문화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 있는 무형문화재’라는 견학프로그램도 추천할만하다. 이외에도 각종 무형문화재 공연과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들이 상시로 열리고 있는 곳이 바로 대전전통나래관이다. 소제동에서 유서 깊은 역사의 향기를 누린 날에 대전전통나래관에 들러 전통의 향기를 더한다면 더없이 뜻 깊은 하루가 될 것이다.

마침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의미 있는 기획전시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대전전통나래관이 기획한 무형문화재교류전 ‘我好圓’의 첫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원’이라는 뜻을 가진 ‘我好圓’은 대전무형문화재 제12호 북메우기 악기장 김관식 보유자와 경북무형문화재 제25호 옹기장 이무남 보유자의 교류전으로 두 장인의 무형문화를 교류하는 자리이기도 하면서 대전과 경상북도가 함께 어울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악기장은 전통음악에 쓰이는 악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김관식 보유자는 우리 전통 북을 만드는 악기장으로 숙련된 기술로 가죽을 늘이거나 조이는 일을 반복하면서 오랜 경험에서 얻은 감감으로 소리를 만드는 북메우기 장인이다. 북메우기는 북통에 가죽을 붙이는 기술을 말하는데 북을 만드는데 있어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북을 만드는 전체 과정을 북메우기라고 말한다. 김관식 보유자는 3대째 전통 방식으로 장인의 혼을 담아 북을 만들고 있으며 자녀와 함께 일하면서 4대째 장인의 정신을 전수하고 있다. 88 서울올림픽에 등장했던 ‘용고’에서부터 청와대의 ‘용고’, 월드컵 필승기원 ‘대북’까지 현대에 살아있는 수많은 전통 북을 만들어 우리의 기억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다.

경북무형문화재 제25호 옹기장 이무남 보유자

옹기장은 독과 항아리를 만드는 장인이다. 이무남 장인은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구워 윤이 나고 단단한 그릇인 전통 오지그릇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옹기를 찾는 사람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이무남 장인은 자연친화적이고 과학적인 옹기의 특징을 믿으면서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들고 있다. 이무남 장인이 옹기굴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는 청송 일대의 점토는 질이 좋고 매장량이 많아 좋은 옹기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인은 직접 채취하는 오색점토만을 사용해 흙가래를 만들고 청송의 소나무를 태워 만든 유약을 바르고 전통 가마만을 고집하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무남 장인 또한 아들에게 4대째 대물림하여 전수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통의 깊은 호흡을 잇고 있는 두 장인이 한자리에서 만난 기획전시가 바로 ‘我好圓’이다. 북과 옹기는 둘 모두 동그란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원은 완전함을 보여주는 형태이기도 하면서 온화한 정서를 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두 장인의 작업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으로 꼽은 것이다. 또 하나, 두 장인 모두 자손들에게 4대째 무형문화를 잇고 있다는 점도 같다.

이 전시는 단순히 두 장인이 만든 북과 옹기를 함께 전시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제작 과정과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과정과 동시에 두 장인이 함께 협업한 결과물도 볼 수 있다. 전통 북과 옹기가 어떻게 만날까?

‘울림’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옹기북과 옹기장구가 그것이다. 장구의 경우 주로 오동나무로 몸통을 만들고 있지만 옛 문헌에는 큰 장구는 흙으로 북통을 구워 만들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착안해 이무남 보유자가 장구의 몸통과 북의 몸통을 옹기로 만들고 김관식 보유자가 가죽을 메워 북과 장구를 만들었다. 김관식 보유자가 직접 설명에 나섰다.

“이렇게 함께 작업을 해보니까 악기는 나무로 만든 것보다 훨씬 무겁고 소리는 투박하지만 충분히 연구해서 개발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획전시장의 벽마다 전통북과 옹기에 관한 설명 빼곡히 적혀있고 두 장인의 손에서 가죽을 조이고 흙을 두들기던 도구들까지 살펴볼 수 있는 ‘我好圓’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우리들의 오래된 정신이 형태를 가지고 세상에 나타나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아있는 우리의 전통을 만나는 자리이다. 대전의 무형문화재를 전수하고 나누는 대전전통나래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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