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애완견 안락사 논쟁과 생명을 빼앗을 권리
[청년광장] 애완견 안락사 논쟁과 생명을 빼앗을 권리
  • 권신구
  • 승인 2017.11.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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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구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굿모닝충청 권신구 한남대] 얼마 전 가수 최시원의 애완견이 이웃주민을 물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건이 터진 뒤 이 일은 대중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되었다. 반려동물에 관한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길거리에 방치된 배변과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목줄을 하지 않아 사람을 물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누적된 애견 관리문제의 염증이 곪아 터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심상치 않다. 반응이 지극히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사람을 공격하는 개는 죽여도 된다’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책을 제안하는 게시판에 ‘개 안락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쌓여있던 불만과, 공격하는 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극단적 방법’으로 쉽게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큰 탓이다.

이러한 욕망의 이면에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인 톰 리건은 모든 생명에게는 생명체로서 주어지는 ‘본래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즉 생명은 생명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생명을 가진 존재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할 당위성을 갖는다. 그러나 ‘애완견을 죽이라’는 강력한 주장 속에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있다. 비단 동물을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문제로 국한되기 보다는 우리 사회 속에 잠재된 ‘생명’이라는 가치의 부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가치의 부재는 ‘우열’을 나누는 이분법적 태도로 나타난다. 애완견을 안락사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인간의 우월함이 우선시 된다. 그리고 인간보다 열등한 ‘애완견’에 대해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당연히’ 인간에게 있다는 식의 사고를 합리화 한다. 그러나 이런 우월성에는 어떤 타당한 근거가 없다. 단지 인간의 지능이 높기 때문이라는 식의 주장을 내세우지만, 이런 논리는 보통의 사람보다 낮은 지능을 가진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자연권을 다른 인간이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우열을 나누고, ‘우’가 ‘열’의 권리를 갖는다는 사고가 타당하지 않은 이유이다.

반려동물은 특수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동물이라는 개념보다 하나의 사회적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과 깊은 유대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사회 구성원의 문제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적 모순을 찾아내 보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애완동물에 대해 철저한 ‘등록제’를 시행하고, 위험한 개를 방치했을 시 주인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등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애완동물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예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애완동물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사회에 깔려 있는 우열을 나누는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 비단 애완동물의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차별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 사회가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고 나아가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발을 떼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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